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반고 전환 1조 예산 어떻게?…재원마련 비상 걸린 정부
2019-11-11 06:00:00 2019-11-11 06:00:00
[뉴스토마토 박진아 기자] 일반고 일괄전환을 위한 재원 마련에 비상이 걸렸다. 정부는 오는 2025년 3월 자율형사립고(자사고)와 외국어고, 국제고를 일반고로 일괄 전환하기로 발표했는데, 여기에 들어가야 할 예산만 1조원이 넘는 것으로 추계됐다. 별도의 사업 예산 편성 없이는 전환이 불가능할 전망이다. 
 
10일 국회 예산정책처에 따르면 2025년까지 자사고를 일반고로 전환하겠다는 교육부 방침에 따를 경우 향후 5년간 필요한 재정결함지원금은 총 7703억원으로 추계됐다. 내년 신입생부터 단계적으로 적용된다는 가정에서다. 여기에 외국어고와 국제고까지 포함하면 소요예산은 1조원이 넘을 것으로 보인다. 유은혜 사회부총리겸 교육부 장관도 지난 8일 국회 교육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자사고 42곳 전환에 7700억원이 든다는 게 예산처의 추계"라며 "59개교 전체 전환에는 1조5억원이 든다. 이 부분은 저희가 내년 일괄 전환을 가정했을 때의 예산"이라고 말했다. 
 
재정결함지원금은 국가나 지방자치단체가 사립학교에 지원하는 운영 보조금이다. 자사고는 정부로부터 '교직원 인건비 및 학교·교육과정운영비를 지급받지 아니하는 사립의 고등학교'(초·중등교육법 시행령 제91조)이므로 재정결함지원금을 줄곧 받지 않았다. 하지만 일반고로 전환하면 국가 보조금을 지급받게 된다.
 
예산처가 추계한 비용도 인건비(7462억원)와 운영비(248억원) 항목만 포함했기 때문에 실제 재원은 더 소요될 것으로 보인다. 법인전입금, 학교운영비 산정을 위한 건물연령 등도 주요 재정결함지원 대상이지만, 현 단계에서 파악하기 어려워 계산에서 뺐다는 게 예산처의 설명이다. 때문에 실제 예산은 7700억보다 훨씬 더 들 수 있다는 것이다.
 
문제는 재원 마련 방안이다. 정부는 "방안을 고려 중"이라고만 할 뿐 당장 대책은 없어 보인다. 일반고 전환과 함께 고교학점제가 도입되면 필요한 교원수 확대와 그에 따른 예산 마련도 숙제다. 고교학점제 도입시 교원수 확대는 반드시 필요한 상황인데, 예산당국인 기획재정부는 인구감소에 맞춰 교원수 및 교육예산을 축소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기 때문에 충돌이 예상된다. 부처 간 정책 조율도 풀어야 할 과제다.
 
자유한국당 전희경 의원은 "문재인정부는 공교육 부실의 책임을 오로지 자사고 등 특목고에 떠넘기고 없애겠다는데, 이 과정에서 안 들어가던 세금마저 퍼붓는 형국"이라며 "교육경쟁력과 재정손실 둘 다 초래하는 하지하책"이라고 지적했다. 정부 관계자는 "결국 한정된 재원으로 어떻게 예산을 마련해 충당할 것인가가 문제인데, 구체적인 재원 확보 구상이 먼저 필요하다"고 말했다.
 
지난 8월 서울·부산 자율형사립고 재지정평가에서 탈락한 한양대부속고의 모습. 사진/뉴시스
 
박진아 기자 toyouja@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신형 정치정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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