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 벽두, 김정주 NXC 대표가 넥슨 지주사 NXC의 지분 전량을 매각한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특히 매수 회사로 텐센트, EA 등 글로벌 게임사가 거론되며 국내 게임산업이 통째로 해외로 넘어가는 것 아니냐는 위기감이 커진 상황이다. 업계는 김 대표의 넥슨 매각 추진 이유로 국내 게임 산업 규제, '진경준 뇌물 사건' 여파 등과 함께 하락세에 접어든 국내 게임 산업 등을 들고 있다. 국내 게임 업계를 대표하는 넥슨·넷마블·엔씨소프트 등 일명 '3N'의 실적이 정체기에 들어선 가운데 게임산업의 돌파구를 찾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는 중이다. 3N이 현재 처한 상황과 더불어 차세대 게임강자를 노리는 기업들의 도전과제에 대해 짚어본다. (편집자주)
[뉴스토마토 김동현 기자] 넥슨·넷마블·엔씨소프트 등 게임 3사의 국내외 부진이 심상치 않다. '빅3', '3N' 등으로 불리며 20년 국내 게임산업 성장사를 함께 한 이들 3사가 신작 부재와 연이은 중국 진출 실패로 흔들리고 있다. 지난 2017년 매출 '2조 클럽' 가입 후 불과 1년 만이다.
10일 금융정보업체 와이즈리포트에 따르면 넷마블과 엔씨는 지난해 연매출 각각 2조957억원과 1조7207억원을 거둘 전망이다. 전년 대비 13.8%와 2.2% 줄어든 수치다. 와이즈리포트는 넷마블의 지난해 영업이익을 2759억원 수준으로 예상한다. 이는 2017년 기록한 5098억원보다 45.9% 감소한 수치다. 엔씨 영업이익은 6361억원으로 전망돼 전년비 8.7% 늘 것으로 예상된다.
이들 두 회사의 매출 부진 원인으로는 신작 부재가 꼽힌다. 넷마블은 2017년 매출 2조4248억원을 기록하며 2조 클럽에 가입했다. 이와 동시에 창사 18년 만에 업계 매출 1위라는 겹경사를 누렸다. '리니지2 레볼루션'의 성공과 일본·미국 등 글로벌 시장에서의 성공이 매출을 뒷받침했다. 그러나 지난해 1분기 신작 없이 조용히 보낸 넷마블은 4월에서야 '피싱스트라이크'를 시장에 내놓았다. 이후 '아이언쓰론', '해리포터:호그와트 미스터리' 등을 출시했지만 시장의 이목을 사로잡지는 못했다. 출시를 계속 미뤄온 '블레이드앤소울 레볼루션'만 지난달 출시돼 매출 순위 최상단에 자리한 상황이다.
엔씨는 지난해 신작을 단 하나도 출시하지 않았다. 엔씨는 2017년 6월 출시한 '리니지M'이 매출 순위 1위 자리를 놓치지 않으며 성공적으로 모바일 게임 시장에 진출했다. 이후 '블레이드앤소울', '아이온' 등 엔씨 대표 지식재산권(IP)이 모바일로 출시될 것으로 예상됐지만 엔씨는 기존 게임의 대규모 업데이트에 집중하며 조용한 한해를 보냈다. 증권가는 리니지M 출시 초 일매출을 약 70억원까지 예상했으나 현재는 게임의 하향 안정화로 일매출 약 23억원 수준을 예상한다. 이문종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리니지M은 꾸준한 업데이트로 일매출 23억원 수준을 유지할 것"이라며 "다른 회사의 대작 대규모다중접속역할수행게임(MMORPG) 출시로 모바일 MMORPG에 대한 피로감이 확인됐다"고 말했다.
국내 게임업계가 고대하던 중국 진출도 연이어 막히고 있다. 국내 게임이 마지막으로 중국 진출에 성공한 사례는 2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지난 2017년 2월 스마일게이트의 '크로스파이어 모바일' 이후 중국 판호(서비스 허가권)를 발급받은 사례는 한건도 없다. 이미 준비한 게임이 변화한 현지 시장 환경을 따라가지 못해 진출 후에도 성공을 장담할 수 없는 문제도 있다. 넷마블은 리니지2 레볼루션 중국 진출을 위해 거듭 문을 두드렸지만 지난해에도 판호 발급 지연으로 진출에 실패했다. 엔씨는 일본, 중국 등 해외 서비스용 리니지M 글로벌 버전을 개발 중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이용 주기가 짧은 모바일 게임 특성상 시장 환경에 맞춰 들어가야 하는데 중국 시장 문이 오랫동안 닫힌 탓에 계획을 일부 수정해야 할 위험이 있다"고 말했다.
국내 게임사가 사활을 거는 중국은 게임업계 최대 수출 시장 중 하나다. 한국콘텐츠진흥원의 '2018 글로벌 게임산업 트렌드'에 따르면 중국은 게임 시장 규모 344억달러(약 38조8700억원)로 규모 1위를 차지했다. 57억6400만달러인 한국 게임 시장의 약 6배 규모다. 넥슨 '던전앤파이터(던파)'나 스마일게이트 '크로스파이어' 등은 중국 시장에서의 성공으로 연매출 1조원을 거둬들이는 것으로 알려졌다. 게임업계 관계자들은 "중국 시장은 글로벌 최대 시장으로 국내 게임사가 절대 포기할 수 없는 시장 중 하나"라고 입을 모은다.
넥슨은 3N 가운데 유일하게 지난해 매출 성장이 기대되는 회사다. 일본 상장사인 넥슨은 지난해 말까지 매출 약 2500억엔(약 2조5780억원)을 기록해 전년 동기 대비 약 12.2% 성장을 전망했다. 영업이익 역시 1000억엔(약 1조300억원)을 기록해 업계 최초 영업이익 1조 클럽 달성을 목전에 두고 있다. 중국 던파 등 해외 매출 성장이 뒷받침했다. 지난해 3분기까지 넥슨의 누적 해외 매출은 1조5000억원을 넘어섰다.
그러나 이러한 실적에도 창업주의 지분 매각이라는 예상치 못한 외부 소식에 흔들리는 중이다. 넥슨 지주사 NXC의 김정주 대표는 자신과 특수관계인 등이 보유한 NXC 지분 전량 매각을 추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김 대표는 "넥슨을 경쟁력 있는 회사로 만들 여러 방안을 숙고 중"이라고 발표해 매각설을 부인하지 않았다. 인수회사로는 텐센트, EA 등 글로벌 게임 회사들이 언급되는 중이다. 이에 넥슨 노동조합 '스타팅포인트'는 "직원과 사회에 대해 책임감 있고 분명한 의지를 표현하라"고 회사 측에 요구한 상황이다.
김정주 대표는 지난 1994년 넥슨을 창업해 ▲바람의 나라 ▲크레이지 아케이드 ▲던전앤파이터 등 국내외 대표 넥슨 게임을 배출했다. 게임업계는 산업 성장이 정체기에 들어서자 김 대표가 회사를 매물로 내놓았다고 추측한다. 업계 관계자는 "국내외 상황이 어렵지만 창업자가 회사를 매물로 내놓는 것은 이 산업을 포기한다는 선언과 같다"며 "넥슨이 국내 산업에 미치는 영향력이 큰 만큼 충격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김동현 기자 esc@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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