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재영 기자] 물류와 ODM을 중심으로 유통산업 지형이 바뀐다. 빅데이터, AI, 5G 등 IT기술 발전에 따라 물류시스템이 발달하며 유통가 생존전략인 O2O의 핵심경쟁력으로 급부상했다. 대형 오프라인 유통업체들이 M&A와 대규모 투자를 물류에 집중시키는 모습이다. 여기에 상품군이 다양화되는 거스를 수 없는 흐름에 다품종소량 생산이 가능한 ODM 연계 전략도 비중이 커졌다. 이들 모두 소확행, 가심비, 1인가구 등 인구구조 및 라이프스타일 변화에서 파생된 현상이다.
동원그룹은 최근 부산신항에 위치한 물류기업 BIDC 지분 51.04%를 370억원에 인수했다. 지난해 동부익스프레스에 이어 다시 물류에 힘을 준 결단이다. 동원은 기존 동원로엑스와 더불어 물류 계열사간 시너지를 강화키로 했다.
동원은 동원산업이 참치 등을 잡아 통조림식품으로 가공 후 국내 유통한다. 물류는 이들 식품에 대한 냉동, 냉장 시스템을 제공하고 있다. 그 속에 동원은 연어 등 상품군을 계속 늘리는 추세다. 최근에는 유통업계 전반에 확산되고 있는 가정간편식(HMR) 신사업도 키우고 있다. 물류 투자는 이처럼 늘어나는 취급 상품의 신선도를 유지하고 수익성을 제고할 복안으로 해석된다. 동원 관계자는 4일 “가정간편식 중에도 생선을 손질할 필요 없이 전자렌지로 돌리면 간편 섭취할 수 있는 신선식품이 있다”며 “이런 상품이 늘어나면 물류 활용도가 높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마트 물류센터. 사진/뉴시스
물류는 IT기술과 접목해 자동화되며 서비스 고도화 및 수익성 면에서 급발전 중이다. 이커머스 전문 기업 중 자체 물류 시스템을 갖고 있는 쿠팡은 그간 물류 유지에 상당한 비용을 들였지만 기술 발달로 이런 구조도 개선되고 있다. 쿠팡 관계자는 “이커머스는 온라인 구매 소비자들이 수많은 상품 중 어떤 것을 고를지 몰라 재고관리가 어려운 부분이 있다”며 “빅데이터 분석 등 고객 주문을 사전에 예측하는 물류 시스템을 개선해 효율화 진전을 보고 있다”고 말했다.
이마트나 롯데마트 등 대형 오프라인 업체들이 O2O 전략에 나서면서 사활을 거는 것도 물류다. 이마트는 내년 3월 신세계와 온라인 합작법인을 출범한 후 연말에는 온라인 전용물류센터를 가동할 예정이다. 최근 1조원 해외투자 유치 등 끌어들인 현금은 물류센터 확충에 사용한다. 롯데쇼핑도 e커머스본부를 신설해 온라인 사업을 강화하는 한편, 롯데정보통신과 물류시스템을 키울 전략을 세우고 있다.
또다른 대세는 ODM이다. 이마트는 가성비를 추구하는 소비자를 겨냥해 PB상품 위주 노브랜드를 공격적으로 늘리고 있다. 벌써 전문점 200개를 돌파한 상태다. 이들 PB는 대부분 ODM으로 생산된다. ODM이 가장 활성화된 시장은 화장품이다. 벤처 브랜드, 1인 브랜드, 스타마케팅 등 브랜딩 능력만 있으면 개인도 소셜미디어를 통해 상품을 손쉽게 마케팅하고 내다팔 수 있다. 제약, 식품 회사들까지 화장품 영역에 뛰어든다. ODM이 그 다리를 놔줬다.
ODM은 다만, 원하청 구조에 대한 규제 리스크가 있고 수익성이 떨어지는 난점이 있다. 따라서 이를 경쟁력으로 확보하려면 남다른 ‘상생 노하우’가 필요할 듯 보인다. 상품군을 늘리면서도 직접 생산을 고집하는 한 업체 관계자는 “ODM은 이익을 나누는 구조상 수익을 내기 어려운 단점이 있다”고 말했다.
이재영 기자 leealive@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고재인 산업1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 맛있는 뉴스토마토, 무단 전재 -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