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재홍 기자] 현대·기아자동차가 ‘카니벌라이제이션(Cannibalization)’, 즉 판매간섭 현상으로 고민에 빠졌다. 준대형 세단 시장에서 기아차 ‘K7’ 판매가 늘자 현대차 ‘그랜저’가 감소하고, 소형 SUV에서는 ‘베뉴’, ‘셀토스’ 출시 후 같은 차급의 ‘코나’ 판매가 하락했기 때문이다.
7일 업계에 따르면 K7은 지난달 8173대를 판매했다. 그랜저에 밀려 올해 4월에는 2142대까지 하락했지만 지난 6월24일 상품성 개선 모델인 ‘K7 프리미어’가 출시되면서 판매가 급증했다. 기존 최대 실적은 2016년 3월 2세대 K7이 기록한 6256대였다.
K7 판매가 급증하면서 그랜저의 판매가 감소하는 등 현대·기아차가 판매간섭 효과로 고민에 빠졌다. K7 모습. 사진/현대·기아차
반면, 2017~2018년 2년 연속 10만대가 넘는 실적을 기록하면서 베스트셀링카 자리에 올랐던 그랜저는 부진에 빠졌다. 올 초만해도 월 판매는 1만대를 넘겼지만 6월 6652대, 7월 6135대로 하락세가 뚜렷해지고 있다. 현대차의 중형 세단 ‘쏘나타’가 올해 3월 말 풀체인지 모델이 출시돼 그랜저의 수요를 일정 부분 잠식한 점도 있지만 같은 준대형 시장에서 경쟁하는 K7 영향이 더욱 크다는 게 업계의 분위기다.
소형 SUV에서도 비슷한 현상이 나타났다. 지난달 출시된 셀토스는 3335대, 베뉴는 1735대가 판매됐다. 반면 코나는 4월 4730대, 5월 4328대, 6월 3634대에서 7월 3187대로 감소했다. 쏘울과 스토닉도 6~7월 사이 각각 503대에서 367대, 924대에서 559대로 줄었다.
특히 셀토스는 지난달 24일 1호차 출고 후 6일만에 3335대의 실적을 기록했고 누적계약은 8521대에 달한다는 점에서 코나, 쏘울, 스토닉 등 현대·기아차 소형 SUV 라인업 판매에 영향을 줄 것으로 전망된다.
2019년형 그랜저 모습. 사진/현대차
일각에서는 베뉴는 지난달 11일, 셀토스는 18일에 일주일 간격으로 출시된 점을 들어 두 차종 간 판매간섭이 일어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업계 관계자는 “현대차와 기아차가 동일 차급을 출시할 경우 몇 개월 간 시차를 뒀다는 점을 감안하면 베뉴와 셀토스 출시 사례는 이례적”이라고 말했다.
한편, 현대·기아차는 미국 전용으로 출시된 기아차의 대형 SUV ‘텔루라이드’의 국내 출시 여부에 대해 “계획이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국내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있는 현대차 ‘팰리세이드’ 실적에 악영향을 우려한 것으로 풀이된다.
반면, 텔루라이드는 지난 2월, 팰리세이드는 6월 미국 시장에 진출했다. 이에 대해 주우정 기아차 재경본부장은 2분기 실적 컨퍼런스콜에서 “국내에서 팰리세이드와 텔루라이드가 경쟁한다면 문제가 될 수 있다”면서도 “미국에서는 글로벌 업체의 다양한 SUV 모델이 있어 두 차종 모두 ‘원 오브 뎀(One of them)’이기 때문에 서로 판매에 영향을 주지 않을 것”이라고 답변했다.
김재홍 기자 maroniever@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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