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재영 기자] 유가는 벌써 내렸는데 해외건설 중동 발주시장은 잠깐 빛도 못봤다. 올들어 해외수주가 눈에 띄게 감소한 가운데 특히 대중동 시장 부진이 이어지고 있다. 유가가 80달러대까지 오르다가 최근 50달러대에 머물면서 산유국 재정 악화에 따른 발주 감소 우려가 재차 고개를 드는 형국이다. 중·미 무역분쟁과 유럽 브렉시트 등 글로벌 경기침체 가능성도 제기되는 상황이라 업황에 대한 불안감이 적지 않다.
현대건설은 지난 4분기 시장 예상을 하회하는 실적을 기록했다. 실적에 부정적 이슈는 주로 중동 현장에서 발생했다. UAE 해상원유처리시설과 쿠웨이트 자베르 코즈웨이에서 추가 원가가 발생했다. 미착공 중이던 베네수엘라 푸에르토 정유공장, 러시아 비료공장, 이란 캉간석유화학 단지는 수주잔고에서 빠졌다. 현대건설 관계자는 “공사가 막바지 단계인데 공정 자체가 까다로워 최종 준공 승인에 다소 시간이 걸리고 있다”라며 여타 국가는 이란제제, 베네수엘라 정치불안 등 현지의 특수한 사정이 작용했다고 설명했다.
해외건설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해외건설 수주액은 3년 만에 300억달러를 돌파하며 긍정적 평가를 끌어냈지만 베트남, 싱가포르, 러시아 등 신시장 덕분으로 중동지역 발주는 회복이 더뎠다. 올 들어 중동지역 발주 환경은 유가하락 등 더욱 상황이 나빠져 걱정을 키운다.
올들어 28일까지 수주금액은 전년 동기간보다 78% 감소한 7억달러에 그쳤다. 수주 건수(22건)도 60% 줄었다. 진출국가와 진출업체수도 40% 안팎의 감소세를 보인다.
업체별로 지난해 성적이 좋았던 GS건설을 비롯해 포스코건설, 하이엔텍 등이 개선된 실적을 보일 뿐 나머지 다수는 실적이 저조하다. 합작 사업 형태가 많은 현대엔지니어링과 현대건설은 동반 부진한 모습이다. 국가별로는 싱가포르가 이달 해외실적을 견인하는 가운데 베트남은 다소 주춤하다. 주요 시장인 미국과 중국도 공사 계약액이 줄었다. 무엇보다 사우디아라비아, 이라크, UAE 등 중동 시장 발주가 대폭 감소했다.
부동산 관련 전방위 대출 규제 등으로 국내 주택시장 침체가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이같은 해외시장 위기신호는 국내 거시경제 우려까지 키운다. 업계 관계자는 “세계적으로 경기가 나쁠 때는 정책적 부양 수단으로 건설업을 적극 활용해왔다”라며 “하지만 부동산 전방위 규제가 지속되면서 그런 기대감을 갖기도 힘들다. 새해 경제 살리기가 우선이라면 효과가 확실한 부양책이 필요하다”라고 말했다.
이재영 기자 leealive@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고재인 산업1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 맛있는 뉴스토마토, 무단 전재 -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