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최유라 기자] 일본을 시작으로 유럽연합(EU) 등 주요 조선국가 정부들의 현대중공업의 대우조선해양 인수를 견제하기 위한 움직임이 본격화되고 있다. 지난 17일 카토오 야스히코 일본 조선공업회 회장의 발언은 업계를 넘어 일본 정부 차원에서 양사간 통합의 문제점을 통상 이슈로 끌어가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는 게 업계의 시각이다.
특히 일본은 채권단의 대우조선해양 자금 지원을 문제삼아 이를 ‘제2의 하이닉스반도체’ 통상 분쟁으로 확대해 나갈 것으로 예상된다. EU 정부가 한국 정부를 세계무역기구(WTO)에 제소한 조선산업 보조금 통상 사례도 있으나 이 사건은 EU측이 불법을 입증하지 못해 일방적으로 패소했기 때문에, 역시 패소하긴 했지만 10년 가깝게 하이닉스의 발목을 잡았던 방법을 활용하기로 한 것으로 보인다.
이는 우리 정부와 업계에서도 충분히 인지하고 있었으며, 지난 2017년 채권단이 대우조선해양에 대한 자금을 지원한 데 대해 WTO에 유권해석을 의뢰하는 등 만일에 있을 경쟁국들의 반발에 대비해왔다.
조선업계 관계자는 “중국은 아무래도 자국 조선산업 구조조정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정부가 자금지원을 했기 때문에 주저하는 모습이지만 한국에 밀려 조선산업 주도권을 잃은 일본과 EU의 사정은 달랐기 때문에 대응 방안을 마련했다”면서 “이런 상황에서 현대중공업과 대우조선해양이 합병하면 사업의 규모나 기술력 면에서 도저히 따라잡을 수 없는 상황이 될 수 밖에 없기 때문에 더욱 강하게 견제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대우조선해양 전경. 사진/대우조선해양
하이닉스 통상 분쟁은 현대반도체와 LG반도체의 합병후 모그룹 해체로 채권단 관리하에 놓인 뒤 자금난에 빠진 하이닉스에 채권단이 신디케이트론 조달, 회사체신속인수를 통해 지원한 것이 WTO 보조금 협정을 위반했다며 미국 마이크론 테크놀로지와 일본 엘피다 반도체, 독일 인피니온 등 D램 업체들의 요청을 받아들인 각국 정부들이 하이닉스에 WTO에 제소하고, 상계관세를 부과한 사태를 말한다.
각국의 동시다발적인 통상 공격에 당황한 한국 정부와 채권단측은 하이닉스를 해외에 매각해 문제를 해결하려고 했으나 반대 여론이 거세지면서 독자생존으로 돌렸고, 많은 시간과 비용을 치른 끝에 WTO 분쟁해결기구(DSP)에서도 최종 승소했다. 국가경제를 뒤흔든 주범이라는 비난까지 받았던 하이닉스는 성장곡선을 그렸고 SK를 새주인으로 맞이한 후에는 세계 2위 메모리 반도체 기업으로 자리매김했다.
통상 전문가들은 살아남을 수 있는 조선소만 남기는 일명 ‘화이트 리스트’ 제도를 폐기한 중국 정부도 양사의 합병을 막기 위한 사전포석이라고 보고 있다. 중국 정부는 철도차량 제조업체나 철강업체 등과 같이 다수의 기업에서 2~3개 정도의 대기업으로 구조조정한 뒤 단일 기업으로 통합시켜 해당 분야에서 절대적인 시장 점유율을 보유한 초대형 기업을 만들어냈다.
조선산업 구조조정도 마찬가지다. 자국내 1, 2위 조선해양그룹인 중국선박중공집단공사(CSIC)와 중국선박공업집단공사(CSSC)를 통합시켜 현대중공업과 대우조선해양, 삼성중공업 등 한국조선 빅3를 넘어서겠다는 의도가 다분했다. 하지만 현대중공업의 대우조선해양 인수라는 예상치 못한 변수가 튀어 나오면서 기업 키우기 대신 통상정책으로 이를 막으려고 할 수 있다는 것이다.
EU와 일본 정부가 강하게 나오고 있는 가운데 중국까지 가세할 경우 올해 안으로 각국에 대한 기업결합심사를 완료를 목표로 하는 현대중공업의 대우조선해양 인수작업은 난항을 겪을 수도 있다. 지난해 11월 대우조선해양 문제를 WTO에 제소한 일본 정부와 손잡고 공동 대응에 나서는 한편, 경쟁당국이 기업결합심사를 까다롭게 할 것으로 보이는데다가 상계관세 이슈까지 제기할 경우 한 발 뒤에서 관망하고 있는 미국은 물론 베트남과 인도 등 신흥 조선산업 국가 정부도 발목을 잡을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현대중공업 관계자는 “현재 인수를 위한 대우조선해양 실사를 진행하고 있으며, 동시에 기업결합심사 신청서를 작성하고 있다”면서 “기대하는 결과를 도출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최유라 기자 cyoora17@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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