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재홍 기자] 국내 자동차 업계가 연이은 악재들로 인해 위기가 심화되고 있다. 노사 갈등을 비롯해 통상임금, 구조조정 등 해결이 어려운 사안들에 경쟁력 약화가 겹치면서 총체적 난국에 빠졌다는 의견도 나온다.
21일 업계에 따르면 22일 오후 기아자동차의 통상임금 2심 판결이 나올 예정이다. 지난 2017년 8월말 1심에서는 노조가 청구한 금액 1조926억원 중 4223억원을 통상임금으로 인정했고 기아차는 9777억원의 충당금을 쌓았다. 업계에서는 최근 통상임금 관련 신의성실 원칙을 좁게 해석하고 있고 1심에서 노조가 일부 승소했다는 점에서 2심도 비슷한 결과가 나올 것으로 보고 있다.
현대·기아차가 국내외에서 리콜 논란에서 헤어나오지 못하고 있는 점도 악재다. 검찰은 전날 세타2엔진 결함을 은폐한 의혹을 받는 현대·기아차를 압수수색했다. 앞서 YMCA 자동차안전센터는 2017년 4월 세타2 엔진의 제작 결함과 관련해 결함 가능성을 은폐했다면서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 등을 고발했다.
현대·기아차는 지난달 미국에서 연료 파이프 결함 등으로 16만8000대 리콜 방안을 발표했다. 지난해 11월 미국 도로안전교통국(NHTSA)은 현대·기아차가 같은해 5월 세타2 엔진 결함 문제가 드러난 차량 170만대의 리콜을 진행했지만 연료 파이프가 잘못 설치됐거나 손상을 입을 수 있어 추가 리콜을 명령한 바 있다.
20일 검찰이 현대차그룹을 압수수색하는 모습. 사진/뉴시스
임은영 삼성증권 연구원은 "미국 시장에서 대규모 리콜 사례는 토요타 브레이크 리콜(12억달러·약 1조3500억원), 폭스바겐 디젤게이트(43억달러·약 4조8000억원) 등이 있다"면서 "현대·기이차의 리콜 대수는 두 사례와 비교해 상대적으로 적고, 인명사고도 없어 벌금 규모는 2000억~3000억원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이어 "국내에서는 징벌적 손해배상제도가 없어 비용발생 규모는 미미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또한 현대·기아차 노조는 20일 광주형 일자리 철회를 위해 3년간 투쟁하겠다는 방안을 밝혔으며, 상여금을 통상임금에 반영해야 최저임금 사안에 협의하겠다는 입장이다. 현대·기아차가 최저임금 위반을 피해 기본급을 올려야 한다면 경영 부담은 더욱 커질 전망이다.
르노삼성은 지난해 7월 시작된 임단협 협상이 끝날 기미가 보이지 않고 있다. 오히려 지난해 10월부터 노조는 36차례 136시간 부분파업을 단행했고 22일도 부분파업을 할 예정이다. 강성 노조 집행부가 들어서면서 교섭 타결이 더욱 어려워 졌다는 게 업계 분위기다. 현재까지 노조 파업으로 인한 피해규모는 1400억원 정도로 추산된다.
이달 초 로스 모저스 르노그룹 제조총괄부회장이 노조 파업으로 인해 후속 물량 배정에 대한 논의를 하기 어렵다고 경고했지만 파업이 계속 진행되면서 오는 9월 만료되는 닛산 로그의 대체 물량을 확보하기 어려워진 상황이다. 사측은 현재도 물량 배정이 불투명하기 때문에 임단협을 마무리 지어야 한다는 입장인 반면, 노조는 최근 3년간 무분규 타결을 통해 양보한 만큼 이번에는 요구안을 관철시켜야 한다는 방침이다.
업계 관계자는 "올해 신규 물량을 확보하지 못할 경우 르노삼성 부산공장은 2교대에서 1교대로 전환되면서 30% 정도 구조조정이 진행될 수 있다"고 말했다. 부산공장 가동률은 지난해 98%에서 70%대, 협력업체는 60%대로 하락하면서 협력업체 줄도산까지도 우려되고 있다.
르노삼성 부산공장 모습. 36회 부분파업에 피해규모는 1400억원 정도로 추산된다. 사진/뉴시스
한국지엠은 지난해 철수설 및 구조조정 여파로 인한 신뢰도 하락으로 판매량 회복을 좀처럼 이루지 못하고 있다. 지난해 4월 말 경영정상화 합의 이후 '스파크', '이쿼녹스', '말리부', '카마로' 등을 시장에 내놓았지만 판매 실적은 오히려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쌍용차는 올해 1월 출시된 '렉스턴 스포츠 칸'의 반응이 좋고 오는 26일 신형 코란도를 선보일 예정이다. 하지만 지난해 4분기까지 8개 분기 연속 적자를 기록하고 있고 해고자 복직에 따른 비용도 부담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또한 최종식 대표가 다음달 말 물러나면서 리더십이 바뀌는 것도 변수로 꼽힌다.
업계 관계자는 "르노삼성은 현재 노사 갈등 국면이 계속 이어진다면 심각한 위기 상황에 처할 것"이라면서 "한국지엠은 브랜드 신뢰도 하락과 애프터서비스(AS) 등이 제대로 이뤄지지 못할 것이라는 우려가 영향을 미치고 있어 판매회복이 쉽지 않다"고 지적했다.
다른 관계자도 "반도체 등을 제외한 전반적인 업종에서 업체들이 어려움을 겪고 있다"면서도 "특히 자동차 분야는 고임금 저효율 구조가 고착화되면서 경쟁력 자체가 낮아진 게 위기의 근본 원인"고 말했다.
김재홍 기자 maroniever@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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