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최한영 기자] 북미 고위급회담이 이번 주 미국 뉴욕에서 열린다. 북한이 취할 추가 비핵화 조치와 이에 상응해 미국이 내놓을 보따리를 놓고 양측이 좀처럼 간극을 좁히지 못하고 있는 가운데 이번 회담을 통해 돌파구가 마련될지 주목된다.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은 4일(현지시간) 폭스뉴스에 출연해 “나는 이번 주 후반, 뉴욕에서 나의 카운터파트인 김영철(북한 노동당 부위원장 겸 통일전선부장)과 만날 것”이라고 말했다. 폼페이오 장관이 이번 고위급회담 상대를 김 부위원장으로 지목한 것은 이번이 처음으로, 회담 준비가 막바지에 들어섰음을 시사한다. 회담 의제에 대해서는 “몇 달 전 시작된 비핵화 논의를 계속해나갈 좋은 기회를 가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북미 간 실무협상이 이뤄지지 않은 채 고위급회담이 열리면서 실무협상 수석대표인 스티븐 비건 미 국무부 대북정책특별대표와 최선희 북 외무성 부상의 회담 동석 여부도 관심사다.
지난 6월 초 이후 5개월여 만에 ‘폼페이오-김영철 라인’이 재가동되면서 한동안 답보상태를 거듭하던 북미 대화는 다소 숨통을 텄다. 관건은 북한의 비핵화 실행조치와 미국의 상응 조치를 주고받는 이른바 ‘빅딜’ 성사 여부다. 북한 풍계리 핵 실험장·동창리 미사일 시험장은 물론 영변 핵시설에 대한 사찰 문제도 여기에 달렸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지난 달 평양공동선언에서 “미국이 6·12 북미 공동성명 정신에 따라 상응조치를 취하면 영변 핵시설의 영구적 폐기와 같은 추가조치를 계속 취해나갈 용의가 있다”고 표명한 바 있다.
다만 폼페이오 장관이 이번 회담기조를 ‘선 비핵화-후 보상’ 논의가 될 것이라고 강조한 것이 변수다. 그는 “우리(미국·북한)는 지난 6월 (북미 정상회담) 이래 불과 몇 달 만에 성공을 이뤘으며 좋은 진전을 만들어가길 바란다”면서도 “미국에 의해 검증된 완전한 한반도 비핵화와 이후 북한 주민을 위한 더 밝은 미래를 달성하기 위해 북한과의 협상을 계속하고 있다”고 언급했다. 폼페이오 장관은 북한의 지속되는 대북제재 해제 요구에 대해 “그들이 핵 프로그램을 제거했다는 점을 우리가 검증을 통해 확인하기 전까지 해제되지 않을 것”이라며 선을 긋고 있다.
이에 대해 북한 조선중앙통신은 지난 2일 권정근 외무성 미국연구소 소장 명의 논평을 통해 “미국이 거듭되는 요구를 제대로 가려듣지 못하고 오만하게 행동한다면 ‘경제건설 총집중’ 노선에 다른 한 가지가 추가돼 ‘병진’이라는 말이 다시 태어날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지난 4월 노동당 전원회의 때 폐기한 핵·경제 병진노선을 되살릴 수 있다는 엄포를 놓은 것이다.
다만 북한이 이를 실제 실행에 옮길 가능성은 낮다. 폼페이오 장관도 “나는 레토릭(수사)에 대해 걱정하지 않는다. 우리는 협상을 진행하면서 이러한 것들을 봐왔다”며 북한의 수사적 표현으로 받아넘겼다.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왼쪽)이 지난달 7일 오전 평양 순안공항에 도착해 김영철 북 노동당 부위원장 겸 통일전선부장과 악수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최한영 기자 visionchy@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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