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ank인사이드)은행의 탐욕vs.현대카드..누가 웃을까
은행들, 車대출 시장 눈독..경계없는 '금융戰'
캐피털 취급액 줄면 카드 발급 감소
"찻잔 속 태풍에 불과할 것"
2010-04-23 09:37:56 2011-06-15 18:56:52
[뉴스토마토 황인표기자] 은행이 차할부시장에 뛰어들면서 현대카드ㆍ캐피탈의 입지가 흔들리고 있다. 캐피탈 취급액이 줄면 카드 취급액도 줄어드는 구조 때문이다.
 
금융권에서 흔히 발생하는 `경계없는 금융전(戰)`의 대표적 사례다.
 
<서울 여의도 현대카드, 캐피탈 본사 전경>
 
 ◇ 잠금효과.. 작년 2위 급부상
 
금융위기로 내수침체가 계속되자 정부는 작년 '노후차세제지원'으로 소비의 불씨를 살리려 했다. 최대 수혜자는 합병 11년만에 내수차 시장 점유율을 80%(111만여대)까지 끌어올린 현대기아차다.
 
덩달아 이득을 본 회사가 현대카드ㆍ캐피탈이었다. 신차를 살 때 4명 중 1명은 할부금융을 이용한다. 고객은 보통 영업사원이 추천하는 금융사를 이용하는데 현대캐피탈은 현대기아차와 계약을 맺고 제일 유리한 조건으로 차를 팔았다.
 
작년 기준으로 현대캐피탈은 차금융 국내 점유율 2위 아주캐피탈(10%)을 크게 앞서는 절대 1위(60%, 취급액 7조원)에 등극했다. 그 사이 현대카드는 선(先)포인트 카드를 발급해 차값을 최고 50만원까지 깎아준다. 고객은 최고 36개월 동안 카드 사용 포인트로 갚으면 된다.
 
여기서 '잠금 효과(Lock-in Effect)'가 나타난다. 선포인트 할인을 받아 차를 산 고객은 현대카드를 열심히 써야만 나중에 손해보지 않는다. 카드업계 전체가 작년 상반기, 포인트 상환을 못한 고객에게 받은 돈만 1050억원이다.
 
결국 현대캐피탈을 통해 현대기아차가 잘 팔린다는 것은 현대카드 취급액이 크게 증가한다는 의미다.
 
현대카드는 작년 취급액 51조원으로 삼성카드 50조원을 근소한 차로 앞지르고 전업계 카드사 2위 자리를 꿰찼다. 정몽구 현대기아차그룹 회장 둘째 사위인 정태영 사장이 지난 2003년 카드 대란 때 다 쓰러져가던 현대카드를 인수한 이후 6년만의 '쾌거'였다.
 
◇ 은행 車할부금융 시장 진출
 
잘 나가던 현대카드에 구름이 끼기 시작한 것은 올초부터다.
 
특판예금으로 수신은 가득 채웠는데 담보대출 규제 등으로 돈 굴릴 곳을 못 찾은 은행들이 13조원에 이르는 자동차 할부 금융 시장에 눈독을 들인 것.
 
지난 주 하나은행이 관련 상품을 출시했고, 우리은행도 조만간 관련 상품을 내놓을 계획이다.  KB국민은행도 같은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가장 먼저 상품을 출시한 신한은행의 경우 지난 2월부터 이달 21일까지 취급액이 159억원인 것으로 집계됐다. 
 
생각보다 취급액이 적은 것은 은행이 캐피탈사에 비해 여신심사를 꼼꼼히 하는 이유도 있지만 출시 초기라 홍보 부족 탓도 크다. 또 자동차 영업점에서 당일 원스톱 할부 계약이 가능하기 때문에 고객들도 은행을 굳이 찾으려 하지 않는다. 아직은 본궤도에 진입하지 못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그러나 은행권 상품은 6% 저리에 할부취급수수료, 근저당 설정비 면제 등의 경쟁력을 갖췄다. 캐피탈사에 비해 보통 3%포인트 금리가 싸다. 여기에 부가서비스 제공, 광대한 영업지점도 은행의 무기다. 발품을 조금 팔면 십여만원을 줄일 수 있는 셈이다.
 
◇ 현대카드 "찻잔속 태풍 그칠 것"
 
긴장한 탓일까.
 
현대캐피탈은 4월 들어 기획차종을 대폭 늘려 현대차 물량 중 75%를 저금리 할부 조건으로 제공했다. 그랜저TG · 산타페·i30는 5%, 기아 스포티지, 로체에는 3% 금리를 적용했다. 아반떼는 무려 30개월 무이자 할부를 조건으로 내걸었다.
 
여기에 미국에서 인기를 끌었던 '어슈어런스 프로그램'을 국내에 도입했다. 신차 구입 후 1년 이내 일정 조건 이상 사고시 새 차로 교환해주는 '파격' 서비스다.
 
현대카드는 은행의 자동차 할부 상품에 대해 내심 긴장하면서도 겉으로는 크게 신경쓰지 않는다는 반응이다.
 
현대카드 관계자는 "은행권 상품은 실제 출시 후 매출액 증가세가 그리 크지 않다"며 "10조원이 넘는 시장에서 '찻잔 속 태풍'에 그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현대카드 취급액이 줄어 삼성카드에 다시 2위 자리를 내주는 게 아닌가라는 질문에는 "경영성과가 중요하지 카드사 순위가 중요한 것도 아니다"고 대수롭지 않게 받아쳤다.
 
과연 찻잔 속 태풍에 그칠까. 전문가들은 현대카드가 은행들의 먹성을 막아내기 쉽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뉴스토마토 황인표 기자 hwangip@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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