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해곤 기자] 혁신성장에 무게를 둔 올해 정부 경제정책의 성공여부는 기업의 투자에 달렸다. 투자 확대를 통해 일자리를 창출하고, 그 소득이 다시 소비로 이어지는 경제 선순환의 고리를 만드는 게 정부의 복안이다. 투자를 끌어내기 위해선 기업이 원하는 규제를 우선적으로 완화하는 등 경영환경 개선을 지원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문재인 대통령이 2일 서울 여의도 중소기업중앙회에서 열린 2019 기해년 신년회에 입장하며 참석자들과 인사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최근 문재인 대통령은 대기업과 중소기업, 벤처기업들을 두루 만나는 경제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이처럼 문 대통령이 경제 일정에 속도를 내는 것은 계속된 일자리·투자지표 부진에 어두운 올해 경제 전망, 집권 중반기 구체적인 성과 창출에 대한 압박 등이 모두 더해진 것으로 풀이된다. 강성진 고려대 경제학과 교수는 "대통령이 지금까지 강조해왔던 경제 분수효과와 소득주도 성장에서 이제는 혁신성장의 필요성을 크게 느낀 것 같다"며 "아직 구체적인 정책의 변화로까지 넘어오진 못했지만 정부가 혁신에 대한 고민을 꾸준히 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평가했다.
정부는 직접적으로 기업의 투자 환경 개선을 강조했다. 지난해부터 적극 추진하던 규제 개혁에 속도를 내고 기업의 신산업 투자를 이끌어내기 위한 '규제 샌드박스'를 17일부터 본격적으로 시행한다고 약속했다. 정유신 서강대 경영학부 교수는 "기업이 원하는 것은 결국 규제 완화다. 최근 카풀 등 공유경제를 비롯해 빅데이터, 핀테크 등 신산업은 시장이 원하는 부분이고 혁신"이라며 "정부는 4차산업혁명 등 기업의 새로운 기술, 원천 기술을 보호하고 활용할 수 있도록 하는 생태계 마련에 힘을 쏟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부는 기업과 시장의 수용성을 고려해 소득주도 성장의 핵심이었던 최저임금 인상과 노동시간 단축도 손보겠다는 의지를 보였다. 노동생산성 향상을 위해서는 우선적으로 기업의 노동유연성 확보가 중요하다는 판단에서다. 강 교수는 "한국의 경우 다른 나라들에 비해 해고가 어렵기 때문에 기업들이 고용을 꺼린다"며 "노동시장의 유연성이 떨어지기 때문에 경기가 좋지 않을 때에는 생산에 비해 노동력이 많이 투입돼 노동 생산성이 떨어진다"고 지적했다.
문 대통령은 지난해 12월 열린 확대경제장관회의해서 "최저임금 인상과 노동시간 단축 등은 경제·사회의 수용성과 이해관계자의 생각을 조화롭게 고려해 국민의 공감 속에서 추진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며 "필요하면 보완조치도 함께 취해야 한다"고 말하며 기업 활동에 힘을 실어주겠다는 의지를 보였다.
다만 보다 구체성을 띈 유인책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있다. 양준모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는 "정부의 성향이 친기업이라고해서 반노동 정권이 되는 것이 아닌 것처럼 친기업, 반기업의 2분법적 사고를 버리는 것이 먼저"라며 "기업 혁신을 위한 여건 마련으로의 방향 전환도 중요하지만 이제는 효과를 가져올 수 있는 실질적이고 구체적인 방안들을 서둘러 준비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해곤 기자 pinvol1973@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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