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재영 기자] NDMA(N-니트로소디메틸아민) 검출 의약품 문제가 동일 업체에 반복되는 등 제조사의 자체 안전관리 기능에 구멍이 보인다. 자체 안전관리에 대한 법 규정이 있음에도 문제가 된 의약품 회수, 반품 비용은 국민 세금인 건강보험 재정으로 충당하고 이를 메꾸려 제조업체에 구상금을 청구하자 오히려 반발하는 분위기다.
15일 관계 당국 및 업계 등에 따르면 대원제약은 라니티딘 NDMA 성분 위장약으로 판매중지된 의약품이 있다. 루라틴정 전문의약품과 일반의약품 2종이다. 대원제약은 지난해 발사르탄 사태 당시에도 NDMA 기준 초과로 판매중단, 회수 지정된 의약품이 있었다.
건보공단은 발사르탄 관련 의약품 교환조치를 대행했고 최근 그 비용을 관련 업체들에게 구상금으로 청구했다. 대원제약에 대한 청구금액이 2억2275만원으로 가장 많아 유통된 의약품도 많았던 것으로 추정된다. 하지만 해당 업체들은 건보공단이 되레 책임을 전가한다며 법적 대응을 고민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NDMA는 예측 불가능한 불순물로 관련 기준량도 없었던 상태에서 업체에만 손실을 떠미는 게 부당하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발사르탄 이전 NDMA 검출량 기준이 없었지만 당시 당국은 국제 가이드라인과 자문기구 등을 통해 허용기준 ‘0.3ppm 이하’를 정했다. 정부는 또 예상치 못하게 불순물 NDMA가 검출될 수 있는 성분을 조사해 사전예방 조치를 강화하겠다며, 제조사에도 징벌적 과징금 부과 등 안전관리체계를 구축하겠다는 대책도 내놓았다. 그럼에도 대원제약처럼 연달아 적발된 업체들이 다수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NDMA 성분 의약품은 판매중단됐으나 일시적인 조치다. 당국은 기준에 적합한 경우 공급될 수 있도록 관리한다는 방침이다. 하지만 성분 검사 때 기준을 만족했더라도 추후 기준량을 초과하는 문제가 재발할 염려가 있다. NDMA 발생량은 생산시기나 보관환경에 따라 제조단위별로도 편차가 상당히 큰 것으로 파악됐기 때문이다. 결국 영구 판매중단이나 제조사나 유통사에 관리 책임을 강화하는 방법밖에 없다.
현행법에는 이미 관련 규정이 있다. 약사법에는 품목허가를 받은 자는 의사, 약사 등을 두고 재심사, 의약품 재평가, 부작용 보고 등 시판 후 안전관리업무를 하도록 돼 있다. 유통하는 경우도 마찬가지다. 총리령에는 의약품의 제조판매 품목허가ㆍ품목신고의 갱신, 신약 등의 재심사, 의약품의 재평가, 의약품의 안전에 관한 정보 관리 등 시판 후 안전관리업무를 철저히 할 것을 구체화했다. 약사법은 또 의약품에 안전성, 유효성 문제가 있는 사실을 알게 되면 지체 없이 유통 중인 의약품 등을 회수하거나 회수에 필요한 조치를 하도록 하는 규정도 있다.
한 소비자단체 관계자는 “가습기살균제 사태 이후 제조사 및 유통업체 등 공급자에 대한 법적, 도의적 책임이 강조돼온 상황에서 위해성분 문제가 재발하는 데 대해 사회적 시선이 곱지 않다”라고 지적했다.
이재영 기자 leealive@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고재인 산업1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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