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박주용 기자] 정부가 6조7000억원의 추가 경정 예산안을 제출한 지 한 달이 지났지만 패스트트랙 지정 과정에서 촉발된 여야 갈등으로 국회가 심사에 착수조차 하지 못하고 있다. 국회 정상화 실마리가 보이지 않으면서 추경안 협상은 사실상 6월로 넘어간다. 현재로선 문재인 대통령과 여야 대표 간 영수회담이 추경안 논의를 급진전시킬 변수로 꼽히는 가운데 반전을 이끌어낼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린다.
27일 정치권에 따르면 자유한국당은 여전히 국회 복귀의 조건으로 패스트트랙 철회와 사과 등을 요구하고 있다. 황교안 대표는 기자회견에서 "국민들도 반대하는 패스트트랙 선거법을 철회하고 경제와 민생을 살리는 길로 함께 나아가달라"고 촉구했다. 하지만 정부여당은 이를 수용할 의사가 전혀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22일 가졌던 비공개 의원총회에서 패스트트랙 철회와 사과는 없다는 '원칙'을 정한 뒤로 한국당의 강공에 맞불 작전으로 가고 있다.
여기에 한국당 강효상 의원의 한미 정상 통화 내용 폭로 공방이 더해지며 여야는 국회 정상화를 위한 뾰족한 해법을 찾지 못하고 있다. 민주당 이해찬 대표는 한국당을 향해 "강 의원이 국제사회에서 대한민국 외교의 신뢰를 무너뜨리고 공고한 한미 관계의 신뢰를 흩트려 놓았다"고 지적했고, 황 대표는 "정부의 외교 무능과 국민의 알 권리를 숨기기에 급급한 행태를 지적하기 위해 한 일"이라고 반박했다.
아울러 오는 29일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위원 임기가 종료되는 것도 여야의 협상을 어렵게 요인으로 꼽힌다. 예결위원 임기가 지나 6월 국회에서 예결위원을 다시 보임하게 될 경우 위원 선정을 놓고 갈등이 발생할 가능성이 크다. 또한 추경 논의를 시작한다고 해도 한국당이 산불, 미세먼지 등 재해추경과 일반 추경을 분리해 재해 추경만 가지고 오라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어 세부 논의에 착수할 수 있을지도 미지수다.
이 때문에 영수회담이 추경안 논의를 급진전시키는 기폭제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되지만, 회담 방식을 놓고 이견이 여전하다. 황 대표가 문 대통령과 1대1 회담에 대한 입장을 고수하고 있는 가운데 청와대는 국회의 합의를 주장하고 있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황 대표의 1대1 영수회담 제안에 대해 "일단은 국회에서 정리된 사안들이 저희한테 넘어오면 거기에 대해서 저희가 가타부타 얘기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현재 국회는 추경안 이외에도 탄력근로제 확대를 위한 근로기준법 개정안, 최저임금 결정구조 개편을 위한 최저임금법 개정안은 물론 택시업계 지원책 등 처리해야 할 민생법안이 쌓여 있다. 소방관 국가직화 법안도 논의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
자유한국당을 제외한 여야 대표들이 27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제71주년 국회개원기념식에서 문희상 국회의장의 기념사를 경청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박주용 기자 rukaoa@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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