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정초원 기자] 지난 1년 간 지속된 미중 무역전쟁은 강대강 보복전 양상을 띄는 '치킨게임'으로 요약된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연 무역갈등의 포문을 중국이 보복 관세로 맞받아쳤고, 이후 양국은 고율 관세를 상대국에 번갈아 물리며 맞불 작전을 지속해왔다. 최근에는 양국이 제살 깎아먹기식 갈등을 봉합하는 듯한 기류도 형성됐지만, 결국 협상이 결렬되면서 누가 더 오래버티냐는 양상으로 전개되는 분위기다.
미국과 중국의 무역협상이 지난달 10일 결렬되며 양국의 관세 전쟁이 지속되고 있다. 사진은 류허 중국 부총리가 지난달 10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에서 로버트 라이트하이저 미 무역대표부(USTR) 대표(오른쪽)와 악수하는 모습. 사진/뉴시스
6일 <뉴스토마토>가 미중 무역전쟁 상황을 분석한 결과, 이른바 G2의 치고받기식 난타전 끝에 장기전으로 들어서는 모양새다. 관세 폭탄에 희토류, 대두, 자동차 등 개별 품목으로의 보복전으로 전선이 이동했다가 다시금 잦아들고 있다.
앞서 미중 무역전쟁은 지난해 3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중국의 경제침략을 겨냥한 대통령 각서'에 서명하면서 시작됐다. 취임 이전부터 중국의 무역 관행을 지속적으로 문제삼았던 트럼프 대통령이 중국산 수입품 500억달러 규모에 추가 관세를 부과하고 중국의 대미 투자를 제한하는 행정명령을 가동한 것이다. 같은달 중국도 곧바로 30억달러 규모의 미국산 수입품에 보복 관세를 예고했다.
이후 4월을 기점으로 양국의 관세 전쟁이 본격화되면서 양국의 압박 수위도 점차 높아졌다. 미국이 화학 등 중국 주요산업 품목 500억달러 규모에 25%의 관세를 주자, 이튿날 중국도 돼지고기 등 미국산 수입품에 같은 규모로 25%의 관세를 매기는 식이었다.
틈틈이 무역협상을 진행하는 와중에도 매달 상대국에 부과하는 보복성 관세는 지속됐다. 결정적으로 9월 들어 미국이 2000억달러 규모의 중국 수입품에 관세를 추가로 부여하며 직격타를 날렸고, 중국도 이에 질세라 600억달러 규모의 미국 수입품에 추가 관세를 매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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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황은 지난해 12월1일 아르헨티나에서 열린 주요20개국(G20) 정상회의를 기점으로 다소 반전되는 듯했다. 이 회의를 계기로 트럼프 대통령과 시진핀 중국 주석이 90일 동안 상대국에 추가 관세를 부과하지 않는 휴전에 돌입했기 때문이다. 당초 미국은 올해 1월부터 2000억달러의 중국 제품에 대한 관세율을 기존 10%에서 25%까지 높이는 방안을 계획 중이었지만, 정상회담 이후 이 계획을 전면 보류했다.
해를 넘겨 지난 4월까지만 해도 두 나라의 무역협상이 결실을 볼 것이라는 관측이 많았다. 양국 협상단은 상대국을 오가며 고위급 회담을 5회 이상 개최하는 등 3개월 넘게 협상했고, 큰 틀에서 합의안에 근접했다는 소식이 잇따랐다. 트럼프 대통령도 "중국과의 협상이 잘되고 있다"고 발언하는 등 양측의 갈등 봉합 의지가 확고하다는 데 무게가 실렸다. 갈등이 장기화되면 중국은 물론이고 미국도 전방위적 경제적 피해액을 무시할 수 없다는 위기감이 무성했기 때문이다.
미중 무역협상이 더디게 진행된 탓에 지난달 초 트럼프 대통령이 "그들이 재협상을 시도해 (협상이) 너무 느리게 진행되고 있다"며 추가 관세 인상을 시사하기도 했지만, 막판 줄다리기를 앞두고 중국을 압박하기 위한 전략적 발언일 것이라는 분석이 적지 않았다. 겅솽 중국 외교부 대변인도 "미중이 같은 방향을 보며 가기를 희망한다"며 논란 잠재우기에 나섰다.
하지만 지난달 9~10일 미국 워싱턴에서 열린 미중 고위급 무역협상을 기점으로 양국의 분위기는 다시 한 번 급반전됐다. 당시 양국은 결국 합의안을 완성하는 데 도달하지 못하고 '노딜'로 회의를 종결했다. 양국이 합의에 이르지 못할 것이라는 판단이 서자 미국은 미중 회담이 진행 중이던 10일 0시 2000억달러 규모 중국산 수입품 약 5700개의 관세를 15%포인트 인상하기까지 했다. 중국도 이달부터 600억달러 규모 미국산 수입품 약 5000개에 대한 관세를 5~25%로 인상하는 것으로 대응했다.
미중 무역전쟁은 1년3개월째 지속된 패턴대로 보복전 양상을 이어갈 것이라는 분석이 많다. 이성현 세종연구소 중국연구센터장은 "미중 갈등을 해결하기에는 이미 늦은 시점"이라며 "앞으로 갈등과 봉합이 반복되면서 20년 이상 무역전쟁이 지속될 수 있다"고 말했다.
정초원 기자 chowon616@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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