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성휘 기자] 문대인 대통령과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24일(현지시간) 중국 쓰촨성 청두에서 15개월 만의 정상회담을 했다. 지난 7월 일본의 수출규제 조치 이후 첫 회담으로, 양 정상은 양국 관계 개선 필요성에 공감대를 형성하고 "대화를 통한 해결"에 의견을 같이했다. 다만 강제동원 해법과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지소미아) 연장 문제 등 현안에는 상호 입장차만 확인했다.
문재인 대통령과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24일 중국 청두 샹그릴라 호텔에서 열린 정상회담에 참석해 악수를 나누고 있다. 사진/청와대
청와대 발표 등에 따르면 양 정상의 회담은 당초 예정된 30분을 넘겨 45분간 진행됐다. 공개된 모두발언에서 문 대통령은 "양국은 잠시 불편함이 있어도 결코 멀어질 수 없는 사이"라며 "머리를 맞대어 지혜로운 해결 방안을 조속히 도출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아베 총리도 "서로에게 중요한 이웃"이라며 "관계를 계속 개선하고 싶다고 생각하고 있다. 아주 솔직한 의견 교환을 할 수 있으면 한다"고 화답했다.
이어진 비공개회담에서 양 정상은 자신들의 요구를 보다 직접적으로 드러냈다. 문 대통령은 "일본이 취한 수출규제 관련 조치가 7월1일 이전 수준으로 조속히 회복되어야 한다"고 말하고, 아베 총리의 결단을 촉구했다. 그러나 아베 총리는 "앞으로도 수출 당국 간 대화를 통해 문제를 풀어 나가자"고 원론적으로 답변했다.
반면 일본 언론에 따르면 아베 총리는 수출규제의 도화선이 된 '한국 대법원의 강제징용자 배상 판결'에 대해 "한국측이 책임을 가지고 해결책을 제시해주기 바란다"고 요구했다. 이에 문 대통령은 문제 해결의 중요성에 이해를 나타냈지만 '대법원의 판결을 존중한다'는 기존 입장을 재확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일제 강제동원 피해자에 한·일 양국 기업과 국민이 기부금을 조성해 위자료를 지급하는 내용의 일명 '문희상 안'에 대한 논의도 없었다는 후문이다.
한일 언론 등에선 이날 정상회담에서 별다른 결론을 도출하진 못했지만 '만남' 그 자체에 의미가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양국 정상의 공식 만남으로 더 이상의 관계악화를 막고, 당국 간 대화기조를 유지하며, 관계복원의 계기를 만들었다는 분석이다.
청와대 핵심관계자는 "(양 정상이) 직접 서로의 육성을 통해서 상대국의 입장을 설명 듣는 그런 자리였다"면서 "이런 만남이 얼마나 중요한지, 그리고 대화로 문제를 풀어 나가자는 데 양 정상이 합의를 한 것에 큰 의미가 있다"고 설명했다. 일본측 배석자도 "긴장된 분위기는 있었지만 날카롭진 않았고, 지극히 솔직하고 기탄없는 회담이었다"고 밝혔다.
다만 양국 실무협상이 어떻게 진행될지는 여전히 미지수로, 내년 초 서울에서 개최될 8차 수출정책대화에 시선이 모인다. 일본이 수출규제를 완화하면 우리도 지소미아 연장으로 화답해 양국 관계개선이 급물살을 탈 수 있지만, 서로 상대방의 양보만 주장하며 평행선을 달릴 경우 상황은 더 악화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청와대 관계자는 지소미아 연장 등과 관련해 "구체적인 기한을 말씀드릴 수는 없지만 그냥 무작정 계속 길어질 수는 없는 노릇"이라며 "어느 정도 기한 안에는 이 문제가 풀려야 된다라는 것에 대해 다 인지하고 있다"고 밝혔다.
문재인 대통령이 24일 중국 쓰촨성 청두 샹그릴라 호텔에서 열린 한일 정상회담에서 아베 신조 일본 총리 발언을 듣고 있다. 사진/청와대
청두=이성휘 기자 noirciel@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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