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수중건설로봇 '3총사'…25억달러 세계 시장에 '출사표'
KIOST, 아시아 최초 500m 실증실험 성공…매년 100억원 비용 줄여
2019-01-20 20:00:00 2019-01-20 20:00:00
[뉴스토마토 이해곤 기자] "이제 수중건설로봇이 물 속으로 들어갑니다. 로봇은 최대 수심 2500m까지 내려가 작업을 합니다."
 
푸른 바다가 보이는 경북 포항의 한국해양과학기술원(KIOST) 수중로봇복합실증센터. 지난 17일 이곳에서는 '수중로봇 연구개발(R&D)사업의 성과보고회'가 열렸다. 
 
센터 본관으로 들어서면 커다란 수조 가장 먼저 보인다. 가로 35m, 세로 20m, 깊이 9.6m에 이르는 수조 위에는 노란 수중로봇이 하나 떠 있다. 로봇은 크레인에 실려 수조 중앙으로 이동하더니 이내 물 속으로 들어간다. 추진기를 돌리자 거대한 물보라를 일어나며 로봇이 작동을 시작했다.
 
지난 17일 한국해양과학기술원(KIOST) 수중로봇복합실증센터에서 수중 건설 로봇인 'URI-T'가 시연을 하고 있다. 사진/이해곤 기자
 
바로 한국해양과학기술원(KIOST)가 순수 우리 기술로 개발한 'URI-T'다. 무게 20톤으로 최대 2500m 심해에서 해저 케이블을 매설하거나 중량이 큰 구조물을 설치할 수 있다. 뿐만 아니라 수압을 일으켜 해저 진흙이나 뻘을 제거하는 작업도 가능하다.
 
KIOST가 개발한 로봇은 이 뿐만이 아니다. 수조 한켠에 떠 있던 작은 로봇인 'URI-L'은 경작업용이다. 마찬가지로 2500m까지 내려갈 수 있으며 수중환경조사나 수중 구조물 시공 및 작업지원, 유지 보수 작업을 할 수 있다. 
 
로봇 3총사 가운데 가장 큰 'URI-R'은 마지막으로 개발에 성공했다. 굴착기를 탑재한 30톤 무게의 대형급인 'URI-R'은 500m 심해의 단단한 지반에서 암반을 파쇄하고 지반을 고르는 작업에 투입된다. 
 
한국해양과학기술원(KIOST)이 개발한 30톤급 'URI-R'. 굴착기를 장착해 단단한 지반을 파쇄할 수 있다. 사진/이해곤 기자
 
KIOST는 2013년부터 '해양개발용 수중건설로봇 개발사업'을 추진했다. 연구개발 6년만에 걸음마 단계였던 국내 수중건설로봇 기술을 한 단계 끌어올렸고, 민간기업에 기술을 이전해 상용화도 목전에 두고 있다. 
 
시장 조사기관인 'Markets and Markets Analysis'에 따르면 세계 무인수중로봇 시장은 2017년 17억7000달러 규모에서 매년 급성장해 2022년에는 24억9000만달러에 이를 전망이다. 특히 해양 플랜트와 해양에너지, 이산화탄소 해양 포집 및 저장 장치 등 해양 구조물 건설에 대한 수요가 늘어나는 상황이어서 시장은 한층 더 성장할 가능성이 높다. 한국은 URI 로봇 개발 성공으로 현재 수입에 의존하고 있는 장비 시장에서 연간 100억원 이상의 비용 절감이 가능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한국해양과학기술원(KIOST)이 개발한 경작업용 수중건설로봇 'URI-L'. 사진/이해곤 기자
  
장인성 KIOST 수중건설로봇사업단장은 "기술 이전을 통한 시장활성화로 2030년 세계 무인수중로봇 시장에서 점유율 5%만 달성해도 수출로 연간 1250억원 이상의 경제적 파급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우수한 기술력도 국내 수중건설로봇의 전망을 더욱 밝게 한다. KIOST는 수중건설로봇의 팔, 암반파쇄 장치, 수중카메라, 자동화 항법 기술에 대해 지난해 동해 수심 500m에서 실시한 실증실험을 모두 성공했다. 아시아에서는 최초 기록으로 우리 기술의 우수성을 알리는 계기가 됐다는게 연구원의 설명이다. 로봇 개발 사업 총 예산인 814억8000만원 가운데 일반 기업들이 131억8000만원을 투자한 것도 이런 우수 기술에 대한 믿음이 있기 때문에 가능했다.
 
하지만 세계 시장을 공략하기 위해서는 과제가 많다. 작업 실적이 있어야 시장의 문을 두드릴 수 있기 때문이다. 장 단장은 "로봇 3총사를 자동차에 비유하면 이제 설계를 마치고 시운전을 해본 상태"라고 설명했다. 그는 "자동차를 개발하고 트랙을 한 두번 돌아본 것 만으로는 시장에 내놓을 수 없다"며 "트랙을 수백, 수천 바퀴의 돌고 실제 도로에서도 달린 기록이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로봇을 활용할 수 있는 테스트베드를 확보하고 실적을 쌓는 것이 선결 과제라는 얘기다. 이를 위해 KIOST는 기술 이전 기업들과 함께 로봇 3총사의 실제 작업 현장 투입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실제 해역에서 실증실험이 진행 중인 'URI-T'(위)와 'URI-T'. 사진/한국해양과학기술원
 
이미 입증한 기술력을 바탕으로 성과도 속속 나오는 중이다. 우선 제주 해역 해상풍력 건설공사를 진행 중인 대림개발에서 긍정적인 답변이 왔다. 해상풍력을 통해 생산된 전기를 육지로 이송하는 전선과 앵커 케이블 매설 공사에 URI를 활용하고 싶다는 요청이다. 이에 KIOST는 이르면 내년 로봇 3총사를 투입할 방침이다.
 
장 단장은 "기술을 개발해도 사장되는 경우가 많은 것은 실적을 쌓지 못했기 때문"이라며 "일반 기업을 비롯해 특히 공공기관에서 국내 기술을 우선 활용할 수 있는 여건 마련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는 부처와 관계기관들이 나서야 한다는 주문이 나오는 이유다. 건설 구간 일정 부분에서 기술을 사용될 수 있게 하는 등 시험이 가능한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는 의미다. 실적이 쌓이면 자연스럽게 노하우가 더해져 국내는 물론 글로벌 시장에서도 경쟁력을 가질 수 있어서다. 
 
포항=이해곤 기자 pinvol1973@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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