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정기종 기자] 국내외 인보사 성분 결과가 다를 경우 더욱 미궁에 빠질 뻔했던 코오롱생명과학이 일단 한 고비는 넘겼다. 회사는 15일 국내에서 유통돼온 유전자 골관절염 치료제 '인보사'가 미국에서 임상 중인 제품과 마찬가지로 신장유래세포가 사용된 것으로 확인됐다고 밝혔다. 동시에 조사를 진행 중이던 식품의약품안전처 역시 같은 내용의 중간 결과를 내놓으며 코오롱생명과학이 주장해 온 비임상부터 상업화 단계까지 동일 세포를 사용했다는 주장이 힘을 얻게 됐다. 이번 이슈는 국내 바이오산업에 대한 국제적 신뢰 문제와도 연결될 수 있어 관심이 쏠리고 있다.
국내 유통 신약도 신장유래세포
코오롱생명과학은 이날 미국 바이오업체 릴라이언스에 의뢰해 진행한 유전자 분석 검사(STR검사) 결과, 인보사의 형질전환세포(TC) 성분이 지난 2004년 비임상 때부터 현재까지 신장유래세포(293세포)가 계속 사용된 것으로 확인됐다고 밝혔다. 코오롱생명과학과 별개로 자체 시험을 진행해온 식약처 역시 이날 같은 내용의 중간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인보사는 지난 2017년 세계 최초의 유전자 골관절염 치료제로 허가를 받은 국산 신약 29호 의약품이다. 지난해 196억원의 생산실적을 기록하며 국내 처방에 이어 세계 최대 의약품 시장인 미국 진출을 위해 최근 현지에서 임상 3상을 진행해 왔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개발사 코오롱티슈진이 제품 주성분 가운데 하나인 형질전환세포(TC)가 당초 알려진 연골유래세포가 아닌 신장유래세포(293세포)인 것으로 확인하며 논란이 시작됐다.
이를 확인한 코오롱생명과학은 해당 내용을 식약처에 보고했고, 식약처는 지난달 31일 인보사의 판매 및 유통을 전면 중지했다. 이후 '어디서부터 세포가 바뀌었는가'의 여부는 인보사의 시장 퇴출에 가장 중요한 이슈로 떠올랐고, 오랜 시간 공들인 국산신약의 허가 취소와 기업 신뢰도의 회복할 수 없는 타격 위기에 몰렸던 코오롱 측은 이번 조사결과로 한숨 돌릴 수 있게 됐다.
뿐만 아니라 비록 초기 단계 세포 명칭의 혼동은 있었지만 동일한 세포를 지속적으로 사용해 온 만큼 허가 품목변경 정도로 이번 사태를 매듭짓고자 하는 코오롱의 목표 역시 청신호를 밝힐 수 있게 된 셈이다. 다만 추가 조사를 통해 세포가 중간에 뒤섞였거나, 세포가 바뀌는 과정에서의 고의성이 발견됐을 시 등의 품목허가 취소 가능성은 여전히 남아 있다. 당장 임상이 중단된 미국 임상의 재개 시기와 여부 역시 불투명한 상태다.
코오롱생명과학 관계자는 "이번 시험 결과를 식품의약품안전처에 전달했으며, 향후에도 자료요청 등에 투명하고 성실히 임해 빠른 시일 내 환자분들의 불안을 해소시키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식약처 경위조사·행정처분 관심
식약처는 이후 현재 시판 중인 제품 2액의 주성분이 연골유래세포에서 신장세포로 바뀐 경위 및 이유 등에 집중해 추가 조사를 실시하고, 개발사인 미국 코오롱티슈진 등에 대한 현지실사를 통해 최초 개발단계부터 신장세포였는지 여부 등을 확인한다는 계획이다.
이를 위해 코오롱생명과학에 2액 주성분이 신장세포로 바뀐 경위와 그 과정을 입증하는 과학적 근거를 비롯해 △2액 주성분이 신장세포로 바뀌었으나 이를 연골세포라고 허가신청한 경위 △당초 연골세포로 생각되었던 2액 주성분에 대한 최초의 개발계획 △2액 주성분의 제조·생산·확인과 관련된 일체의 자료 △독성시험 등의 결과가 연골세포에 대한 것인지, 신장세포에 대한 것인지 등을 요청한다.
자체 시험검사 결과와 코오롱생명과학이 제출한 자료 및 미국 현지실사 결과 등을 종합적으로 판단해 사실관계를 명확히 확인하고 그에 상응하는 조치를 취한다는 계획이다. 이달 중순부터 다음달 말까지 식약처 차원의 자체 시험검사 역시 실시해 코오롱생명과학 주장의 사실여부 규명에도 나선다.
특히 이미 인보사를 투여 받은 환자가 다수 존재하는 만큼 안전 확보 차원의 투여환자 특별관리 및 장기추적 조사를 실시한다. 이를 위해 한국의약품안전관리원을 통해 그동안 투여 환자의 병력 등 관련 자료를 분석해 연내까지 이상반응을 파악한다. 또 인보사를 특별관리 대상으로 지정해 투여환자를 위한 전담 소통창구 운영에 나선다. 현재까지 인보사 투약 이후 심각한 부작용 사례는 보고되지 않은 상태다.
또 인보사 사태와 같은 논란의 재발 방지를 위해 향후 유전자 치료제 허가 신청 시 연구개발과 제조 등에 사용된 모든 세포에 대한 유전학적 계통검사(STR) 결과를 의무적으로 제출하도록 하고, 허가 과정에서의 중요한 검증요소는 식약처가 교차 검증해 세포의 동일성을 확인하기로 했다.
식약처 관계자는 "이번 사건을 계기로 유전자치료제 등 첨단바이오의약품에 대한 관리 제도를 개선하기로 했다"라며 "허가 전부터 세포관리를 강화하기 위해 '인체세포 등 관리업'을 신설해 세포의 채취부터 처리·보관·공급에 이르기까지 단계별로 안전 및 품질관리기준을 마련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지난 1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코오롱생명과학 골관절염 치료제 판매중단 관련 기자간담회에 참석한 이우석 대표이사가 고개 숙여 사과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정기종 기자 hareggu@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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