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세연기자] 외환시장이 1년7개월만에 최저치로 떨어지며 들썩이고 있다.
재정적자 위기에 놓인 그리스에 대한 유럽각국의 지원과 함께 중국의 위안화 절상이 조만간 이뤄질 것이라는 전망이 시장에서 흘러나오며 외환시장에서 대규모 달러 매도가 이뤄졌기 때문이다.
시장에서는 정부의 개입가능성을 주목하며 하락세가 주춤하고 있지만 외국으로부터의 달러 매도는 당분간 지속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국내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의 하락을 불러온 가장 큰 이슈는 같은 경상수지 흑자국으로 위안화 절상에 따른 한국 등 이머징 국가의 동반 통화 절상 가능성이다.
◇ 위안화, 결국 절상되나
미국은 지난해말부터 대중국무역적자에 따른 글로벌 불균형 문제를 이유로 중국에 대한 위안화 절상을 지속적으로 요구해왔다.
국제통화기금(IMF)의 경우 위안화가 20%절상될 경우 미국의 성장률은 1%포인트 가량 상승할 수 있다고 주장하는 등 미국의 입장에서는 위안화 절상이 자국의 성장률 회복의 열쇠인 셈이다.
하지만 원자바오 중국 총리를 비롯한 중국정부는 환율문제를 '주권' 문제로 인식하며 미국의 요구를 일축했다.
현재 미국 정부는 중국과의 협상여지를 남겨둔 채 위안화 절상을 이끌어낸다는 목표점 도달을 위해 내부적 반대에도 불구하고 이달 예정이던 중국에 대한 환율조작국 지정을 잠정 연기했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 한 연구원은 "오는 12일부터 미국 워싱턴에서 열리는 핵안보정상회의 참석을 위해 미국을 방문하는 후진타오 주석도 기존의 절상 불허 방침과는 달리 미국정부에 절상 관련 깜짝 선물을 내놓을 수도 있을 것"이라는 전망을 내놨다.
중국내부에서도 대규모 무역수지 흑자와 환차익을 노린 국제 투기자금 유입 등 과열된 유동성 증가를 해결하고 물가상승과 자산버블 확대를 막기 위해 결국 위안화 절상이라는 카드를 사용할 수 밖에 없다는 게 대부분 전문가의 지적이다.
◇ 위안화, 페그제로 단계적 절상
지난 2008년 금융위기 이후 6.89위안 수준에서 머무르고 있는 달러대비 위안화의 절상은 2006년이후 약화된 중국의 수출을 더욱 위축시켜 내수회복을 가로막을 수 있다는 점에서 적정한 폭을 산정하기가 어려운 문제인 것은 사실이다.
자칫 지난 2007년 처럼 절상을 통한 중국으로의 핫머니 유입은 중국내 버블경제를 더욱 가속화 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한 시장 전문가는 "현 시점에서의 위안화 절상은 절상에 따른 대내외적 효과가 그다지 크지않기 때문에 지난 2005년부터 2007년사이에 지속된 절상수준을 다시금 추진하긴 어려울 것"이라며 "미국 입장에서도 중국이 보유한 미국국채를 감안하면 큰 폭의 절상압력을 행사하긴 어려울 것"이라고 분석했다
JP모건 등 해외 주요 금융기관들도 위안화 환율이 급격한 인상보다는 단계적 인상을 거듭해 올해말 3~5%수준에 달할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다.
종합해 보면 위안화의 인상수준은 기존 고정환율제 방식인 페그제(Pegged exchang rate)를 통해 소폭의 환율변동폭을 정해 매일매일 일정부분 확대해나가는 방식으로 추진되고 연간 인상폭은 3~5%내외에 그칠 것이라는 분석이다.
여기에 8.7%였던 중국의 경제성장률이 오는 20일이후 발표되는 1분기 수출과 경제성장률 변화에 따라 얼마만큼의 회복세를 보일지도 중요한 변수로 작용할 것으로 예상된다.
◇ 위안화 절상..한국경제에 '악재'?
한국의 입장에서는 위안화 절상이 악재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
지난해 기준 수출의 23.9%이상을 차지하고 정보기술(IT)와 부품소재 수출의 절반 가량을 교역하고 있는 중국이 위안화를 절상하게 되면 한국은 최대 교역국인 중국으로의 수출경쟁력이 높아진다.
더 많은 수출이 가능해지고 선진국시장에서 중국보다 우위를 차지하고 있는 한국의 가전과 전자제품의 수출은 유리한 상황을 맞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이는 근시안적 시각이다. 한국으로부터의 중간재를 주로 수입하는 중국의 수출이 줄어들면 결국 한국으로부터의 수입도 줄어들 수 밖에 없는 연쇄반응을 나타날 수 있다.
위안화 절상에 따라 중국으로부터의 농산물 수입가격이 인상되면 국내 물가상승 압력으로도 작용해 한국내 물가 상승을 이끄는 악재가 될 수도 있다.
수출 경쟁력도 중간재를 제외하곤 주력 수출품인 자동차와 반도체의 경우는 중국과 제품 경쟁력이 크게 차이가 나기 때문에 위안화 평가에 따른 반사이익을 얻을 가능성도 낮아진다.
재정부 관계자는 "위안화의 평가절상이 점진적으로 이뤄진다면 위안화에 대한 원화의 영향이 달러화에 비해 커질 수 있어 원화의 평가절상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때문에 위안화와 원화가 동반절상되면 국내물가는 원화절상에 따른 하강 압력과 가격경쟁력 하락을 가져와 회복기에 접어든 우리경제 성장에는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전망이 우세하다.
뉴스토마토 김세연 기자 ehouse@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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