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문지훈 기자] 금융권에 대규모 임원 인사가 예고돼 있지만 가장 눈길을 끄는 것은 금융지주 중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은행장들의 거취다. 은행장 임기 만료와 더불어 최고경영자(CEO) 리스크가 겹친 경우도 있는데다 지배구조 개편에 따라 교체 가능성도 점쳐져왔기 때문이다. 특히 금융권에서는 이들의 연임 여부가 리더십을 평가받는 자리가 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 중 CEO의 거취를 가장 먼저 확정한 곳은
우리은행(000030)이다. 지난 7일 금융위원회로부터 금융지주 설립 인가를 받은 우리은행은 8일 이사회를 개최해 손태승 행장이 당분간 우리금융지주 회장을 겸직하는 것으로 결정했다.
당초 손 행장의 임기는 오는 2020년 3월까지로 여유가 있었지만 금융지주 전환과 관련해 지주 회장 및 행장 겸직 여부를 두고 금융권의 이목이 집중됐다. 우리은행 이사회는 결국 금융지주 출범 후에도 은행 비중이 절대적인 데다 은행 중심의 경영이 불가피한 만큼 겸직 체제가 유리하다고 판단, 이같이 결정했다. 금융지주 회장과 행장을 분리할 경우 '낙하산 인사'가 내려올 수 있다는 우려도 이같은 결정에 영향을 끼친 것으로 보인다.
다음달 이대훈 행장의 임기 만료를 앞둔 농협은행은 조만간 차기 행장 선임 작업에 돌입해야 한다. 농협은행의 모기업인 농협금융지주가 완전 자회사 CEO를 선임하는 만큼 농협금융 이사회는 조만간 임원후보추천위원회(임추위)를 개최할 예정이다.
농협금융 지배구조 내부규범에 따르면 농협금융 임추위는 CEO의 임기만료일 40일 전까지 후임자를 선임하기 위한 절차를 개시해야 한다.
농협금융 관계자는 "이 행장의 임기가 연말인 점을 감안하면 늦어도 오는 20일 전에는 임추위가 가동돼야 한다"라고 설명했다.
농협은행 안팎에서는 통상 은행장들의 임기가 2년씩 주어지는 점을 감안하면 1년 임기를 부여받은 이 행장이 연임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농협은행장의 임기가 1년으로 결정된 것은 이 행장이 처음이다.
특히 최근 김병원 농협중앙회장이 역대 중앙회 부회장의 연임 사례가 없었던 점을 깨고 이례적으로 허식 부회장을 연임시킨 점을 감안하면 이 행장도 연임할 가능성이 높다는 전망이 나온다.
내년 2월 임기 만료를 앞둔 함영주 KEB하나은행장 역시 현재까지는 연임이 유력한 상황이지만 채용비리 의혹과 관련한 재판을 받고 있다는 점이 걸림돌이다. KEB하나은행 내부에서는 채용비리와 관련한 업무방해 혐의가 법적 공방의 여지가 있기 때문에 함 행장의 거취에는 큰 영향을 끼치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함 행장의 연임 여부는 KEB하나은행 이사회가 결정한다. 기존에는 하나금융지주(086790) 이사회 내 임추위원들이 차기 행장 후보를 추려 최종 후보만 은행 이사회에 추천했으나 지난 7월 지배구조 내부규범을 개정해 복수 후보를 추천하기로 했기 때문이다.
신한지주(055550)(신한금융지주)의 경우 지주 회장과 은행장 모두 CEO 리스크가 부각된 상태다. 조용병 신한금융 회장이 함 행장과 마찬가지로 채용비리 의혹과 관련해 업무방해 및 남녀고용평등법 위반 혐의로 불구속 기소된데다 위성호 신한은행장은 ‘남산 3억원 사건’ 재판 과정에서의 위증으로 검찰 과거사위원회가 검찰에 수사를 권고한 상태다.
조 회장은 신한금융 회장직에 오르기 전 신한은행장 재직 당시 라응찬 전 신한금융 회장의 조카 손자를 특혜채용한 혐의를 받고 있다. 검찰은 조 회장이 당시 라 전 회장 조카손자의 전형별 합격 여부를 보고하라고 지시한 것으로 보고 있다. 이와 관련해 조 회장 측은 채용비리 관련 혐의를 전면 부인하고 있는 상태다.
문지훈 기자 jhmoon@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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