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정초원 기자] 미중 정상이 G20(주요 20개국) 정상회담에서 무역전쟁의 휴전을 선언했지만 글로벌 경제가 당장 불확실성을 벗어나긴 힘들 것이라는 진단이 나온다. 한동안 교착상태에 빠졌던 양국의 무역 협상이 재개되는 것은 긍정적인 신호지만, 최종 합의점을 찾기까지는 난항이 예상되기 때문이다. 줄곧 미중 무역분쟁의 향방에 영향을 받아왔던 우리 경제도 아직 안심하긴 이른 시점이라는 분석이 잇따른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 29일 주요 20개국(G20) 정상회담에 참석했다. 사진/뉴시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30일 청와대에서 문재인 대통령과 정상회담 이후 가진 공동 기자회견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의 회담에 대해 "아주 좋은 관계를 확인했다"며 "시 주석도 나도 (무역분쟁을) 해결하고자 하는 의지가 있기 때문에 우리는 앞으로도 잘 해나갈 것이다"라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전날 G20 정상회담 폐막 이후 가진 기자회견에서도 미중이 상대국에 대한 추가 관세 부과를 잠정 중단하고 무역협상을 재개하기로 합의했다고 밝혔다. 이번 정상회담에서 미중 협상 재개가 결정되지 않았다면 미국은 조만간 3250억달러 규모의 중국산 수입품에 대해 25%의 관세를 추가로 부과할 계획이었다. 이미 미국은 2500달러 규모의 중국 제품에 25%의 고율 관세를 부과한 상태다. 중국도 미국 기술산업에 필수적인 희토류 수출을 막는 방안을 준비 중이었으나 G20 회담을 기점으로 당분간 보복 카드를 꺼내지 않기로 결정했다.
한때 격화했던 미중 간 '강대강 대치'가 협상 무드로 돌아선 만큼 최악의 시나리오는 일단 피할 수 있게 됐다. 특히 우리나라 수출입 동향을 보면 지난해 말부터 이어진 수출 감소세가 회복할 기미를 보이지 않아 미중 무역분쟁 해결이 절실한 상황이었다. 실제 한국 수출은 지난해 12월 전년 동기 대비 8.3% 감소한 이후 7개월째 역성장을 지속하고 있다. 미중 무역협상이 결렬된 시기를 기점으로 대중국 수출은 5월 15.9%, 6월 1~20일 20.9% 급감했다. 대중국 수출 의존도가 높은 한국으로서는 무역 갈등으로 인한 주변국 경기 부진에 직격탄을 맞을 수밖에 없다.
다만 미중 정상의 휴전 선언을 마냥 긍정적으로 해석하긴 어렵다는 분석도 적지 않다. 정인교 인하대 국제통상학과 교수는 "휴전을 했다고는 하지만, 추가 관세만 보류한다는 것이지 기존 관세는 그대로 남아있다"며 "합의가 잘 돼서 기존 관세에 대한 부분까지 해결됐다면 의미가 크겠지만, 지금은 미중 긴장 상태가 그대로 있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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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욱이 지난해 12월 정상회담 당시 협상 기간을 90일로 정했던 것과 달리 이번에는 구체적인 시한을 정하지 않았다. 또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이 주요 협상 카드로 활용했던 '화웨이 제재'를 완화하겠다고 시사하면서도 언제, 어떤 방식으로 긴장을 해소할지는 언급한 바 없다. 그간의 패턴대로라면 양국 협상의 판이 언제든 다시 깨질 수도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앞선 협상에서 양국의 합의가 결렬된 데는 중국이 '불공정 무역행위를 시정하기 위한 법률개정 약속'의 합의문 명기를 거부한 것이 크게 작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최종 합의의 실마리는 중국이 이 부분을 수용할지에 달린 것으로 보인다. 정 교수는 "지난 5월 말에 합의했던 문안을 중국 측이 수용하도록 미국 측이 다시 한 번 의사표현을 한 것으로 생각해야 하지 않을까 싶다"고 풀이했다.
우리나라 경제에 미칠 불확실성도 당분간 이어질 전망이다. 정 교수는 "우리나라 산업과 기업 측면에서도 시간적 여유가 생겼을 뿐이지 미중 통상 마찰이 해소될 가능성이 높아졌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했다.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경제연구실장도 "말그대로 휴전이므로 기존에 갖고 있던 불확실성은 그대로 유지될 것"이라며 "우리나라 입장에서도 일단 지켜봐야 할 것 같다. 긍정적으로도, 부정적으로도 보기 어렵다"고 진단했다.
정초원 기자 chowon616@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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