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재홍 기자] 현대자동차 노사가 올해 임금 및 단체협약(임단협) 타결을 마무리지은 반면 한국지엠·르노삼성자동차·기아자동차 등은 노사 간 이견을 해소하지 못하면서 파업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현대차 노조는 전날 ‘2019 단체교섭 잠정합의 조합원 찬반투표’를 실시한 결과 총원 5만105명 중 4만3871명이 투표해 2만4743명(56.4%) 찬성으로 가결됐다고 3일 밝혔다. 노사는 이날 오후 3시 울산공장 본관에서 임단협 조인식을 가졌다.
앞서 노사는 지난달 27일 22차 교섭에서 임단협 잠정합의안을 도출했다. 주요 내용은 △임금 4만원 인상(호봉승급분 포함) △성과금 150%+320만원(전통시장 상품권 20만원 포함) △임금체계 개선에 따른 미래 임금 경쟁력 및 법적 안정성 확보 격려금(200만~600만원 근속기간별 차등 지급, 우리사주 15주) 등이다.
이번 타결로 노사는 지난 2011년 이후 8년 만에 무분규로 단체교섭을 종료했다. 하부영 노조지부장은 3일 “사측과 교섭 도중에 일본의 화이트리스트 제외 등 중대한 변수가 발생했다”면서 “주변 상황을 무시할 경우 귀족노조 프레임이 추가되고 이에 대한 비난은 노조와 조합원에게 돌아올 수 있다는 점도 감안했다”고 말했다.
현대차 노사가 3일 오후 울산공장 본관에서 임단협 조인식을 하는 모습. 사진/현대차 노조
반면, 다른 자동차 업체들은 노사 간 좀처럼 의견 차를 해소하지 못하고 있다. 우선 한국지엠 노사는 올해 5월 말 상견례를 가졌지만 교섭장소를 두고 40일이 넘도록 갈등을 벌였다. 또한 지난달 13일 8차 교섭 이후 노사는 협상 테이블도 마련하지 못했다.
이에 따라 노조는 지난달 29일 중앙쟁의대책위원회를 열어 사측이 대화에 소극적인 태도를 유지한다면 오는 9일부터 11일까지 3일간 부분파업을 하기로 결정했다. 노조는 올해 임단협에서 기본급 12만3526원 인상, 성과급은 통상임금의 250% 등을 요구했고 사측은 현재 적자가 이어지고 있어 임금 동결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노조 측은 “8차 교섭이 끝난지도 3주 정도 시간이 지났지만 사측은 교섭 자체를 거부하고 있다”면서 “사측에 6일까지 고민할 기간을 부여했고, 파업이 능사는 아니지만 사측의 행동에 따라 파업으로 맞설 수 있다”고 강조했다. 한국지엠 관계자는 “지난달 말 픽업트럭 ‘트래버스’, 3일 대형 SUV ‘트래버스’를 연이어 출시하면서 부활을 모색하고 있는 시점에서 파업은 현 상황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한국지엠 노조는 사측이 소극적인 태도로 일관할 경우 9~11일 부분파업을 단행하겠다는 입장을 나타냈다. 사진/한국지엠 노조
올 상반기 극렬하게 대립했던 르노삼성 노사는 지난해 임단협을 끝낸지 70일만인 이달 2일 상견례를 했다. 다만 최근 구조조정 이슈 등으로 교섭 타결까지 험난한 과정이 예상된다.
최근 사측은 노조에 경영 상황을 설명하면서 생산물량 감소로 인해 ‘시간당 차량 생산량(UPH)’을 60대에서 45대 수준으로 낮추는 방안을 검토한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노조는 사측이 생산량을 25%로 줄이면서 구조조정을 단행할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구조조정 규모를 400명 내외로 추정하고 있다.
한편, 통상적으로 현대차와 비슷한 수준에서 임단협 타결을 했었던 기아차의 경우 교섭 상황이 불투명해졌다. 현대차가 성과금 150%+320만원(전통시장 상품권 20만원 포함), 임금체계 개선에 따른 격려금(200만~600만원, 근속기간별 차등 지급) 등에 합의한 반면, 기아차는 성과금 150%+100만원, 특별격려금 150만원 등 교섭안 내용에서 다소 차이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기아차 노조 집행부는 최근 교섭 결렬을 선언하고 새 집행부에 교섭권을 이관했다. 집행부 선거가 추석 이후에 예정됐다는 점에서 자칫 연내 타결도 불투명하다는 우려도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일반적으로 현대차 교섭 결과가 다른 자동차 업체의 협상에 영향을 미쳤다”면서 “올해는 경영상황이 좋지 않다보니 한국지엠, 르노삼성 노사가 평행선을 달리고 있다”고 진단했다.
김재홍 기자 maroniever@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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