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진양 기자] 취임 후 첫 정기인사에서 구광모 LG 회장은 안정 속 변화를 택했다. 인사폭이 클 것이란 당초 예상과 달리 5인의 부회장단을 모두 유임시켰다. 동시에 외부 인사 영입과 신규 임원 선임으로 조직에 새 바람을 불어넣었다. 취임 5개월여 동안 일감몰아주기 해소, 상속세 납부 등 주요 과제들을 해결했던 구 회장에게 남은 숙제는 삼촌인 구본준 부회장과의 결별이다.
28일 LG그룹 주요 계열사의 정기인사 결과, 권영수 ㈜LG 부회장, 조성진 LG전자 부회장, 한상범 LG디스플레이 부회장, 하현회 LG유플러스 부회장, 차석용 LG생활건강 부회장 등 5명의 부회장이 모두 자리를 지켰다. 앞서 박진수 LG화학 부회장 후임으로 신학철 3M 수석부회장을 선임한 LG화학만 새 수장을 맞게 됐다.
당초 재계에서는 구 회장 취임 후 권영수 부회장과 하현회 부회장의 자리를 맞바꾸는 원포인트 인사와 박진수 부회장의 퇴진 등 파격 조치들이 이어지면서 인사 폭풍이 불 것으로 전망했다. 그러나 결과는 정반대였다. 이미 조직에 위기감을 심어준 데다, 대내외 경영 환경이 악화되는 녹록치 않은 상황 속에서 노련한 경영진의 노하우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반영된 것으로 전해졌다.
부회장단 유임으로 큰 틀에서는 조직의 안정을 꾀했지만 세부적으로는 변화의 바람도 적지 않았다. ㈜LG는 지주회사 역량 강화를 목표로 경영전략팀, CSR팀, 법무팀, 비서팀, 전자팀, 화학팀, 통신서비스팀, 자동차부품팀 등 8명의 팀장을 교체했다. 구 회장 취임 직후 이명관 LG화학 최고인사책임자(CHO)를 지주사 인사팀장으로 발탁한 것까지 포함하면 대부분 팀에서 리더가 바뀌었다. 특히 경영전략팀장에는 홍범식 전 베인&컴퍼니 코리아 대표를, 신설된 자동차부품팀장에는 김형남 전 한국타이어 연구개발본부장을 선임하며 순혈주의 관행도 깼다. 인사팀 인재육성담당에도 김이경 전 이베이코리아 인사부문장을 영입해 후계자 육성 풀을 확대하는 역할을 맡겼다. 지난해 연말 인사에서는 외부 영입 없이 전무 1명, 상무 1명만 계열사에서 지주사로 이동했다.
신규 임원 임용도 대거 확대했다. 승진자 수는 총 185명으로 2004년 계열분리 이후 최대 규모였던 지난해의 157명을 크게 웃돌았다. 이중 상무 승진자가 134명으로 72%를 차지했다. 그룹 관계자는 "중장기적 관점에서 인재를 조기에 발굴·육성해 미래 사업가를 키우고 최고경영자(CEO) 풀을 넓히기 위함"이라고 설명했다. 제2의 조성진, 차석용 등을 발탁하는 것에 역점을 두고 있는 구 회장의 의지가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이제 구 회장에게 남은 과제는 구본준 부회장의 계열분리다. 지난 5개월 동안 구 회장은 정부 기조에 호응하는 방향으로 적극적인 움직임을 보여왔다. 구 회장을 비롯한 특수관계인이 보유한 물류계열사 판토스의 지분 전량을 매각했고, MRO 사업을 담당하는 서브원의 분할 매각도 추진하며 일감몰아주기 해소에 동참했다. 지난 22일에는 LG전자의 서비스센터 협력사 3900명의 직접고용도 약속했다. 상속세 문제도 피하지 않았다. 고 구본무 회장의 ㈜LG 지분 8.8%를 상속하면서 향후 5년간 연부연납 방식으로 1조원에 가까운 세금을 납부키로 했다. 앞서 구 부회장은 구 회장 취임과 동시에 경영 일선에서 물러나면서 연말 퇴진을 공식화했다.
김진양 기자 jinyangkim@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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