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안창현 기자] 국내 모빌리티 업계에서 카풀은 금지됐고, 렌터카는 불법성 여부를 따지는 재판이 진행 중이다. 이 때문에 모빌리티 혁신이 나오기 힘들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반면 가맹택시 기반의 모빌리티 업체들은 스마트 모빌리티 서비스를 위한 발판을 빠르게 마련하고 있다. 기존 택시에 모빌리티 기술을 접목한 형태라 택시업계의 반발도 적은 편이다.
27일 업계에 따르면 카카오모빌리티와 KST모빌리티 등 모빌리티 플랫폼 업체들은 가맹택시 규모를 늘리는 한편, 혁신 모빌리티 서비스들을 고도화하기 위한 채비를 서두르고 있다. 직영으로 운영할 법인택시 회사를 인수하거나 프랜차이즈 방식으로 택시 사업자들과 파트너십을 체결, 서비스 지역과 규모를 확장하는 모습이다. 카카오모빌리티는 서울에 국한됐던 가맹형 택시 '카카오T 블루'를 지난달 대구에 론칭한 데 이어, 지난 13일부터 성남에서도 운행 중이다. 조만간 대전 지역에도 서비스 출시를 계획하고 있다.
KST모빌리티는 현재 서울과 대전, 수원, 제주에서 '마카롱택시'를 운영한다. 지난해 1월 법인택시 인수에 나선 이후 올해까지 직영 500대, 가맹 5000대를 확보한다는 방침이다. 또 서울개인택시조합과 업무협약을 맺고 전기택시 브랜드인 '스위치' 플랫폼을 준비하고 있다. 택시업계가 직접 모빌리티 플랫폼 구축에 나서기도 했다. 서울특별시택시운송사업조합과 서울개인택시조합은 지난해 11월 티머니와 함께 택시 호출 서비스인 '온다택시'를 내놨다.
가맹택시 기반의 모빌리티 업체들이 서비스 플랫폼으로 도약을 준비 중이다. 사진/뉴시스
업계 관계자는 "현 제도 내에서 불확실한 규제 환경을 피할 수 있는 길이 가맹형 플랫폼 택시"라며 "정부 정책 방향도 그렇고 국내에서 당분간 택시 중심의 모빌리티 서비스는 불가피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올해는 제도 정비도 이뤄지면서 이런 흐름이 더욱 가속화될 것으로 보인다"며 "모빌리티와 연관된 생활밀착형 서비스들이 얼마나 고도화될 지가 관건"이라고 덧붙였다. 모빌리티 플랫폼들이 승차거부 없는 택시 호출, 여성이나 노약자를 위한 전용택시 등의 서비스들에 머물지 않고 다양한 맞춤형 서비스를 선보일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모빌리티 업계는 이미 단순 이동수단을 넘어 새로운 서비스 플랫폼으로 도약을 준비하는 모습이다. 정보통신(ICT)과 콘텐츠, 이커머스 등의 분야가 모빌리티 플랫폼과 접목돼 MaaS(Mobility as a Service) 생태계 기반을 만들고 있다. 카카오모빌리티는 향후 카카오의 기술력을 바탕으로 서비스 플랫폼 구축에 더욱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 지난 22일에는 SK가스과 모빌리티 사업 추진을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SK가스의 LPG 충전소를 기점으로 모빌리티 플랫폼 ‘카카오T’를 접목한 O2O(온·오프라인 연계) 서비스 협력을 위해서다.
최근 KST모빌리티도 NHN과 다양한 서비스 협력 모델을 추진한다는 계획을 밝혔다. NHN의 사업들인 페이코(핀테크), 벅스와 한게임(엔터테인먼트), 티켓링크(커머스), 토스트(클라우드) 등을 통해 폭넓은 협력이 가능하다는 판단에서다. KST모빌리티는 우선 마카롱택시에 페이코를 도입하고, 다양한 사용자맞춤 서비스들의 공동 개발을 검토해나갈 예정이다.
안창현 기자 chahn@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병호 공동체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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