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5월24일 중소벤처기업부가 주최하고 (사)한국지적재산권경상학회 외 2개 기관이 주관하는 '중소기업 기술보호를 위한 공동 학술대회'가 한국과학기술총업합회 회의실에서 개최됐다.
몇 가지 주제 중에서 특히 관심을 끌었던 것은 세 번째 주제로 '기술유출에 대한 구제방안–징벌적 손해배상, 자료제출명령 중심'이었다. 올 7월9일에 개정된 특허법과 부정경쟁방지법 시행을 앞두고 현안, 문제점, 개선안을 각 분야의 전문가들이 토의했다.
개정된 법안이 입법된 배경을 보면, 1997년부터 2017년까지 한국의 특허침해소송에서의 배상판결된 금액의 중간값은 6000만원으로 동일기간 미국의 중간값 65억7000만원 대비 매우 적었으며, 양국의 경제 규모를 고려하더라고 피해기업에 대한 충분한 보상이 이뤄지지 않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결국, 국내에서 지식재산(IP)에 대한 인식은 시장에서 정당한 대가를 지불하지 않고 침해를 통해 이익을 얻은 후, 만일 적발될 시 배상액을 지불하는 것이 더 이득이라고 판단을 하고 있다.
피해기업 역시 소송에서 승소해도 손해배상액이 충분하지 않기 때문에 시간과 비용을 감안하면 소송을 포기하는 경우가 많아져 지식재산권이 보호되지 않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다.
과거 2017년 1월 18일 부정경쟁방지법과 2017년 7월11일 특허법 법안이 발의된 이후로, 2019년 7월9일부터는 타인의 특허권 및 영업비밀을 고의로 침해하는 경우 손해액의 최대 3배까지 배상책임을 지는 징벌적 손해배상제도가 도입된 이유다.
해외사례를 보면, 미국의 특허법 284조는 특허 침해가 인정되는 경우 법원의 재량에 의해 손해배상액의 3배까지 배상액을 부과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 규정에 근거해 징벌적으로 가중된 손해 배상액을 부과해 왔다. 일반적으로 특허를 침해한 기업이나 개인들은 특허권자로부터 침해의 통지를 받게 되면, 변호사에게 자신의 제품이 해당 특허를 침해하였는지에 대한 자문은 구한다.
이후 해당 변호사는 특허에 대해 무효사유나 침해하지 않았다는 의견이나 근거를 제시해 향후 특허 소송에서 징벌적 손해배상을 방어하기 위한 수단으로 사용할 수 있다.
특히, 미국의 연방 대법원은 소위 헤일로(Halo) 판결을 통해 특허 침해의 '고의'가 쉽게 인정될 수 있게 기존의 판례를 변경한 바 있다.
이 판결은 굉장히 의미 있는 내용을 포함하고 있다. 즉, 징벌적 손해 배상을 부과하기 위해서는 특허 침해자가 침해 행위를 알았거나 이를 의도하였다는 등의 '주관적인 고의'만이 요구되며, 침해 가능성에 대한 객관적 판단은 필요하지 않다고 보았다.
이후 고의침해 주장 사건에서 침해가 인정된 비율이 종전 36%에서 56%까지 증가했다. 영국의 경우 공권력 남용이나 불법행위에 대한 배상한도가 제한이 없으며, 대만은 이번에 한국이 도입한 3배 이내로 비슷한 제도를 가지고 있다.
실제로 특허 징벌배상에 관련해 포괄적으로 인정하는 국가는 미국, 대만, 호주, 캐나다, 필리핀 정도로 생각보다 많지 않다.
몇 가지 국내 사례를 들면, 2011년 4월부터 드러나기 시작한 가습기살균제 피해 사건, 2017년 3월 여성환경연대에서 제기한 독성 생리대 문제, 2016년부터 주행 중 자동차에 화재가 발생하는 사건 등이 있었다.
불특정 다수의 소비자에 대해 피해가 발생할 때마다 여러 매체를 통해 북미의 집단소송제도와 징벌적 손해배상제도 도입이 해결책으로 거론됐다.
대부분의 국민들에게 잘 알려지지 않아 모르지만, 이 제도들은 제한적으로 이미 한국에 도입돼 있으나 제대로 작동하지 않고 있다. 이러한 이유로 한국은 거대 제조사 또는 해외기업들에게 고의적이든 아니든 자국 또는 선진국의 시장과 차별받는 시장이 돼버렸다.
