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 데이터 보관·유통 투명하게…의료 기반 블록체인 '주목'
2023년 1조원 시장 전망…데이터 분류·수집 체계 일원화와 법적 리스크 극복은 과제
2019-05-02 15:11:56 2019-05-02 15:11:56
[뉴스토마토 이우찬 기자] 다양한 영역에서 블록체인 기술을 적용하는 시도가 늘어나는 가운데, 의료 분야에서도 블록체인 기반 서비스가 활발하게 출시되고 있다. 특히 의료는 데이터 신뢰가 중요한 분야인 만큼 100% 검증 가능한 데이터 저장법인 블록체인 기술 확산이 기대되고 있다. 
 
영국 시장조사기관 '리포트바이어'에 따르면 세계 블록체인 기반 의료시장규모는 2018년 620억여원에서 2023년 약 1조원으로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연평균 70% 이상의 고성장으로 블록체인 기술을 활용하는 의료시장이 빠르게 확산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이런 가운데 현재 의료 분야에서는 우선 블록체인을 환자 건강정보 등 데이터 보관을 투명하게 유통·관리하는 방향으로 활용하는 모습이다.
 
국내 헬스케어 블록체인 프로젝트 '메디블록'은 최근 자체 개발한 경희치과종합검진센터 내 치과 검진 EMR(전자의무기록) 시스템을 출시했다. 치과 검진 EMR로 문진표 작성 시 전신건강상태, 구강건강 인식도, 습관 등 모든 설문을 전산화해 필요한 정보를 파악하고, 진단결과를 여러 진료과와 공유할 수 있게 됐다는 설명이다.
 
또 다른 헬스케어 프로젝트 '휴먼스케이프'는 개인 건강기록 서비스와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희귀난치질환 환자들의 건강 정보를 안전하게 수집하고, 제약사, 연구기관 등에서 데이터를 필요로 할 때 환자들에게 데이터 활용에 대한 적절한 보상을 지급하는 서비스를 제공한다. 이때 데이터 유통 과정을 블록체인 기술을 활용해 투명하게 관리해 환자의 치료 기회 확대를 돕고, 환자 자신이 데이터에 관한 통제권을 가질 수 있도록 돕는다.
 
공공 영역에서의 의료 블록체인 역시 건강 관련 데이터 관리에 방점이 찍혀 있다. 서울의료원은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의 '2019 블록체인 공공선도 시범사업'으로 '블록체인 기반 스마트 병원(Smart Hospital) 서비스'를 위한 시스템 구축을 추진 중이다. 개인의 의료·건강 데이터의 소유권(Ownership)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개인 의료데이터를 환자에게 제공하고, 환자가 자신의 데이터에 대한 의사결정권을 높이도록 기여하는 게 목적이다.
 
해외 쪽에도 이와 유사한 시도가 있다. '솔브케어' 프로젝트는 의료, 복지 프로그램 관리를 위한 분산화 플랫폼을 제공한다. 여기서 블록체인 기술은 환자, 의사, 약국, 보험사 등 모든 이해당사자 간의 의료 혜택과 지불을 조정하기 위한 기본 분산 원장으로 사용된다. 의료기관은 블록체인 플랫폼으로 비용을 통합 관리할 수 있으며, 직원에게 지급되는 급여 등의 보상시스템을 투명하게 운용할 수 있다.  
 
이 같은 블록체인 기반 의료서비스는 블록체인 기술의 본래 취지와 관련이 깊다. 블록체인은 100% 신뢰 가능한 분산 네트워크에서 데이터를 상호 검증을 하는 시스템이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블록체인은 속도·확장성보다 100% 신뢰할 수 있는 흠결이 없는 데이터라는 게 중요한 특징"이라며 "특히 1%의 오차를 허용하면 안 되는 선거, 의료 등의 분야에서 블록체인이 활용하는 게 취지에 가장 부합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현실의 벽도 만만치 않다. 법적 리스크가 해소되지 않은 탓이다. 한 블록체인 전문 액셀러레이터 대표는 "의료 블록체인은 분명 유망한 분야이지만 해결해야할 과제도 많은 게 사실"이라며 "병원 등 각 기관마다 의료 정보를 차팅(charting)하는 게 제각각이라 한곳으로 모으는 게 어려운 게 현실이며, 유럽의 경우 자국민 의료 데이터가 해외로 빠져나가는 거 자체가 불법인 것처럼 법적 리스크도 있는 영역"이라고 설명했다. 업계 다른 관계자는 "의료 데이터 활용에서 유관 기관, 단체, 영리법인 등의 협조가 원활하지 않아 대부분의 글로벌 의료 데이터 프로젝트들은 실물경제망 구성에 난항을 겪고 있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이런 이유 탓에 건강정보 활용에 제약이 없는 동물 의료분야가 블록체인 블루오션으로 성장할 가능성도 점쳐진다. 실제 시장에는 '블록펫'처럼 반려동물 정보를 블록체인에 등록해 투명한 사후 관리로 유기견 문제를 예방할 수 있도록 하는 서비스가 출시되고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동물의료 쪽은 개인정보 활용 등에서 법적 리스크가 없다. 반려견 내장칩 등록 등 현 제도와 블록체인 기술을 결합하면 유기견 등 사회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말했다. 
 
사진=픽사베이
 
이우찬 기자 iamrainshine@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나볏 테크지식산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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