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SK바이오사이언스 '안동 L하우스', 여름 잊은 독감백신 겨울 채비
국내 유일 세포배양 독감백신 생산기지…올해만 500만도즈 공급
대지면적 6만3000㎡에 연간 1억5000만도즈 생산 가능
2019-08-30 06:00:00 2019-08-30 06:00:00
[뉴스토마토 정기종 기자] 여름 무더위가 채 가시지 않은 지난 28. SK바이오사이언스 안동 L하우스는 이미 독감 없는 겨울을 만들기 위한 겨울 채비가 한창이었다. 식품의약품안전처의 2019년 독감백신 국가출하 승인 계획에 따라 올해 국내 독감백신 공급량 2567만도즈(1도즈=1회 접종량)를 준비하기 위해서다.
 
백신 제조사들은 본격적인 독감 유행을 앞둔 9~12월 병의원 백신 접종 시기에 맞춰 8월 말부터 본격적인 출하를 시작한다. 올 연말과 내년 초 국내에 약 500만도즈의 독감백신을 공급해야하는 안동 L하우스의 일손도 본격적인 출하시기에 맞춰 자연스럽게 바빠지고 있었다.
 
경북 안동 소재 SK바이오사이언스 안동 L하우스 전경. 사진/SK바이오사이언스
안동 L하우스는 지난 2012년 완공된 세계 최고 수준의 설비와 규모를 갖춘 SK바이오사이언스의 백신 생산기지다. 세포와 세균 배양을 비롯해 유전자재조합, 단백접합백신 등 백신 생산을 위한 선진적 기반기술과 생산설비를 보유해 세포배양 독감 백신을 비롯한 차세대 백신 생산이 가능하다.
 
대지면적 63000에 연간 15000만도즈의 백신 생산이 가능하고, 최첨단 무균 생산 시스템을 보유하고 있어 새롭게 발생하는 전염병에 대한 신규 백신 개발은 물론, 즉시 대량생산할 수 있다. 이를 위해 L하우스는 백신 대량 생산 효율과 수율을 확보할 수 있는 배양·정제 공정 차별화 시스템을 도입했다.
 
SK바이오사이언스 연구원이 독감백신 생산을 위해 세포를 배양하고 있다. 사진/SK바이오사이언스
 
특히 SK바이오사언언스가 지난 2016년 세계 최초로 세포배양 4가 독감백신으로 상용화한 '스카이셀플루'는 국내 유일의 세포배양 독감백신이다. 기존 유정란 배양 방식에 비해 항생제나 보존제의 투여가 불필요한 세포배양 백신은 상대적으로 생산 기간이 짧고 효율이 우수해 신종플루와 같은 독감 대유행 상황에서 신속한 대처가 가능하다. 또 계란 알러지가 있는 이들도 안심하고 접종할 수 있다.
 
미국 식품의약국(FDA)와 질병관리본부(CDC)가 지난해 독감백신의 상대적 효과를 분석한 자료에 따르면 세포배양 4가 독감백신은 유정란 백신보다 11% 높은 예방효과를 보였다. 세계보건기구(WHO) 역시 지난해 2월 유행한 AH3N2 독감 바이러스와 배양된 백신 바이러스를 비교해 조사한 결과 세포 배양바이러스는 91%, 유정란 배양 바이러스는 44%의 일치율을 보인 것으로 확인했다.
 
SK바이오사이언스는 이를 바탕으로 지난해 2월 스카이셀플루의 세포배양 생산 기술을 글로벌 백신 기업에 수출했으며, 올해 4월 세포배양 독감백신으로는 세계 최초로 WHO 사전적격성평가(PQ) 인증을 획득하기도 했다. PQ 인증을 획득하면 유니세프나 범미보건기구 등 UN 산하기관이 주관하는 국제 입찰에 참여할 수 있는 자격과 개발도상국 허가 시 중요 참고사항으로 인정된다.
 
첨단 시설과 시스템 속 안전한 백신 제조를 위한 철저한 관리도 이뤄지고 있었다. 패킹을 비롯한 비교적 단순한 작업 공간에서의 방진복 착용은 물론 세포를 배양하고 바이러스를 키우는 시설에 입장하기 위해선 두 겹의 방진복을 착용해야 했다. 배양 중인 세포와 바이러스의 오명 방지는 물론, 출입자의 감염을 막기 위함이다. 생산 과정에서 세포 배양을 위해 사용되는 주머니 역시 1회용 백으로 대체하는 '싱글유즈시스템'을 적용해 오염의 가능성을 줄이고, 세척 및 멸균 과정도 최소화했다.
 
SK바이오사이언스 직원이 세포배양 독감백신 스카이셀플루를 포장하고 있다. 사진/SK바이오사이언스
 
이밖에 우수 의약품 제조 품질 관리 기준(GMP) 준수와 화장실 중수 재활용, 절수형 변기 등 16가지 신기술을 적용해 기존 공장 대비 30%까지 에너지 효율을 끌어올린 L하우스는 지난해 7월 시설 증설을 위해 경북도·안동시와 MOU를 체결, 1000억원을 투자해 내년까지 독감백신 원액 생산량을 현재의 2배 규모로 늘릴 계획이다.
 
이상균 SK바이오사이언스 안동공장장은 "본격적인 독감예방접종 시즌을 앞두고 제품 공급을 위한 모든 채비를 마친 상태"라며 "국내 유일 세포배양 독감백신의 특장점을 앞세워 시장에서 경쟁우위를 높여갈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SK케미칼은 지난해 7월 백신 R&D 및 생산 기술이 고도화됨에 따라 백신사업부문을 SK바이오사이언스로 분할했다. 스카이셀플루를 비롯해 세계 두 번째로 개발한 대상포진백신 '스카이조스터' 등의 파이프라인을 보유한 SK바이오사이언스는 향후 프리미엄백신 개발을 지속적으로 추진하고 글로벌 진출을 위한 역량 강화에 집중한다는 계획이다
 
정기종 기자 hareggu@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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