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최한영 기자]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10일 열린 노동당 중앙위 전원회의에서 미국에 대한 핵 관련 강경발언을 자제한 대신 '자력갱생'을 강조했다. 2차 북미 정상회담 결렬에도 불구하고 지난해 공포한 '경제건설 총력집중노선'에서 이탈하지 않겠다는 뜻을 내비친 것으로, 일단 좋은 조짐이라는 평가다.
조선중앙통신은 11일 김 위원장이 전날 조선노동당 위원장 자격으로 "자력갱생의 기치를 더욱 높이들고 나라의 자립적 경제토대를 강화하며 사회주의 건설을 다그치는 데서 나서는 중요한 문제들을 토의·결정하기 위해 당 중앙위원회 제7기 제4차 전원회의를 소집했다"고 보도했다. 중앙통신에 따르면 김 위원장은 2차 북미 정상회담의 기본취지와 노동당의 입장을 밝히고 "우리나라의 조건과 실정에 맞고 우리의 힘과 기술, 자원에 의거한 자립적 민족경제를 토대로 자력갱생의 기치 높이 사회주의 건설을 더욱 줄기차게 전진시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대북)제재로 우리를 굴복시킬 수 있다고 혈안이 되어 오판하는 적대세력들에게 심각한 타격을 줘야한다"고도 언급했다.
다만 미국을 향한 강경발언이나 핵 관련 언급은 없었다. 대신 자력갱생을 27차례나 언급하며 경제개발에 매진할 것을 주문했다. 김 위원장은 자력갱생과 자립적 민족경제가 국가의 '존망'을 좌우하는 생명선이라고 강조하며 "구호로만 들고 나갈 것이 아니라 발전의 사활적인 요구로 내세워야 하며 오늘의 사회주의 건설을 추동하는 실제적인 원동력으로 전환시켜야 한다"고 밝혔다.
김 위원장은 9일 정치국 확대회의에서도 '긴장된 정세'에 대처하기 위해 자력갱생 등의 정신을 높이 발휘할 것을 독려한 바 있다. 11일 우리의 국회 격인 최고인민회의 14기 첫 회의를 앞두고 연일 자력갱생을 강조한 것은 하노이 회담 결렬에 따른 제재 장기화에 대비하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이 10일(현지시간) 대북 제재해제에 있어서 '여지를 두고 싶다'고 말한 가운데 양측 모두 대화의지를 보인 것 아니냐는 해석도 있다.
대북제재 속에서도 외부요인과 무관한 자생적 시장경제화에 나서는 것이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김동엽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이제는 핵·경제 병진노선으로 돌아갈 수 없으며 결국에는 경제우선 전략을 지속하겠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노이 회담 결렬 후 한동안 대외활동을 자제하던 김 위원장은 이달 들어 삼지연군 읍지구건설현장·음료공장, 원산 갈마해안관광지구건설현장, 평양 대성백화점 현지지도에 연이어 나섰다.
이런 가운데 김 위원장이 11일 최고인민회의에서 어떤 대외메시지를 내놓았을지도 주목된다. 김 위원장이 최근 이틀 간 '전략적 노선'을 관철하기 위한 노력을 독려하고 '새로운 투쟁방향과 방도'를 토의·결정한 만큼 지난 2016년 내놓은 국가경제발전 5개년 전략목표 달성을 위한 과업 제시와 조직개편, 법령개정 등도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김 위원장의 지위를 놓고는 별다른 이변 없이 최고지도자 자리에 재추대됐을 것으로 보인다. 북한은 최고인민회의 회기와 국무위원장 임기를 같이가도록 하고 있으며 이에 따라 회기가 바뀔 때마다 최고지도자를 새로 뽑아야 한다. 김 위원장은 지난 2012년 4월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에 추대된 이래 주요 시점마다 최고지위에 추대됐다. '경제통'인 박봉주 내각 총리가 중앙위 부위원장으로 이동한 가운데 최고인민회의를 계기로 큰 폭의 주요 권력기관 인사가 단행됐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지난 10일 노동당 중앙위원회 본부 청사에서 '조선노동당 중앙위원회 제7기 제4차 전원회의'를 주재하는 모습. 사진/뉴시스
최한영 기자 visionchy@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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