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르셀로나=뉴스토마토 이지은 기자] "풍선 가득한 호텔방에서 생일파티를 하고 싶다고요? 가상현실(VR) 기기 쓰고 생일파티 장소를 디자인해보세요"
25일(현지시간)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열린 MWC 2019 홀3에 위치한 SK텔레콤의 5세대(5G) 커넥티드 e스페이스. HTC 바이브(VIVE)의 VR 기기를 착용하자 눈앞에 그랜드 워커힐 서울이 나타났다. 한쪽 손에 센서를 쥐고 호텔 프론트를 향하자 어떤 방을 원하는지 물었다. 큰맘 먹고 친구들과 생일파티를 하기 위해 스위트룸을 선택했다. 이제 묵을 방을 꾸밀 차례다. 호텔방 안으로 이동했다. 손을 움직여 눈앞에 펼쳐진 꽃병, 화분, 풍선을 선택했다. 테이블 위에 꽃병을 놓고, 천장에는 풍선을 잔뜩 달아놨다. 꽃병과 풍선으로 꾸민 호텔방을 예약하기 위해 눈을 두리번거리자 사이드 캘린더 메뉴가 나왔다. 원하는 날짜를 예약했다. 생일파티 준비 끝이다. 이제 꽃병과 풍선으로 꾸민 객실에 묵을 수 있다. 호텔 내 식당의 선호하는 자리도 예약할 수 있다.
한 관람객이 25일(현지시간) MWC 2019 SK텔레콤 부스에서 e스페이스를 체험해보고 있다. 사진/이지은 기자
가상현실이 아니다. 실제의 공간을 그대로 복제한 가상공간이다. 5세대(5G) 통신의 초고속·초저지연·초연결을 이용해 전혀 다른 공간으로 순간 이동할 수 있다. 호텔 배경이 된 그랜드 워커힐 서울과 최대한 동일하게 재현하기 위해 1000여장이 넘는 사진이 사용됐다. SK텔레콤은 e스페이스(Space)라는 프로젝트 이름으로 공간을 만들어 팔려는 비즈니스 모델(BM)을 기획했다. 회사 관계자는 "이번 MWC에서 선보인 e스페이스는 바이브 VR기기를 기반으로 가상공간을 만들었지만 향후 다양한 제조사들의 VR기기에 적용하도록 가상공간을 만들 수 있다"고 말했다. 가상공간 안에서 내비게이션을 따라 이동하거나 전혀 다른 공간으로 순간 이동도 할 수도 있다.
가상공간은 무한대로 만들 수 있다. SK텔레콤은 5G 대중화에 맞춰 가상공간을 커머스·교육·엔터테인먼트 등 다양한 분야에 활용할 계획이다.
특히 SK텔레콤은 티맵(T맵)과 e스페이스 프로젝트의 연계도 고려하고 있다. 티맵은 SK텔레콤이 보유한 내비게이션 애플리케이션이다. 가령 현재 티맵으로 길 찾기는 위치기반서비스(GPS)로 구현되는데 GPS가 연결되지 않은 실내에서는 길을 찾을 수 없다. SK텔레콤은 GPS가 연결되지 않은 실내를 가상공간으로 만들어 대형쇼핑몰이나 공항 등에서도 길찾기 정보에 따라 원하는 곳까지 길을 찾아 주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가령 스타필드몰에서 약국을 찾는 것이 가능해진다는 얘기다. 티맵과의 협업은 내년을 목표로 하고 있다.
만약 가상공간과 티맵의 결합이 현실화된다면 티맵은 단순 내비게이션이 아닌 공간 플랫폼으로 퀀텀점프가 가능해진다. SK텔레콤 관계자는 "VR에서 가상공간으로 진화했고, 공간을 만드는 비즈니스 모델로 만들어가고 있다"고 말했다.
바르셀로나=이지은 기자 jieunee@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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