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정기종 기자] 재차 고개를 든 아프리카돼지열병(ASF) 이슈에 동물의약품 관련 기업가치가 급등락을 거듭하고 있다. 업계는 꾸준히 쌓아 온 업력의 가치가 주목받는 것을 반기지만 단기적 이슈에 쏠린 투기 수요는 경계하는 분위기다.
22일 업계에 따르면 지난 17일 국내 첫 ASF 확진 사례 발생 이후 관련 기업들의 주가는 이틀 연속 급등한 뒤 19일 큰 폭의 하락을 기록한 동물의약품 관련 기업들의 주가는 20일 또 한 차례 급등했다. 이날 경기도 파주 농장 2곳서 의심 신고가 접수돼 재차 긴장감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아프리카돼지열병은 폐사율이 100%에 가까운(급성 감염시) 치명적인 돼지 전염병으로 꼽힌다. 지난해 중국에서 시작돼 상반기 북한에 이어 남측으로 흘러온 ASF는 아직 마땅한 백신이나 치료제가 없어 전국 6000여 양돈 농가에 심각한 피해가 우려되는 상황이다. 지난해 중국에서는 전체 30%에 해당하는 약 1억마리의 돼지가 질병으로 사망하거나 도살된 바 있다.
이 같은 질병의 치명성을 기반으로 최근 관련 기업의 가치는 폭등했다. 17일부터 이틀간 치솟았던 기업들의 주가는 사태 발생 사흘째인 19일 전국 돼지 이동제한이 해제되며 한풀 꺾이는 듯 했지만, 20일 추가 의심 사례가 신고 되며 재차 급등세를 보였다. 수혜기업으로는 우진비앤지, 씨티씨바이오, 코미팜, 진바이오텍, 이글벳, 옵티팝, 대성미생물, 제일바이오 등 동물의약품 기업들이 꼽힌다.
폭등한 주가에도 업계는 최근 분위기를 경계하는 분위기다. 동물의약품 사업을 영위 중인 기업이라고 무조건 ASF 백신이나 치료제 파이프라인을 보유 중인 아닌 만큼, 지나치게 쏠린 투기성 관심이 업계 경쟁력에 도움이 될 리 없다는 의견에 입을 모으고 있다. 업계가 아닌 시장의 옥석가리기 없는 관심 집중에 뒤늦은 옥석가리기가 이뤄질 경우 무고한 관련 기업들의 신뢰도가 저하될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현재 ASF 백신을 개발 중인 기업은 우진비앤지와 씨티씨바이오, 코미팜 정도가 꼽힌다. 우진비앤지는 자회사 우진바이오를 통해 지난 6월 전북대학교 조호성 교수팀, 베트남 농람 수의과대학과 공동개발에 착수했다. 씨티씨바이오는 또 다른 바이오기업 제이비바이오텍과 백신을 공동 연구 중이고, 코미팜은 관련 시험백신을 개발해 중국에서 임상 시험 중이다. 진바이오텍은 백신 파이프라인은 없지만 농림축산검역본부의 ASF 소독 가능 권고 소독제를 국내 최다인 5종 보유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동물의약품 산업은 최근 축산업 발전과 반려 동물 시장 급성장에 도약 준비를 하고 있는 상황에서 ASF라는 단일 이슈에 단기간 내 무분별하게 쏠리는 관심은 독이 될 수 있다"라며 "동물의약품의 경우 치료제부터 영양, 백신 등 다양한 품목이 존재하는 만큼 관련 백신이나 치료제를 개발 중인 기업이 어떤 곳인지 확인하는 것이 중요하다"라고 말했다.
국내에서 처음으로 아프리카돼지열병(ASF)이 발생한 17일 경기 파주시의 한 돼지농장에서 방역 관계자들이 현장 출입을 통제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정기종 기자 hareggu@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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