북미 고위급회담 돌연 연기…청 "대화 동력 상실한 것 아냐"
구체적 연기사유 안 밝혀…연내 '김정은 답방' 영향 불가피
2018-11-07 18:00:33 2018-11-07 18:00:35
[뉴스토마토 최한영 기자] 8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에서 열릴 예정이던 북미 고위급회담이 연기된 가운데 청와대는 “북미 사이의 회담이 무산되거나 대화 동력을 상실한 것은 아니다”라고 반응했다. 정부는 “한반도 비핵화·평화체제 구축을 달성하는 과정으로 봐달라”면서도 향후 남북관계에 미칠 영향에 촉각을 곤두세우는 모습이다.
 
미 국무부는 7일(현지시간) 성명을 내고 “이번 주 열릴 예정이었던 마이크 폼페이오 장관과 북한 관리(김영철 북 노동당 부위원장)와의 회담이 연기됐다”며 “양측의 일정이 허락할 때 다시 회담을 갖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국무부가 회담 날짜와 장소, 카운트파트를 발표한지 약 하루 만으로, 구체적인 연기 배경은 밝히지 않았다. 김 부위원장과 북측 실무협상 대표인 최선희 외무성 부상은 7일까지 뉴욕행 비행기 출발지인 중국 베이징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이 때문에 북한이 회담 연기를 통보한 것이라는 의견이 적지 않다.
 
스티브 비건 미 대북정책특별대표와 최 부상 간 실무협상을 건너뛰고 고위급회담이 예정되면서 일각에서는 비핵화와 상응조치를 둘러싼 북미 사전접촉 과정에서 이견이 생긴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내놓는다. 폼페이오 장관은 최근 북한의 선 비핵화 필요성을 내세우며 “완전한 비핵화만이 아니라 비핵화를 검증하는 역량을 미국이 갖는다는 것이 경제제재 완화의 선결조건”이라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북한은 “우리가 미국에 과분할 정도로 줄 것은 다 준 조건에서 이제는 미국이 상응한 화답을 해야 한다”고 주장하며 핵·경제 병진노선을 다시 추진할 수 있다는 엄포도 놨다.
 
이런 가운데 외교부 관계자는 기자들과 만나 “국무부 발표내용을 보면 아주 잔잔하고 침착한 톤이다. 과거에도 예정된 회담이 연기된 사례가 종종 있으니 일희일비하지 않아도 될 듯하다”며 확대해석을 경계했다. 회담 취소가 아닌 ‘연기’라는 표현을 쓴 것과 비건 대표에게서 확인한 ‘(북한과의) 소통을 계속한다’는 메시지에 비춰볼 때 크게 걱정할 일이 아니라는 것이다. 이 관계자는 “멀고 먼 과정을 가는 길에서 있을 수 있는 일”이라고 재차 강조했다. 실제 미 국무부도 고위급회담 연기 발표에서 “미국은 (6·12) 싱가포르 북미 정상회담에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동의한 약속을 이행하는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며 추후 고위급회담 개최를 비롯한 대화 여지를 남겼다.
 
6일(현지시간) 진행된 미 중간선거에서 공화당이 상원 다수당 지위를 유지하고 하원에서의 참패를 면한 것도 향후 한반도 정세에는 호재다. 트럼프 대통령이 국정운영에 자신감을 갖게 되면서 지금까지의 대북정책 기조를 유지할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하원에서 민주당이 속도조절을 할 가능성도 작다. 박지광 세종연구소 연구위원은 “지난 2년 간 공화당이 지배한 하원이 트럼프 대통령의 대북정책에 크게 협조적인 것도 아니었다”고 했다.
 
다만 북미가 대화 모멘텀을 되찾기까지 당분간 신경전은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이 과정에서 2차 북미 정상회담, 김 위원장의 연내 답방도 영향을 받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오른쪽)이 6일(현지시간) 방미 중인 니코스 크리스토둘리데스 키프로스 외무장관과 악수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최한영 기자 visionchy@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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