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카오, 증권업계 '메기'될까
카카오톡 위에 MTS 구현?…본격 사업 위해 자본확충 필수
2020-02-05 17:03:02 2020-02-05 17:03:02
[뉴스토마토 이보라 기자] 카카오페이가 5일 금융위원회로부터 바로투자증권 대주주 변경 승인을 받았다. 증권업계에서는 카카오페이가 카카오라는 플랫폼을 기반으로 금융투자시장에서 파란을 일으킬 '메기'가 될 수 있을지 주시하고 있다. 카카오의 영향력에 대해서는 대체로 인정하는 분위기지만, 현재 증권사들의 주수익원인 투자은행(IB) 사업엔 당장 뛰어들 수가 없고, 개인 대상 리테일 사업은 경쟁이 치열해 두각을 나타내기 쉽지 않을 것이라며 표정관리를 하고 있다. 
 
카카오페이의 증권업 진출은 여러가지 변화를 불러올 가능성이 높다. 지난해 8월 기준 누적 가입자가 3000만명에 달하는 상황에서 카카오톡 플랫폼을 이용해 리테일 영업에 나설 경우 그 영향력은 막강할 것이라는 분석이 많다.
 
카카오뱅크 출범 초기처럼 매력적인 이율을 내세워 종합자산관리계좌(CMA)를 판매하거나 주식 신용거래 고객을 불러 모을 수 있다. 카카오페이의 각종 서비스와 연계된 상품을 기대하는 고객도 많은 것으로 알려졌다. 리테일 부문에서 이렇게 공격적인 마케팅을 펼칠 경우 개인 시장점유율이 30%에 육박하는 키움증권(039490)이 가장 큰 타격을 받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카카오의 채널 영향력이 막강해 고객 이동은 일어날 것으로 보인다"면서 " 향후 고객증가 추이에 따라 전략을 세워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카카오와 본격 시너지를 내기 위해서는 카카오톡 서비스에 주식 매매 시스템을 어떻게 얹느냐가 관건이 될 수 있다고 업계에서는 지적하고 있다. 한 관계자는 "기존 카카오뱅크는 편의성을 높인 간단한 기능만 넣어 직관적인 인터페이스를 구현했지만 주식매매 서비스는 차원이 다르다"고 말했다. 기존의 카카오뱅크의 계좌 조회, 송금, 대출 등의 업무와는 다른 고도화된 프로그램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주식 주문 기능 외에 각종 투자정보 제공과 재무·차트 분석 기능 등도 포함돼야 한다. 
 
따라서 카카오페이로서는 모바일트레이딩시스템(MTS) 수준의 프로그램을 카카오톡에 욱여넣을지, 단순 주문 기능 정도만 포함시킬지, 별도의 앱으로 떼어낼지 선택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자본금도 해결해야 할 문제다. 현재의 자본 규모로 수익사업을 전개하기는 쉽지 않을 전망이다. 향후 카카오페이가 얼마나 자본을 확충할지에 따라 업계에 미치는 파급력도 달라질 것이라는 분석이 많다. 바로투자증권의 지난해 말 기준 자기자본은 599억원이다. 중소형증권사라도 이 정도 자본으로는 수익을 일으킬 만한 사업이 많지 않다. 자연스럽게 증자가 이뤄질 것으로 전망된다.
 
업계의 다른 관계자는 "자본이 필요치 않은 브로커리지(위탁매매)서비스에 집중할 수 있지만 그래도 증자는 필요할 것"이라며 "신용대출이나 IB로 돈을 벌려면 지금 자본금으로 할 수 있는 사업은 거의 없다"고 말했다.
 
바로투자증권은 지난 2008년 자본금 170억원 규모로 설립됐다. 주요 계열회사로는 바로저축은행과 신안캐피탈, 휴스틸, 바로자산운용 등이 있다. 지난해 61억원의 당기순이익을 기록했다. 전년보다 절반 가량 줄어든 수치다. 신한캐피탈이 지분 100%를 소유한 최대주주였다. 2013년과 2008년부터 바로투자증권을 경영해온 윤기정 대표와 정혁진 전무의 임기는 올해 주주총회일까지다.
 
이보라 기자 bora11@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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