사건이 발생할 때마다 보도되는 내용은 더 비싼 대가를 지불하고도 역차별 받는 반품불가 또는 사후서비스에 대한 내용이며, 이러한 사실을 접한 많은 국민들의 공분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위에서 언급한 개정 특허법의 주요 내용은 다음과 같이 요약할 수 있다.
첫째로, 특허권 침해행위가 고의적인 것으로 인정되는 경우, 손해로 인정된 금액의 3배까지 배상액을 정할 수 있는 징벌적 손해배상제도 도입(제12조 제 8항 신설)과 배상액 판단시 침해행위로 인한 피해 규모, 침해행위로 인해 침해자가 얻은 경제적 이득, 침해행위의 기간 및 횟수, 침해자의 피해구조 노력의 정도뿐만 아니라 침해자의 우월적 지위 여부, 고의 또는 손해발생액의 우려를 인식한 정도, 침해자의 재산상태, 침해행위에 따른 벌금 등 침해자의 주관적·경제적 사정을 고려하도록 명시(제128조 제9항)한 것이다.
둘째로, 개정 부정경쟁 방지법은 특허법과 동일하게 영업비빌 침해행위가 고의적인 것으로 인정되는 경우, 손해로 인정된 금액의 3배까지 배상액을 정할 수 있는 징벌적 손해배상제도 도입(제14조의 2 제6, 7항 신설)이다.
셋째로, 부칙에 따라 위 규정은 시행일 이후 위반행위가 시작되는 경우부터 적용되기 때문에 2019년 7월 9일 시행 후에는 모든 기업, 정부기관, 개인은 위 내용을 주의해 영리·비영리 활동을 해야 한다.
징벌적 손해배상제도는 제재, 억지, 손해보전이라는 세 가지 취지를 가지고 있다. 전통적으로 징벌적 손해배상제도가 인정돼 온 영역은 가해자가 우월한 지위를 가지고 중소기업이나 개인에게 피해를 유발하고 피해를 예방하기 위한 조치를 충분히 취하지 않은 가해기업(가해자)에게 손해배상 책임을 부담하게 하는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장점에도 불구하고 입법취지가 특허권 침해에 있어서도 동일하게 적용될 것인가는 의문이다. 그 이유는 제재라는 관점에서 보면 영미법계 국가에서는 지식재산권 침해에 대한 별도의 형사적 제재를 하지 않고 있으나, 한국은 형사처벌과 이중제재가 되지 않도록 운영해야 하는데 이 부분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
다음으로, 억지라는 관점에서 지식재산권의 특징으로 거론되는 권리범위 확정의 모호성, 침해의 용이성, 침해판단의 곤란성 등 무형의 권리라는 점에서 판단이 어렵기 때문에 고의를 밝히는 것이 어렵다. 이에 경고장을 발송한 경우 그때부터 고의가 인정되는 것으로 처리하고 있다.
마지막으로, 손해보전(손해배상 전보의 보완)이라는 측면에서는 손해액 추정, 과실의 추정 등 특허권자를 보호하기 위한 여러 가지 특례 규정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손해배상의 범위가 일반적으로 민사법적인 기준에 한정되면 과도한 보상이 판결될 우려도 있다. 이러한 몇 가지가 점차적으로 보완된다면 윤리적인 기업문화가 정착될 것이라고 예측된다.
위에서 언급한 제도 외에도, 최근에는 자료제출 명령, 아이디어 탈취 금지, 영업비밀 관리요건 경감 등 법제도의 큰 변화가 있다. 또한 세계 각국들은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을 통한 기술창업을 활발하게 지원하고 있고, 이를 통해 성장한 스타트업 기업들은 새로운 시장을 발굴하는 동시에 기존 대기업들과 대등한 위치에서 경쟁하고 있다. 4차 산업혁명 시대에는 IT기술과 지식재산권이 시장을 주도할 것이다. 이러한 제도의 변화가 기득권을 가진 기업들에게는 경영환경에 따른 위협으로 느낄 수도 있지만, 결국은 지식재산을 보호하는 방향으로 가는 것은 세계적인 추세다. 이를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는 노력을 통해 윤리적인 조직문화로 바꾸고, 스타트업과의 공동개발을 통한 상생으로 가는 것이 대한민국의 경제를 활성화하는 길 중에 최우선이라고 생각한다.
한국인재협회 사무국장 이효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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