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지 사각지대' 플랫폼 노동)①"우리는 제도권 밖 노동자…플랫폼 사업자, 노동자 지원책 절실"
앱 통해 일거리 받는 플랫폼노동 급증
플랫폼노동자 "노동자 수익 챙기는 플랫폼 사업자, 책임 부담해야"
2019-02-26 06:00:00 2019-02-26 06:00:00
플랫폼노동이 일상 속을 파고들며 규모를 키우고 있다. 플랫폼노동이란 스마트폰 앱 등을 통해 일거리를 받아 수익을 얻는 형태의 노동을 말한다. 흔히 사용하는 대리·택시 호출앱이나 배달앱 등이 노동 수요자와 공급자를 연결하는 플랫폼 역할을 한다. 일반 이용자의 일상 속 노동 고충을 덜며 플랫폼 사업자의 규모는 커졌지만 정작 플랫폼에 속박된 노동자들은 어려움을 호소하는 중이다. 플랫폼노동 현장의 애로사항을 짚어보고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어떤 지원책이 필요한지 살펴본다.(편집자)
 
[뉴스토마토 김동현 기자] 지난 20일 서울시 마포구 휴서울이동노동자 합정쉼터에서 만난 이상국 한국대리운전협동조합 총괄본부장은 현재 대리기사들이 처한 실태를 설명하며 사업자 책임을 강조했다. 이 본부장은 "카카오가 대리기사에게 업무지시를 하지만 대리기사에 대한 책임은 지고 있지 않다"며 "시장 진입 초기 이어지던 기사와의 대화도 단절된 상황"이라고 말했다. 대리기사가 카카오의 업무지시를 받으며 활동하는데 정작 카카오는 대리기사 처우 개선에 나서지 않는다는 주장이다. 그는 카카오 수익 창출에 대리기사 노동이 투입됐지만 정작 회사는 대리기사 목소리를 듣지 않는 불통이 이어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카카오, 업무지시 하는데 책임은 안져…기사와 소통해야"
 
카카오모빌리티는 지난해 11월 대리기사에게 우선 콜 배정권을 주는 '프로서비스'를 출시했다. 대리기사가 월회비 2만원을 내면 콜 우선권을 얻는 유료 정책이다. 이 본부장은 이 서비스가 치열한 경쟁에 놓인 대리기사에게 공포감을 조성하는 정책이라고 비판했다. 프로서비스를 이용하지 않으면 다른 기사보다 뒤처지고 결국 시장에서 퇴출당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는 "대리기사는 이미 무한경쟁에 놓여있다. 이 공포를 조장해 수익을 챙기겠다는 것"이라며 "카카오가 처음 시장에 진입하며 유료 정책을 도입하지 않겠다는 약속을 저버렸다"고 말했다.  
 
카카오와 대리기사의 소통도 유명무실한 상황이다. 이 본부장 설명에 따르면 카카오모빌리티는 대리 서비스 초반 자문위원을 구성해 약 1년여간 대리기사와 소통했다. 그러나 대리기사 노조는 자신들의 의견이 전혀 반영되지 않는다고 판단해 자문위원회를 탈퇴했다. 일례로 카카오 드라이버앱을 켜면 주변 대리기사의 위치가 모두 나오는데 이러한 시스템은 대리기사 입장에서는 도움이 되지 않는 기능으로 뺄 것을 요구했지만 시스템 개선이 이뤄지지 않았다. 또 대리기사 간 소통할 수 있는 시스템을 요구하자 카카오는 게시판 기능을 신설했다. 그러나 운전하기 바쁜 기사 입장에서 글 하나하나를 읽기는 무리라는 것이 대리기사의 설명이다. 프로서비스 개시 전에도 회사가 노조를 찾아오긴 했지만 사실상 '일방적 통보'였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카카오모빌리티는 자문위에 참여한 대리노조와 현장 기사들 간 의견차가 벌어져 상호 협의 하에 해체했다고 설명했다.
 
서울노동권익센터에 따르면 서울 대리운전기사의 월평균 수입은 약 185만원으로 200만원이 채 되지 않는다. 여기에 기본 수수료 20%와 호출 프로그램 사용료, 보험료 등을 제외하면 월평균 순수입은 약 152만원에 불과하다. 대리운전기사의 평균연령은 51.5세이고 전업 운전자가 67%를 차지한다. 부업으로 대리운전기사를 한다는 인식과 달리 상당수가 생계형 일자리로 대리운전기사 활동을 하는 셈이다. 이 본부장은 "대리 기사를 부업으로 한다는 인식이 있지만 자영업 등 경제활동을 전개하다 밀려나며 마지막으로 선택하는 직군이 대리기사"라며 "내부에서는 사회 안전판이라고 하지만 정부나 플랫폼 사업자가 대리기사 직군을 인정하지 않고 사회안전망을 만들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법 보호 못받는 라이더들…'라이더유니온', 5월 국회·청와대서 설립 선포"
 
배달의민족, 요기요 등 소비자주문중개·배달대행앱을 통해 일거리를 받아 노동하는 배달 라이더는 개인사업자라는 이유로 사회안전망의 보호를 받지 못하고 있다. 이는 대부분 플랫폼 노동자에 해당하는 사항으로, 노조 결성·가입, 고용·건강보험 등 4대 보험 적용 등에서 배제되고 있는 게 현실이다. 배달대행 기사는 특수고용직이 인정돼 산재보험 혜택을 받을 수 있지만 산재라는 사실을 증명해야 하는 어려움으로 가입률이 저조하다.
 
지난 23일 만난 박정훈 라이더유니온 준비위원장은 노동자에 대한 플랫폼 사업자의 책임있는 행동을 요구했다. 그는 플랫폼 사업자에 매출 기준 과세를 통해 사업자가 고용·산재보험료를 부담하게 하는 방식을 제안했다. 박 위원장은 "플랫폼노동 특성상 노동자가 앱 접속을 지속해서 유지하기 어려워 시간·노동자수에 비례한 과세는 힘들 것"이라며 "라이더 한명의 배달이 회사 매출에 직결되는 만큼 사업자도 사회안전망에 대한 책임을 나눠서 져야 한다"고 말했다.
 
서울노동권익센터 '서울지역 음식배달 종사자 노동실태조사'에 따르면 배달 노동자의 약 30%가 40대로 구성됐고 주중 1일 평균 근로시간은 9.65시간이었다. 1개월 평균 임금은 212만원이었다. 이는 주중 근로시간이 40시간이 넘는다는 점을 고려하지 않고 응답자의 임금을 평균 계산한 값이다. 보고서는 배달앱 기반 배달종사자의 처우에 대해 "호출건수에 따른 성과계약으로 장시간 근로와 속도·신호 위반 등 안전상 위험에 처했다"며 "상해·산재보험도 일부만 제공받아 사고가 발생하면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평가했다.
 
최근 이러한 문제점이 커지면서 노동자들 사이에서 이를 개선하기 위한 움직임도 나타나고 있다. 박 위원장을 비롯한 배달 라이더들은 힘을 합쳐 오는 5월1일 근로자의날에 라이더유니온을 설립한다. 이날 서울시 영등포구 국회에서 출발해 청와대까지 오토바이 행진을 진행할 계획이다.
 
김동현 기자 esc@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나볏 테크지식산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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