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조현정 기자] 자유한국당 내에서 유력 인사와 중진 의원들에 대한 험지 출마 여부를 놓고 공천 갈등이 고조되는 분위기다.
특히 한국당이 험지 출마를 거부한 중진은 내년 4·15 총선 공천에서 배제하겠다고 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추후 공천 반발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는 지적도 나온다.
정치권에선 공천을 계기로 황교안 대표와 당 내 다른 잠룡들 간 본격적인 힘 겨루기가 시작됐다는 분석도 나온다.
총선 기획단은 지난 17일 총선 출마를 노리는 당 대표급 인사들에게 '전략 지역' 출마를 압박하고 나섰다. 영남권 출마를 준비 중인 홍준표 전 대표, 김태호 전 경남지사 등을 겨냥한 것으로 보인다. 홍 전 대표는 경남 밀양·의령·함안·창녕, 김 전 지사는 산청·함양·거창·합천 출마를 검토 중이다.
총선 기획단은 "당 대표를 지냈거나 지도자적 위치에 있었던 큰 정치인은 당과 협의해 전략적 거점 지역에 출마해 이번 총선을 이끌어주실 것을 권고하기로 의견을 모았다"고 밝혔다. 전략적 거점 지역은 비영남권 경합지역이다.
자유한국당 내 '유력 인사 험지 출마론'이 공천 갈등의 소재로 부상했다. (왼쪽) 홍준표 전 대표·김태호 전 경남지사. 사진/ 뉴시스
실제로 당 지도부는 총선 기획단 발표를 전후로 거물급 인사들에게 수도권 특정 지역을 거론하며 출마를 요청한 것으로 전해졌다. 최근 박완수 당 사무총장은 "당의 입장에 따르지 않을 경우 공천에서 배제할 수 있다는 게 황 대표의 생각"이라고 밝히면서 이 같은 방침이 구체화 됐음을 내비쳤다.
이에 대해 홍 전 대표는 "나는 4선을 전부 험지에서 했다"며 반발, 불응할 뜻을 밝혔다. 그는 22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김병준 비대위원장 시절 당을 독식하기 위해 이유 없이 나를 제명한다고 해서 나를 제명하면 보수 야당을 자신들이 통째로 삼킬 수 있는지 한번 지켜보자고 한 일이 있었다"며 "총선을 앞두고 모두 하나가 되도 어려운 판에 당내 경쟁자를 제거하고, 당을 더 쪼그라트려 탄핵 잔당들이 주동이 돼 선거를 치를 수가 있는지 한번 두고 보자"고 비판했다.
이어 "3당 합당 이후 한국 보수 야당이 지금처럼 사분 오열이 된 적이 없었는데, 또 다시 당을 쪼개려는 시도를 한다면 이는 문재인 정권에 협조하는 반역사가 될 것"이라며 "과욕은 패망을 부른다. 자중하라"고 밝혔다. 이는 한국당 공천 과정에서 자신에 대한 견제가 본격화할 경우 맞대응에 나설 수 있음을 시사한 것으로 풀이된다.
앞서 20일에도 "험지에서 1석 보태는 것만이 당을 위한 길이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될 날이 올 것"이라며 "나는 머릿 수나 채우는 그런 용도가 아니다"고 비판했다.
김 전 지사 역시 험지 출마 요구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을 내비쳤다. 그는 "이번에는 일단 원내 진입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면에서 경남 출마를 선언했다"며 "해당 지역 민심으로 공천 여부를 판단하면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늪에 빠진 당을 거대한 기중기로 끌어올리든, 아예 버리고 새로 도약하든 해야 하는데 당 지도부가 소모적인 모습으로 한 발도 미래로 못 나가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충청 지역에서 출마지를 물색해 온 이완구 전 국무총리의 선택도 주목 받고 있다. 총선 기획단이 당 내 지도자급이라고 언급한 상황에서 충청권에서는 이 전 총리도 포함될 것으로 보인다. 이와 관련 이 전 총리는 당과의 협의를 통해 1월 중순께 출마 지역에 대해 입장을 밝힐 것으로 전망된다.
반면 김병준 전 비대위원장은 지난달 "대구 수성갑에 출마하지 않겠다"며 "서울 지역 험지 출마 등 당을 위해 기여할 수 있는 일을 고민하겠다"며 출마 지역 결정을 유보한 상태다. 당의 결정을 수용하겠다는 의미다.
일각에서는 황 대표가 서울 종로 등 지역구 출마를 선언하며 리더십을 보여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다. 정치권의 한 관계자는 "황 대표 먼저 험지인 종로 출마를 선언하고 스스로 나서야 한다"며 "본인이 당 대표로서 리더쉽을 보여야 다른 중진들도 수긍할 수 있을 텐데, 공천으로 당 내 갈등이 계속 이어진다면 총선에서도 좋은 결과를 기대하긴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조현정 기자 jhj@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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