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박현준 기자] 이동통신사들이 갤럭시S10 5G(갤S10 5G)에 대규모의 판매장려금(리베이트)을 지급하며 5G 가입자 쟁탈전을 벌이고 있다. 5G 초반 점유율을 늘리기 위한 이통사들의 리베이트 경쟁이 펼쳐지면서 소비자 차별과 시장 과열에 대한 우려가 나온다.
판매장려금은 대리점이나 판매점이 가입자를 유치하면 이통사가 해당 대리점·판매점에게 지급하는 돈이다. 유통망은 판매장려금의 일부를 소비자들에게 지원금으로 제공하며 가입자 확보 경쟁을 펼친다.
8일 SK텔레콤·KT·LG유플러스 등 이통 3사는 단말기·요금제별 판매장려금에서 갤S10 5G에 가장 많은 금액을 책정했다. SK텔레콤은 갤S10 5G을 구입하며 타사에서 자사로 번호이동하는 가입자를 유치할 경우 58만원의 판매장려금을 지급했다. KT는 40만원, LG유플러스는 50만원의 판매장려금을 각각 책정했다. 규제기관인 방송통신위원회가 권고하는 적정 판매장려금인 30만원을 훌쩍 넘는 셈이다.
대부분의 대리점과 판매점들은 책정된 판매장려금의 일부를 소비자들에게 지원금으로 지급한다. 이는 일부 이용자들에게만 혜택이 돌아가는 경우로, 단말기유통구조개선법(단통법) 위반이다. 불법 지원금에 당초 공시지원금을 더하면 선택약정할인(25%)보다 더 저렴한 가격에 갤S10 5G를 이용할 수 있는 경우도 나온다.
지난 4월5일 서울 강남구 SK텔레콤 강남직영점에서 시민들이 갤럭시S10 5G를 개통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일부 오프라인 매장에서는 30만~40만원대에 갤S10 5G를 구입한 사례도 나왔다. 이는 불법 지원금이 50만원 이상 지급된 경우다. SK텔레콤의 5GX프라임 요금제(월 8만9000원, 데이터·음성 무제한)를 기준으로 보면 갤S10 5G의 출고가 139만7000원에서 공시지원금 48만원이 빠진다. 여기에 유통망이 지급받은 58만원 중 50만원을 소비자에게 지급하면 총 98만원이 할인돼 41만7000원에 갤S10 5G를 구입한 셈이다.
이통사들은 가입자를 많이 유치하는 일부 대리점과 판매점을 이른바 집중점으로 관리하며 판매장려금을 더 많이 지급한다. 대리점·판매점 사이에서도 판매장려금 차별이 존재하는 셈이다. 유통망 관계자는 "집중점은 판매장려금이 최대 70만원까지 지급되는데 이 경우 갤S10 5G를 30만원대에 구입할 수 있다"며 "이통사들의 차별적 정책으로 일부 유통망과 소비자들만 혜택을 보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통사들은 일반적으로 고가·저가 요금제에 판매장려금의 차별을 두지만 5G는 거의 같은 판매장려금을 지급한다. 5G 가입자는 고가·저가 요금제를 가리지 않고 확보해 점유율을 최대한 끌어올리기 위해서다. 5G는 LTE(롱텀에볼루션)보다 요금 수준이 높다. 또 소비자들이 가상현실(VR)·증강현실(AR), 초고화질(UHD) 동영상 등을 즐기며 LTE보다 훨씬 많은 데이터를 소비할 전망이다. 이통사들의 ARPU(가입자당평균매출) 상승에 기여할 수밖에 없다.
방통위는 한국정보통신진흥협회(KAIT)와 불법보조금 지급 행위를 단속하고 있다. 하지만 인력 부족으로 단속에는 한계가 있는 상황이다. 이에 대리점·판매점이 회원사로 있는 전국이동통신유통협회는 유통망이 직접 불법 행위를 적발해 신고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마련하는 방안에 대해 이통사와 논의 중이다.
한편, 5G는 지난 4월3일 상용화됐다. 4월29일 기준 5G 가입자는 약 26만명이다.
박현준 기자 pama8@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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