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재홍 기자] 내년도 정부의 전기차 보급 및 인프라 구축 예산이 대폭 증가하면서 국내 전기차 시장도 대중화에 한 발 성큼 다가설 전망이다. 전기차 시장을 둘러싼 국내외 업체 간 경쟁 또한 한층 격화가 예상된다.
내년도 정부의 전기차 보급 및 충전 인프라 구축 예산은 5402억원으로, 올해(3522억원)보다 53.4% 늘었다. 당초 정부는 4572억원을 제출했지만, 국회 심의 과정에서 전기차 부문 730억원, 충전기 부문 50억원 등 총 830억원이 더해졌다. 전기차 구매 보조금 대상도 올해 2만대에서 내년 4만2000대로 늘었다.
최근 수년간 정부가 전기차 등 친환경차 육성 정책을 펼치면서 국내 전기차 보급 대수는 2014년 1075대에서 2015년 2907대, 2016년 5914대, 2017년 1만3826대로 매년 두 배 이상 증가했으며, 올해는 3만대를 넘을 전망이다. 공공 급속충전기 보급 대수도 2004년 60대에서 지난해 442대, 올해는 1866대까지 확대된다.
환경부 관계자는 "올해 전기차 보급 대수가 3만대가 넘을 것으로 예상되는데, 이는 전기차 보급 사업이 시작된 2011년부터 2017년까지 누적 보급 물량인 2만5593대를 뛰어넘는다"면서 "내년에도 충전 인프라 확대 및 충전 서비스 개선 등으로 전기차 보급은 더욱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국내 전기차 시장은 현대·기아차 등 국내 업체가 주도하고 있다. 지난달까지 국내 완성차 업체의 전기차 누적 판매는 2만8000대 수준이다. 반면 같은 기간 수입차는 179대에 불과하다. 현대차의 '코나EV'가 1만106대로 가장 많이 팔렸으며, '아이오닉EV' 5325대, 한국지엠 '볼트EV' 4715대, 기아차 '니로EV' 3427대, '쏘울EV' 1746대, 르노삼성 '트위지' 1411대 순이었다.
기아차는 지난달 말 미국 LA오토쇼에서 최초 공개한 신형 '쏘울EV'를 내년 1분기 출격시킬 계획이다. 2년 연속 볼트EV 출시 당일 완전판매에 성공한 한국지엠도 다음달 '2019년형 볼트EV'를 선보인다. 한국지엠 관계자는 "전기차 선호도가 높아지는 추세에 맞춰 올해보다 많은 물량을 확보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르노삼성도 초소형 전기차 '트위지'를 내년부터는 부산공장에서 생산해 국내 수요에 대응한다. 지난 10월28일부터는 CJ오쇼핑과 손을 잡고 트위지의 홈쇼핑 판매를 시작했다.
국내 전기차 시장이 확대되면서 글로벌 업체들의 움직임도 바빠졌다. 닛산은 지난달 1일부터 '리프'의 사전계약을 실시 중으로, 내년 3월 출시 예정이다. 재규어의 'I-PACE'는 국토교통부의 인증 절차를 마치는 대로 내년 초 국내 시장에 선을 보인다. 메르세데스-벤츠의 '더 뉴 EQC'와 아우디 'e-트론'도 내년 출시를 앞두고 있다.
유지웅 이베스트투자증권 연구원은 "내년부터 글로벌 메이커들이 전기차 시장에 본격적으로 뛰어들 것으로 보인다"면서 "유럽 등 주요 국가의 친환경차 관련 규제가 강화되면서 기존 내연기관 차량으로 기준을 충족하기 어려워진 점도 영향을 미쳤다"고 말했다. 수입차 업계 관계자는 "글로벌 업체들이 국내 전기차 시장에 대한 가능성을 높게 보고 있다"면서 "올해 디젤 차량에 대한 선호도가 낮아졌고 내년부터 하이브리드 차량에 대한 보조금이 폐지되면서 전기차 수요가 증가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재홍 기자 maroniever@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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