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재영 기자] 보람상조 계열사들이 계상한 잡이익 규모가 통상적인 범위를 벗어나며 재무 불신을 키우고 있습니다. 잡이익은 세부 내역이 공시되지 않는 '깜깜이' 항목임에도, 보람상조의 경우 2024년 순이익의 70%를 차지할 만큼 폭증했습니다. 경쟁사 대비 압도적인 비중과 규모입니다. 공정거래위원회가 장례업계 전반의 거래 관행을 정조준한 시점에서, 이 같은 불투명한 회계 처리는 업계 신뢰도를 저해한다는 지적입니다.
22일 업계에 따르면 보람상조 계열사들은 2024년 거액의 잡이익을 영업외수익으로 계상했습니다. 보람상조개발은 2024년 160억원의 당기순이익을 기록했습니다. 이 중 약 70%인 113억원이 잡이익이었습니다. 2025년에는 잡이익이 13억원으로 줄었습니다. 이에 따라 당기순이익도 85억원으로 반토막 났습니다.
보람상조라이프의 상황도 비슷합니다. 이 회사는 2024년 상조 행사 등 본업에서 72억원의 영업손실을 냈습니다. 하지만 36억원의 잡이익과 부금해약수입 등이 반영되며 4억5000만원의 당기순이익을 거뒀습니다. 이듬해인 2025년 잡이익은 5700만원으로 급감했습니다. 그 결과 68억원의 대규모 당기순손실을 기록했습니다.
잡이익은 세부 항목을 분류하기 어려운 일회성 수익을 뜻합니다. 양사도 감사보고서에 구체적인 내역을 기재하지 않았습니다. 영업활동과 무관한 수십억~수백억 원대 자금이 기업의 최종 실적을 크게 좌우한 셈입니다.
주요 경쟁사들의 재무제표 흐름은 이와 다릅니다. 업계 수위권 업체들의 잡이익 규모는 상대적으로 미미했습니다. 한국교직원공제회가 100% 출자한 더케이예다함은 2024년 75억원의 당기순이익을 올렸습니다. 이 중 잡이익은 1400만원에 불과했습니다. 순이익 대비 비중이 1%도 되지 않습니다.
업계 1위인 프리드라이프 역시 2024년 잡이익 규모는 3억7000만원 수준입니다. 전체 매출 규모를 고려하면 통상적인 회계 처리 범위 내에 있습니다. 교원라이프는 2024년 14억8000만원의 잡이익을 기록했습니다. 순이익 대비 비중이 20.1%라 통상 범위를 넘어서지만, 보람상조 계열사들에 비하면 적은 규모입니다.
이에 대해 보람그룹 관계자는 “2024년 보람상조개발과 보람상조라이프의 잡이익은 과거 진행된 손해배상 소송 승소에 따른 판결금이 반영된 일회성 이익”이라며 “회계 투명성과는 무관한 사안”이라고 밝혔습니다.
하지만 이런 해명은 감사보고서와 배치됩니다. 2023년 말 기준 보람상조개발은 회사가 피소된 소송에 대한 우발채무와 충당부채만 공시했을 뿐, 거액의 승소가 기대되는 원고 소송은 기재되지 않았습니다. 2024년 말 공시된 원고 소송 5건의 합산 소가는 30억원에 그쳤습니다. 즉, 100억원대 승소금이 아무런 공시 없이 갑자기 장부에 잡이익으로 등장한 결과입니다.
보람상조라이프의 상황은 더 극명합니다. 2023년 말 이 회사가 원고인 소송은 3건, 소가 합산 46억원이었습니다. 2024년 말 공시에서는 계류 사건이 2건, 소가 합산 43억원으로 줄었습니다. 1년 사이 종결된 소송은 단 1건이며, 소가 차이는 3억원에 불과합니다. 역시 36억원의 잡이익은 갑자기 등장했습니다. 게다가 2023년에도 양사 잡이익(개발 26억원, 라이프 10억원)은 업계에 비해 높은 편이라 일회성이란 사 측 설명도 설득력이 떨어집니다.
최근 장례업계의 자금 흐름과 거래 관행은 감독 당국의 주요 감시 대상입니다. 공정위는 상조업체와 장례식장 간의 불공정거래를 지난해부터 집중 조사해왔습니다. 지난달에는 상조업체 장례지도사들에게 알선 대가(콜비)와 제단꽃 리베이트를 제공한 장례식장이 적발됐습니다. 공정위는 이를 계기로 전국 5개 권역 주요 장례식장으로 조사를 확대했습니다. 장례비용 단가 상승을 부추기는 음성적 자금 흐름을 차단하겠다는 방침입니다.
아울러 공정위는 할부거래법을 개편해 상조업체의 선수금 운용 규제를 강화하고 있습니다. 가전제품 결합상품 판매 과정의 기만적 광고도 엄중히 제재했습니다. 소비자 보호를 위해 사업자의 재무 건전성과 책임 경영을 강하게 요구하는 추세입니다.
업계 관계자는 “상조업은 고객의 선수금을 장기간 운용하는 신뢰 기반 산업”이라며 “특정 업체의 대규모 일회성 수익 편중 현상은 시장의 불신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했습니다. 업계 전반에 걸쳐 보다 투명한 재무 정보 공개와 내부통제 강화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이재영 기자 leealive@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고재인 자본시장정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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