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해곤 기자] 수출선 다변화와 신시장 개척의 과제는 다자무역협정을 통해 풀어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충고했다. 단일 자유무역협정(FTA)으로 나름대로 미국과 중국 등에서 재미를 본 만큼 이제는 성장 잠재력이 높은 신흥국이나 고부가가치 산업으로의 역량 집중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16일 <뉴스토마토>와 인터뷰를 가진 전문가들은 역내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RCEP),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CPTPP), 한국·메르코수르(남미 4개국 공동시장) FTA에서 돌파구를 모색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정인교 인하대 국제통상학과 교수는 "메가 FTA인 RCEP이 막바지 단계에 와 있는데 적극 동참하고 메르코수르와의 협상을 빨리 진전시켜야 한다"고 말했다. 서진교 대외경제정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CPTTP에 미국이 빠졌지만 그 자체가 가진 의미가 커 가입이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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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 1월 발효 예정인 CPTTP는 인구 5억명의 경제 공동체로 뉴질랜드, 싱가포르, 칠레, 브루나이, 말레이시아, 베트남, 페루, 호주, 멕시코, 캐나다, 일본 등 총 11개국이 참여 중이다. 특히 CPTTP는 기본적인 시장 개방의 틀 뿐 아니라 서비스 분야 개방에서도 제도적 장치를 갖고 있다. 한국의 서비스산업 선진화 차원에서 CPTTP에 가입해 법과 제도를 손 보고 교류를 넓히면 실익이 클 것이라는 분석이다.
RCEP은 동남아시아국가연합(ASEAN) 10개국과 한·중·일, 호주, 인도, 뉴질랜드 등 16개국 경제공동체다. 인구만 무려 34억명에 GDP 규모는 19조7000억달러에 달한다. 관세 장벽의 높낮이가 어떻게 규정될지 아직 최종 단계에 이르지는 못했지만 경제 규모로만 보면 글로벌 무역 시장의 구도를 완전히 바꿀만한 협정이다.
김소영 서울대 경제학과 교수는 "미국 경제는 정점을 찍었고 중국은 하향하다가 무역분쟁으로 더 떨어질 가능성이 있다"며 "RCEP과 같은 다자 협정이 (위기를 극복하는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현종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본부장이 지난 8월31일(현지시간) 싱가포르 샹그릴라호텔 아일랜드볼룸에서 열린 '제6차 역내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RCEP) 경제장관회의'에 참석해 아세안 10개국을 포함한 동아시아 16개국 경제통상장관들과 글로벌 무역환경의 불확실성 증대 속에서 RCEP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이후 RCEP 정상들은 2019년에 협정을 타결키로 뜻을 모았다. /제공=산업부
중국 주도의 RCEP에 한국이 참여 중인데 미국발 보복 조치가 우려된다는 지적에 대해 전문가들은 거리를 뒀다. 최원목 이화여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RCEP에 있다 해서 보복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며 "각국의 필요에 의해 하면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CPTTP의 경우 신중론을 제기하는 이들도 있었다. 허윤 서강대 국제대학원 교수는 "내년에 CPTTP 가입 조건이 나오겠지만 최근 정부의 입장이 적극적에서 소극적으로 변한 것 같다"며 "아마 자동차 산업 때문일 것"이라고 봤다. 일본이 주도하는 CPTTP에 참여시 높은 기술력의 일본산 자동차 수입 확대가 불가피하고, 이는 곧 자동차 산업에 타격이 있을 수밖에 없다는 내용이다.
다만 메르코수르는 전문가 대다수가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아시아 국가 최초로 한국이 올해 9월 협상의 물꼬를 텃는데 시장 선점 효과가 크고 해당 시장의 잠재력이 엄청나다는 평가를 받고 있어서다. 과감하게 정부가 승부를 걸어볼 만 하다는 것이다. 메르코수르는 브라질, 아르헨티나, 우루과이, 파라과이가 주요 국가로 인구 2억9000만명에 GDP는 2조8억달러 수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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