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지은 기자] 유료방송 인수합병(M&A) 쟁점으로 알뜰폰(MVNO)이 도마 위에 올랐다. SK텔레콤은 LG유플러스가 CJ헬로 인수 시 알뜰폰 사업을 분리매각해야 한다고 주장한 반면 LG유플러스는 CJ헬로 알뜰폰을 함께 인수해도 시장에 미치는 영향이 제한적이라고 반박했다. CJ헬로는 알뜰폰업계 1위 사업자다.
5일 국회 의원회관 제2세미나실에서 열린 ‘바람직한 유료방송 생태계 조성방향’ 정책 세미나에서 참석자들이 토론을 진행하고 있다. 사진/뉴스토마토
5일 국회 의원회관 제2세미나실에서 열린 '바람직한 유료방송 생태계 조성방향' 정책 세미나에서 이상헌 SK텔레콤 정책개발실장은 "이동통신사 규모와 상관없이 CJ헬로 알뜰폰이 이동통신사 자회사가 되는 순간 독행기업(공격적인 경쟁 전략을 통해 기존 시장질서를 뒤흔드는 기업) 역할이 소멸될 수 있다"며 "독립계로 존재하면서 알뜰폰 업계를 대표해 이동통신 3사를 자극하고, 시장 경쟁을 촉진하던 존재가 없어지는 것"이라고 말했다.
알뜰폰 사업 활성화에 나서고 있는 정부 정책과도 위배되는 일이라고 강조했다. 이 실장은 "정부가 알뜰폰 육성정책 기조를 가지고 있고, 도매대가 의무제공 기한 일몰 연장 등 지원 강화법이 논의되는 상황에서 업계 맏형 격인 업체를 소멸시키지 않는 것이 상식"이라며 "정부 정책의 수혜를 많이 본 CJ헬로 알뜰폰은 시장에 남겨 역할을 수행하도록 해야 한다"고 언급했다.
앞서 지난 5월 SK텔레콤은 KT와 과학기술정보통신부에 LG유플러스가 CJ헬로 알뜰폰 사업을 인수하게 되면 알뜰폰 시장 위축이 불가피하고, 경쟁력이 감소할 우려가 있다며 분리매각해야 한다는 의견을 제출한 바 있다.
이 실장은 "알뜰폰의 경우 지난 2016년 이후 시장 환경 및 정책에 대한 큰 변화가 없는 만큼 당시 공정거래위원회가 판단한 근거 역시 현재까지 유효하다"고도 했다. 공정위는 지난 2016년 SK텔레콤의 CJ헬로 기업결합을 불승인하며 알뜰폰 사업을 지적했다. 당시 이동통신 1위 사업자인 SK텔레콤이 알뜰폰 1위 사업자로서 강력한 경쟁 압력으로 작용하던 CJ헬로를 인수해 이동통신시장에서 경쟁 압력이 크게 줄어들 것을 우려한 것이다.
이상헌 SK텔레콤 정책개발실장(왼쪽)과 강학주 LG유플러스 CR정책담당 상무가 5일 바람직한 유료방송 생태계 조성방향 정책 세미나에서 각사의 의견을 피력하고 있다. 사진/뉴스토마토
이에대해 LG유플러스는 2017년 8월부터 CJ헬로 순감이 지속되는 등 과거와 달라진 시장 상황을 고려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강학주 LG유플러스 CR정책담당 상무는 "현재 CJ헬로의 점유율은 1.2%에 불과해 인수가 전체 이동통신시장에서는 경쟁을 제한한다고 보기 어렵다"며 "CJ헬로 알뜰폰 인수합병 효과가 1위나 3위 상관없이 동일하다고 보는 것은 맞지 않다"고 반박했다.
LG유플러스는 정책 세미나 후 입장자료를 통해 "CJ헬로가 알뜰폰 사업만 남게 되면 현실적으로 이를 인수해 제대로 운영할 수 있는 사업자는 없을 것으로 판단된다"며 알뜰폰 사업부문 인수 필요성을 강조했다. SK텔레콤이나 KT는 LG유플러스보다 높은 시장점유율을 가지고 있어 인수 시 높은 경쟁제한성이 발생하고, 다른 알뜰폰 사업자는 하락세인 CJ헬로 알뜰폰에 성장 동력을 제공하는 데에 분명한 한계가 있다는 것이다.
아울러 전기통신사업법에서 이동통신사업자가 복수의 알뜰폰 사업자를 자회사로 운영하는 것을 금지하고 있지 않기에 법적으로도 문제가 없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LG유플러스는 공정위 기업결합심사 자료로 해외 이동통신 사업자가 복수의 알뜰폰 사업자를 자회사로 운영하고 있는 사례를 제출하기도 했다. 일본의 경우 소프트뱅크는 Y모바일과 라인모바일을 알뜰폰 자회사로 두고 있으며, KDDI 역시 UQ모바일과 JCOM 모바일을 자회사로 운영 중이다. 미국 AT&T는 Cricket과 Aio를 알뜰폰 자회사로 소유하고 있다.
이날 정책 세미나에서 유료방송 M&A 관련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는 알뜰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새로운 정책 수립이 필요하다는 조언이 나왔다. 박상호 공공미디어연구소 연구실장은 "이동통신 3사가 독점하고 있는 시장에서 알뜰폰에 대한 청사진이 필요하다"며 "해외처럼 경쟁력을 갖추도록 해 알뜰폰을 살리든가 아니면 알뜰폰을 접고 프랑스처럼 제 4이동통신 시장을 마련하는 등 정책이 마련돼야 한다"고 제언했다.
이지은 기자 jieunee@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나볏 테크지식산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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