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폰, A/S 개선에도 소비자 '부글부글' …"한국시장은 찬밥"
보험제도 도입 3개월…"실효성 의구심" 달갑지 않은 소비자 반응
직영점 단 한 곳뿐 A/S 대부분 외주…사기방조 사건까지 발생
2019-12-13 06:08:09 2019-12-13 06:08:09
[뉴스토마토 김광연 기자] 애플이 한국 소비자들에게 애프터서비스(A/S) 관련 보험 프로그램을 적용하고, 제품 보증 기간을 늘린 지 3개월이 흘렀지만, 고질적인 A/S 문제는 여전히 개선되지 않았다는 소비자들의 목소리가 높다. 아이폰 사용자들은 "수리받는 데 비용도, 시간도 여전히 많이 든다"며 "한국 시장은 찬밥"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12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애플코리아가 지난 9월 한국에 도입한 '애플케어플러스' 서비스는 일종의 보험 프로그램로, 소비자 과실로 휴대폰을 파손해도 최대 2번까지 저렴한 비용으로 수리나 제품 교환(리퍼)이 가능하다.
 
우발적인 손상의 경우 화면은 건당 4만원, 기타 손상은 건당 12만원의 본인 부담금이 부과된다. 수년 전부터 미국 등에서만 지원돼 '역차별 논란'을 불러온 서비스로, 한국 소비자들의 줄기찬 요구 끝에 뒤늦게 도입됐다. 아울러 애플은 국내 스마트폰 품질보증기간도 '기존 구입일로부터 1년'에서 2년으로 늘렸다.
 
표면적으로는 A/S 영역을 확대했으나 "서비스 도입 이전에 비해 별로 나아진 게 없다"는 게 대다수 소비자들의 반응이다. A/S 기간을 늘린 만큼 적용 기준을 강화할 것이란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아이폰을 쓰고 있는 직장인 한모(32)씨는 "아직도 애플의 A/S 시스템은 부족하다고 보는데 공식서비스센터는 여전히 수리 비용이 너무 비싸 사설 업체에 많이 간다"며 "보험 프로그램이 생겼지만, 요즘 스마트폰 교체 주기가 짧아지고 있다 보니 보험에 들지 않았다"고 말했다.
 
아이폰을 사용 중인 직장인 이모(31)씨도 "안 그래도 기기값이 비싼데 보험 가입비까지 한꺼번에 내야 해 주변을 봐도 안 할 수는 없지만, 다들 망설이는 분위기"라며 "이름만 바뀐 식인 보험 상품의 실효성에 의구심이 든다"고 지적했다. 아이폰 11 프로 구매자가 '애플케어플러스' 서비스에 가입하려면 26만9000원, 아이폰11 구매자는 19만9000원을 내야 한다. 
 
지난해 4월9일 한 시민이 오후 서울 중구 명동 애플 전문 스토어를 지나가고 있다. 사진/뉴시스
 
온라인 반응도 다르지 않다. A/S 확대 시행 뒤 한 휴대폰 사용자 커뮤니티에 애플 A/S 관련 글이 올라오자 사용자들은 "수리 기회가 총 2회로 끝난다는 게 단점이다. 애플에 한국 소비자는 봉", "가입 기간이 2년 밖에 안돼 기간이 끝나면 리퍼비만 해도 70~80만원에 달한다", "애플케어플라스 미가입 시 수리 비용이 인상됐는데 가입하라는 무언의 압박 같다" 등 부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업계에서는 시간과 비용이 많이 드는 애플 A/S 정책이 근본적으로 개선되지 않고 있다고 보고 있다. 과거 소비자들은 기기 일부분이 고장 나도 부분 수리가 불가능해 기존에 사용하던 휴대폰을 반납하고 애플로부터 리퍼폰을 받아야 했다. 리퍼폰은 겉은 깨끗하나 중고부품이 들어가 사실상 중고폰이 아니냐는 불만이 있었다. 무상 수리 진단을 받지 못한 소비자는 이마저도 비싼 값을 치러야 손에 쥘 수 있었다. 
 
더욱이 애플이 직접 A/S 서비스를 제공하는 애플스토어가 국내에 단 1곳 밖에 없는 문제점도 여전히 개선되지 않고 있다. 중국에 애플이 직접 운영하는 서비스센터가 42곳에 달하고 일본만 해도 10곳이 있으나 국내 소비자들은 고장이 난 폰을 들고 애플이 지정한 외주업체를 찾아 다녀야 한다. 국내 사정도 다르지 않은데 10월 기준 삼성전자와 LG전자가 각각 직접 전국 178개소와 167개소 서비스센터를 운영하고 있는 것과 달리 애플은 외주업체 4곳 87개소에서 수리를 대행하고 있다. 시간과 비용이 많이 드는 문제가 여전히 개선되지 않고 있는 것이다.
 
지난해 4월9일 한 시민이 오후 서울 중구 명동 애플 전문 스토어를 지나가고 있다. 사진/뉴시스
 
외주업체에 A/S를 맡기다 보니 관리 부실과 수리 품질 저하 등 여러 부작용도 발생한다. 애플이 손을 놓고 있는 사이 애플 A/S 외주업체인 '유베이스' 의 일부 서비스센터가 무상수리 대상인 고객을 속여 수리비를 받은 뒤 전산에는 무상수리를 받은 것처럼 위조한 것으로 드러났다. 애플과 유베이스는 사기방조 혐의로 지난달 경찰 수사 대상에 올랐다. 
 
애플 A/S 제도 부실에 대한 소비자 불만은 실제 설문조사에도 그대로 반영된다. 한국소비자원이 10월 무소속 김경진 의원에게 제출한 '최근 3년간 스마트폰 제조사별 민원 접수 현황' 자료에 따르면 애플은 총 1811건 가운데 431건으로 23.8%의 비중을 차지했다. 540건(29.8%)으로 1위인 삼성전자보다 건수는 적으나 올해 3분기 국내 스마트폰 시장에서 삼성전자(71%)보다 6배 가량 적은 점유율(11%)을 기록한 것을 고려하면 상대적으로 많은 수치다. 
 
전자업계 관계자는 "애플의 운영체제인 IOS 특성상 연속적으로 제품을 쓰는 게 일반적인 데다가 애플에 대한 소비자의 브랜드 충성도가 워낙 높다 보니 소비자들도 애플의 부족한 A/S 정책에 대해 이제 어느 정도 학습이 된 것 같다"며 "애플 자체도 소비자들의 이런 마인드를 충분히 인지하고 있고 이를 이용하고 있다고 봐야 한다"고 꼬집었다.
 
한편, 12일 A/S와 관련한 소비자 불만에 대해 애플코리아 측에 입장을 물었으나 아무런 답변을 하지 않았다.
 
지난해 4월9일 한 시민이 오후 서울 중구 명동 애플 전문 스토어를 지나가고 있다. 사진/뉴시스
 
김광연 기자 fun3503@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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