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 잃은 유료방송 사후규제
여야 대립속 과방위 '휴업' 지속…과기정통부·방통위, 의견 조율 중
2019-06-03 14:56:49 2019-06-03 14:56:49
[뉴스토마토 박현준 기자] 유료방송 사후규제 향방이 미궁 속이다. 국회는 공전을 거듭하고 있고 정부는 두 주무 부처의 입장이 엇갈린 가운데 의견을 조율 중이다. 
 
3일 업계에 따르면 여야 대립으로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과방위)는 유료방송 합산규제 일몰에 따른 사후규제에 대한 논의를 진행하지 못하고 있다. 과방위는 지난달 16일 과학기술정보통신부로부터 합산규제 사후규제 방안에 대한 보고를 받았다. 이후 과기정통부의 방안에 대한 방송통신위원회의 의견, 방통위의 의견에 대한 과기정통부의 의견도 들었다. 
 
이에 대해 과방위원들은 각자 방안을 검토했지만 정보통신방송법안심사소위원회(법안2소위)는 날짜도 잡지 못했다. 일부 야당에서는 정부가 다른 두 가지 방안을 낸 것에 대한 불만의 목소리도 나왔다. ICT 관련 현안이나 입법안을 검토하는 과방위 법안2소위는 지난 4월 이후 열리지 못했다. 과학기술 관련 현안도 사정은 비슷하다. 과방위는 지난달 발생한 한빛 1호기 수동 정지에 대한 현안 질의가 필요하다고 의견을 모으고 이달 초 전체회의를 계획했지만 이마저도 성사되지 못했다. 과방위 관계자는 "현재 국회 상황으로 전체회의는 열리지 못했다"며 "유료방송 사후규제는 정부가 기존 방안에서 진전된 것이 있으면 추가로 보고하기로 했지만 아직은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더불어민주당 이인영, 자유한국당 나경원, 바른미래당 오신환 등 여야 3당 교섭단체 원내대표는 지난 2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만나 6월 임시국회 의사일정을 포함한 국회 정상화 방안을 논의했지만 합의를 하지 못했다. 
 
국회 과방위. 사진/뉴시스
 
과기정통부와 방통위는 지난달 국회에 의견을 제출한 이후 실무자들이 만나며 의견 조율에 나섰다. 하지만 양 부처의 업무 성격이 태생적으로 달라 의견을 하나로 모으기 쉽지 않은 상황이다. 과기정통부는 산업 진흥이, 방통위는 규제가 주요 업무다. 
 
유료방송 사후규제 방안을 놓고 과기정통부와 방통위의 의견 차가 가장 큰 부분은 요금 신고제 도입과 시장지배적사업자 지정 여부다. 과기정통부는 사후규제 방안 중 공정경쟁 환경 조성의 일환으로 요금신고제를 포함했다. 현재 유료방송 사업자의 이용요금은 정부의 승인 대상이다. 과기정통부는 이용요금 승인제를 신고제로 전환하되 이용자 보호를 위해 최소채널 상품 요금은 승인제를 유지하는 방안을 제안했다. 하지만 방통위는 합산규제가 일몰된 만큼 이용요금 승인제는 유지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방통위는 이를 포함해 시장 지배력이 높은 사업자를 시장집중 사업자로 지정하고 금지행위 위반 시 과징금을 행위별로 차등해 규제하는 의견도 냈다. 
 
유료방송 사업자들은 정부와 국회의 유료방송 사후규제 방안 논의 방향이 어떻게 흘러갈지에 대해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특히 시장 1위 KT는 방통위의 시장집중 사업자 지정 방안이 도입되거나 합산규제가 재도입될 경우 경쟁사들과의 점유율 싸움에 타격이 불가피하다. 경쟁사들은 이미 몸집을 불리기 위한 행보에 나섰다. 현재 SK브로드밴드와 티브로드의 합병, LG유플러스의 CJ헬로 인수에 대한 심사 신청이 공정거래위원회와 과기정통부에 각각 제출된 상태다. KT도 딜라이브의 인수를 검토했지만 더 이상 진행되지 않고 있다. 국회와 정부가 합산규제와 사후규제에 대한 결론을 내지 못했기 때문이다.
 
유료방송 합산규제는 특정 사업자의 가입자 수가 전체 시장의 3분의1을 넘지 못하도록 하는 제도다. 2015년 6월부터 지난해 6월까지 3년 동안 한시적으로 적용된 뒤 일몰됐다.
 
박현준 기자 pama8@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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