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재영 기자] ‘주인 없는 기업’ KT&G가 역설적으로 지배구조 투명성을 입증해 주목된다. 최근 주요 기업평가기관으로부터 지배구조 최상위 등급을 부여받았다. 새 정권 때마다 수장 교체 위협을 받는다는 관치논란이 지속됐으나, 이런 외세 간섭을 피하기 위한 노력이 지배구조를 투명화시킨 배경이 된 것으로 해석된다.
올해도 연초 백복인 사장 연임 건을 둘러싼 주총 분쟁이 있었다. 백 사장이 재선임에 성공한 가운데 KT&G는 연말 지배구조 평가에서 등급이 상향되는 성과를 거뒀다. 직에 대한 불안감이 이사회 중심 경영을 강화하고 배당 확대 등 주주친화정책을 적극적으로 추진한 동력이 됐다는 분석이다. 총수가 막강한 인사권을 가진 재벌 그룹은 이사회 개방이나 배당에 소극적인 것과 사뭇 비교된다.
한국기업지배구조원이 이달 초 발표한 국내 상장기업의 ESG(환경·사회·지배구조) 평가에서 KT&G는 A+등급을 받았다. 그보다 높은 S등급에는 뽑힌 기업이 없어 사실상 최고 등급이다. KT&G는 지난해 등급 평가에선 A였는데 올해 한계단 더 올랐다. 평가에는 지주회사 평가체계 개선이나 기업지배구조 자율공시제도 도입, 이사회 의장 독립성 강화, 감사위원회 설치 확대 및 감사기구 운영 등이 등급상승 요인으로 고려된다. 기업지배구조원은 A+ 등급에 대해 ‘지배구조, 환경, 사회 모범규준이 제시한 지속가능경영 체계를 충실히 갖추고 있으며, 비재무적 리스크로 인한 주주가치 훼손의 여지가 상당히 적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백복인 KT&G 사장. 사진/KT&G
실제 KT&G는 이사회 내 사외이사 비율을 75%(사내이사 2명, 사외이사 6명)로 구성하고 모든 이사회 내 위원회도 사외이사 과반으로 운영하는 등 이사회 견제 기능으로 안정적인 지배구조를 꾀하고 있다. 독립성이 중요한 감사위원회, 평가위원회는 전원 사외이사로 구성한다. 또한 이 회사는 재계에선 드물게 집중투표제를 도입하는 등 이사 선임 권한을 폭넓게 개방하고 있다.
주주환원에도 적극적이다. 특히 백 사장 선임 이후 KT&G는 매년 배당을 늘려왔다. 주당 현금배당금이 2015년 3400원, 2016년 3600원, 지난해 4000원으로 꾸준히 올랐다. 지난해 배당에 대해서는 고배당기업특례주로 분류돼 원천징수세액률이 기존 15.4%에서 9.9%로 한시적 인하되기도 했다.
다만 올해 실적은 국내외 담배 판매 부진 등으로 전년보다 감소한 추이를 보인다. 때문에 연말 배당금 감소 요인이 생길 수 있지만 회사측은 '최소 지난해 배당 수준을 유지하겠다'는 방침을 밝힌 바 있다. 주주친화정책에 대한 경영진의 확고한 의지가 읽힌다.
이재영 기자 leealive@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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