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통상 전문가들은 내년 한국 경제의 최대 통상 이슈로 'WTO 개혁'과 '미 무역확장법 232조'를 꼽았다. 다만 이들은 G2 무역분쟁 여파와 글로벌 보호무역주의 심화, 반도체 단가 하락, 특정 업종 편중 부작용은 한국 경제가 반드시 직면할 수 밖에 없는 대내외 리스크라는 전제를 깔았다.
<뉴스토마토>가 16일 진행한 '글로벌 무역 시장 동향과 수출·경제 성장 전망' 개별 인터뷰에서는 다양한 진단과 해법이 나왔다.
서진교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 선임연구위원은 "WTO개혁, 무역분쟁, 포괄적·점진적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CPTPP)이 내년 통상의 가장 큰 줄기"라고 규정했다. 서 선임연구위원은 "(WTO 개혁은) 중국의 자국 기업 보조금 지원과 지적재산권 탈취에 불만을 갖고 있던 미국이 주도해 다자 차원의 이슈로 부각하고 있는 모양새"라며 "개발도상국 지위의 한국으로서는 가장 주의해야 할 과제"라고 강조했다.
중국의 하드웨어 강화 전략 '중국제조2025'에 대해 미국을 중심으로 여러 국가들이 WTO 개혁을 기치로 압박을 가하고 있다는 게 그의 분석이다. 즉 투명성 강화라는 명목 하에 중국을 다자협상 테이블로 끌어내고, 개도국 지위를 주지 않겠다는 암묵적 카르텔에 의해 WTO가 움직이고 있다는 얘기다.
안덕근 서울대 국제대학원 교수는 "'미국·멕시코·캐나다 협정(USMCA)'이 닻을 올리는 등 미국발 통상질서 새판짜기가 한창"이라며 "정부는 글로벌 통상 이슈에 일정 부분 참여하는 방안을 고려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USMCA는 지난달 30일(현지시간) 주요20개국 정상회의에서 미국·멕시코·캐나다 3국 정상이 서명한 협정이다. 1994년 발효된 나프타(NAFTA)가 24년 만에 역사속으로 사라지고 USMCA가 이를 대체할 전망이다.
허윤 서강대 국제대학원 교수는 "232조에사 자동차를 지켜내는 것이 현재로서는 가장 중요한 과제"라며 "미국이 순서대로 이야기하던 것이 철강, 알루미늄, 자동차, 반도체, 조선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고준성 산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전 세계적으로 중국의 법·제도에 대한 불신이 쉽게 가라앉지 않고 있다"며 "글로벌 밸류 체인의 중국 위상이 하락할 것인 만큼 베트남·인도네시아가 반사적 이익을 볼 수 있다"고 점쳤다.
불확실성이 가중되는 내년 통상 환경이 오히려 우리 정부와 기업에게는 기회가 될 수 있다는 희망적인 메시지도 내놨다. 고 선임연구위원은 "세계 무역과 투자 환경의 변화가 우리 기업에게는 기회로 작용할 수 있다"며 "유불리를 잘 따져 신북방·신남방으로 시야를 넓혀야 한다"고 조언했다.
글로벌 물동량 감소가 수출에 자연스럽게 귀결될 수 있다는 점 역시 주의점으로 꼽혔다. 홍준표 현대경제연구원 연구원은 "내년 글로벌 물동량이 줄어 수출 증가율이 떨어질 것"이라며 "세계 경제가 지난해와 올해까지는 확장세였다면 내년은 다운턴으로 하강 국면으로 접어들 것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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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에는 신시장 개척과 품목 다양화, 중간재 중심의 수출 구조 개선에 집중해야 한다는 지적이 주류를 이뤘다. 최원목 이화여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보호무역주의 여파가 반드시 반도체로도 퍼진다고 보고 직격탄을 맞지 않게 해야 한다"고 충고했고, 김소영 서울대 경제학과 교수는 "대중국 수출 물량이 너무 많은데 당장 어렵겠지만 수출 국가와 품목을 다변화해야 한다"고 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이 지난 7월 공개한 세계무역기구(WTO) 분석 자료에 따르면 무역전쟁에 가장 취약한 국가로 대만이 1위에 올랐으며 헝가리, 체코, 한국, 싱가포르, 말레이시아, 아일랜드 등의 순으로 나타났다. /제공=뉴시스
반면 내년 수출 시장을 크게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는 의견도 있었다. 양준모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는 "올해보다 증가율이 떨어지겠지만 반도체 활황세가 꺾이더라도 통상은 연속성을 가지므로 단기적으로 큰 낙폭은 없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다만 양 교수도 "232조에 반도체까지 걸리면 큰 위기가 닥칠 것"이라며 미국의 무역확장법 232조 확대 적용을 우려했다. 세종=권대경·조용훈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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