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박현준 기자] 직장인 김모(39)씨는 최근까지 보던 인터넷(IP)TV 서비스를 해지했다. 대신 TV를 대형 디스플레이로 활용하기 시작했다. 디스플레이는 넷플릭스의 콘텐츠를 재생하는 단말기의 역할을 하게 됐다. 그는 퇴근길 지하철에서 스마트폰으로 보던 넷플릭스의 자체 제작 드라마 '기묘한 이야기'를 집에 있는 디스플레이로 이어본다. 지상파나 종합편성채널의 콘텐츠는 본방송으로 보지 않지만 넷플릭스에서 자신이 보고 싶을 때 본다. 김씨는 "굳이 거실 소파에 앉아 TV를 보지 않더라도 내가 편한 시간과 장소에서 보고 싶은 드라마나 영화를 넷플릭스를 통해 즐긴다"며 "뉴스는 포털사이트로 보고 있어 굳이 본방송을 볼 필요성을 못 느낀다"고 말했다.
넷플릭스 드라마 '킹덤'. 사진/넷플릭스
세계 최대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넷플릭스의 한국 시장 공습이 거세지고 있다. 넷플릭스는 CJ헬로·딜라이브에 이어 지난 16일부터 LG유플러스의 IPTV에도 기본 탑재됐다. SK브로드밴드·KT·LG유플러스 등 통신 3사도 자사의 OTT를 통해 콘텐츠 경쟁을 벌이고 있지만 아직 넷플릭스에는 미치지 못하고 있다. 넷플릭스는 영화 '옥자'를 비롯해 예능 '범인은 바로너', 'YG전자' 등 국내 자체 제작 콘텐츠를 선보였다. 또 내년에는 조선판 좀비물 드라마 '킹덤'을 비롯해 로맨스 드라마 '좋아하면 울리는', '첫사랑은 처음이라서' 등을 내놓을 예정이다. 넷플릭스에게 한국 시장은 매력적이다. 미국에 비해 시장규모는 작지만 통신망이 잘 갖춰졌다. 이동통신사들은 속도와 용량 제한이 없는 요금제까지 출시했다. 콘텐츠를 많이 소비하는 사용자들은 무제한 요금제를 통해 부담없이 넷플릭스를 즐길 수 있다.
넷플릭스의 한국 시장 공략은 국내 콘텐츠 제작자(CP)들에게 기회이자 위기다. CP들에게 콘텐츠를 제공할 수 있는 창구는 사실상 지상파 방송과 IPTV·케이블TV밖에 없었다. 하지만 넷플릭스라는 글로벌 플랫폼을 통해 자사의 콘텐츠를 전세계인들을 대상으로 선보일 수 있는 기회를 얻을 수 있다. 하지만 넷플릭스에 대한 의존도가 높아지면 결국 넷플릭스의 하청 기업으로 전락할 수밖에 없다는 반론도 있다.
박현준 기자 pama8@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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