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조현정 기자] 86 세대(80년대 학번·60년대 출생) 의 간판 인물 중 1명인 임종석 전 대통령 비서실장에 이어 더불어민주당 이철희 의원도 내년 총선 불출마를 선언, 당 쇄신론에 동조하면서 당 내 86 세대 용퇴론이 확산되고 있다.
당 내 86 세대로 분류되는 인사들은 "인위적 물갈이는 안된다"며 선을 긋고 있어 논란은 계속될 전망이다. 86 세대는 2004년 총선 당시 노무현 전 대통령 탄핵 역풍으로 학생 운동 지도부가 여의도에 대거 입성하며 정치권의 신주류로 부상했다. 민주당 이인영 원내대표를 비롯해 우상호·윤호중·김현미·조정식·김태년·최재성 의원 등이 그들이다.
여기에 이철희 의원이 86 세대의 퇴진을 재차 강조하며 세대 교체론의 불을 지폈다. 이 의원은 임 전 실장의 불출마를 86 세대의 용퇴 계기로 삼아야 한다고 밝혔다.
더불어민주당 이철희 의원. 사진/ 뉴시스
그는 지난 19일 한 라디오 방송에서 "이제 물러날 때가 됐다. 젊은 세대에게 문을 열어주는 식으로 '판갈이'를 해야 한다"며 "민심이 '어지간히 했다', '마이 묵었다 아이가' 이런 것 아닌가. 때를 알고 조금 일찍 떠나주는 것이 맞다"고 촉구했다. 86 세대가 수십년 동안 '정치 세대'로 불려왔던 만큼 2선 후퇴가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이에 대해 86 세대 대표 의원들은 "개인적인 선택"이라며 용퇴론에 불쾌감을 내비쳤다. 이 원내대표는 "남아서 일 할 사람들은 남을 것"이라며 "미래 세대들이 어떤 방식으로 진출하는 것이 좋은지에 대한 문제들도 있고 경우에 따라서는 모든 사람이 다 나가야 되는 것은 아니다"고 세대 교체론에 선을 그었다.
또 다른 대표 인물인 우상호 의원은 86 세대를 기득권으로 몰아가는 시각을 비판했다. 우 의원은 "조국 전 장관 사태 이후 우리 세대에 대해 질타가 쏟아지지 않았나"며 "우리가 무슨 자리를 놓고 기득권화 돼 있다고 말하는 데 대해 약간의 모욕감을 느낀다"고 지적했다.
당 지도부는 말을 아끼는 모습이다. 총선을 앞두고 당 내 갈등으로 보여질 수 있는 데다 정기 국회 종료와 총선 예비 후보 등록(12월 17일)까지 86 세대 중진들의 선택을 기다려 봐야 한다는 의견도 많기 때문이다.
더불어민주당 이해찬 대표가 지난 9월 11일 서울 용산구 서울역 KTX 대회의실에서 열린 현장최고위원 회의에 참석해 모두 발언을 하고 있다. 사진/ 뉴시스
여기에 '86 세대가 동반 퇴진해야 한다'는 주장을 놓고 의견이 팽팽하게 엇갈린다. 총선을 앞두고 용퇴가 필요하다는 의견과 함께 험지 출마로 헌신하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최재성 의원은 최근 한 라디오 방송 인터뷰에서 "시스템 중심의 공천 룰은 86 세대에게도 똑같이 적용되는 규칙"이라며 "불출마를 해서 공천 혁신하겠다는 의지 하나로 끌고 가는, 물갈이라든가 퇴진이라든가 필요한 정당이 아니라 시스템이 돼 있다"고 인위적 물갈이가 필요 없음을 강조했다.
86 세대인 한 의원은 <뉴스 토마토>와 통화에서 "(86 세대를) 희생 양으로 만드는 것 아닌가. (용퇴론에) 동의할 수 없다"며 "86 세대가 정치권 주역으로 있으면서 성과도 많이 냈다. 앞으로의 정치적 가능성을 보고 평가해야 하는 것이 맞다"고 주장했다.
일각에서는 일괄 청산만이 인적 쇄신을 위한 답이 아니라는 지적도 나온다. 당의 한 의원은 "불출마는 개인적인 판단이다. 같은 세대 사람들이 다 물러나야 한다는 것은 말이 안된다"며 "강요나 압박 보다 본인 결정에 의한 질서 있는 세대 교체 모습이 되야 한다"고 말했다.
조현정 기자 jhj@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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