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박현준 기자] 문재인 대통령의 조국 법무부 장관 임명으로 여야가 대립 구도를 이어가는 가운데 국회에 계류 중인 정보통신기술(ICT) 분야 법안들의 처리여부도 안갯속이다.
15일 현재 KT·SK브로드밴드·LG유플러스 등 인터넷(IP)TV사들과 위성방송사인 KT스카이라이프, 케이블TV 등 유료방송사들의 초미의 관심사는 합산규제의 재도입 여부다. 합산규제는 유료방송 시장에서 특정 사업자가 전체 가입자의 3분의1 이상을 확보하지 못하도록 한 규제다. 지난 2015년 3년 시한으로 도입됐다가 지난해 6월 일몰됐다. 하지만 합산규제를 2~3년 연장해야 한다는 내용의 방송법·인터넷 멀티미디어 방송사업법(IPTV법)의 일부개정법률안이 각각 발의됐다. 방송매체는 사회적 파급력이 강해 특정 사업자가 이를 독점하면 방송시장의 공정경쟁을 저해하고 이용자의 시청권을 제약할 수 있으니 합산규제를 다시 도입해야 한다는 취지다. 하지만 상임위원회인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과방위)가 합산규제 재도입 여부에 대해 의견을 모으지 못하고 정부의 사후규제 단일안을 요구하며 법이 일몰된 지 1년이 지나도록 결론을 내지 못하고 있다.
공정거래위원회가 지난 10일 LG유플러스의 CJ헬로의 기업결합 심사보고서를 각 사에 발송하고 SK브로드밴드와 티브로드의 합병도 추진되는 등 시장은 움직이고 있지만 아직 합산규제 불확실성이 완전히 해소되지 않은 것이다. 한 유료방송사 관계자는 "합산규제 재도입이든 일몰이든 결정이 나야 그에 맞는 경영계획을 세울텐데 국회의 결정을 기다리고 있는 상황"이라며 "빠르게 변하는 유료방송 시장에 국내 기업들이 대응할 수 있도록 결론을 내려주셨으면 한다"고 말했다.
이동통신 단말장치 유통구조 개선에 관한 법률(단통법)의 개정안도 여러 건이 발의됐지만 여전히 국회에 머물러 있다. 수년째 이어지고 있는 이동통신사들의 판매 채널별 차별적 판매장려금 지급을 금지하는 법안과 이통사·제조사의 단말기 지원금을 분리공시하는 법안, 통신요금과 단말기 구입비용을 분리해 고지·청구하는 법안 등이 발의됐다.
소프트웨어산업 진흥법 전부개정법률안은 IT 서비스 업계의 숙원인 내용이 포함됐지만 국회 문턱을 넘지 못하고 있다. 개정안에는 국가기관 등에 소프트웨어 사업 과업심의위원회를 설치하고 유지·관리를 제외한 소프트웨어 사업 시, 사업자가 수행 장소를 제안하는 등의 내용이 담겼다. IT 서비스 기업들이 보다 효율적으로 공공 소프트웨어 사업을 수행하도록 하자는 취지다. 개발자 출신인 유영민 전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은 취임 이후 '아직도왜' 태스크포스(TF)를 가동하며 공공 소프트웨어 사업의 오랜 관행을 깨기 위해 힘을 쏟았다. 그는 자신의 임기 전에 결국 법안이 국회를 통과하지 못한 것에 대해 아쉬움을 나타내기도 했다.
공인인증서 제도를 폐지하는 것을 골자로 한 전자서명법 전부개정법률안도 국회에서 발목이 잡혀있다. 아직 정보보호 업계 전문가들의 의견을 구하는 공청회도 열지 못했다. 이미 시장에는 이동통신사의 PASS(패스), 카카오페이 등 사설인증서들이 서비스를 시작했고 기존 공인인증기관들도 새로운 인증서비스로 대응을 시작했다. 하지만 법안이 국회를 통과하지 못하면서 공공기관 서비스에서 공인인증서와 사설인증서가 경쟁을 펼치지 못하고 있다.
처리해야 할 법안들이 쌓여있지만 당장 처리되기는 쉽지 않을 전망이다. 여야가 청와대의 조 장관 임명을 놓고 대립하고 있는 가운데 오는 30일부터 10월초까지 국정감사가 이어지면서 각 의원실이 국정감사 준비에 돌입했기 때문이다. 과방위 여야 간사는 오는 16일 만나 국정감사 일정에 대해 협의할 예정이다.
박현준 기자 pama8@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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