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신상민 기자] 4년 전 딸을 혈액암으로 떠나 보낸 장지성 씨가 VR을 통해 딸과 재회했다.
2월 6일 방송된 MBC 휴먼다큐멘터리 ‘너를 만났다’에는 혈액암으로 딸을 떠나 보낸 장지성 씨가 가상현실을 통해 딸과 재회하는 모습이 그려졌다.
장지성 씨는 4년 전 혈액암으로 셋째 달 나연이를 잃었다. 나연이는 목이 부어 병원을 갔지만 시간이 지나도 열이 떨어지지 않았다. 큰 병원을 찾았을 때는 혈액암 판정을 받고 투병을 했다.
장지성 씨는 딸을 떠나 보낸 지 4년이 됐지만 여전히 딸에 대한 그리움에 힘겨워하고 있었다. 그는 “약간 겁난다. 넷째 소정이가 나중에 서른 살 나이가 됐을 대도 나연이는 7살이지 않나. 그때도 다 그렇게 기억을 할 수 있을지 슬슬 건망증이 심해져 걱정이 된다”고 고민을 털어 놨다.
이어 “하늘이 맑은 날은 기분이 좋아서 나연이 생각이 나고 흐린 날은 흐려서 나연이 생각이 난다. 운전을 하고 가다가 하늘을 보는데 남들 눈에는 구름인데 제 눈에는 나연이가 누워서 잠드는 모습이 보였다”고 애틋함을 드러냈다.
아빠 강현구 씨는 꿈을 통해서라도 나연이를 만나 꼭 끌어안고 눈물을 흘린 일화를 전했다. 그는 “아내가 자다가 왜 우냐고 하길래 나연이를 봤다고 하니꺼 너무 좋았겠다고 부럽다고 했다. 12시간 동안 만날 수 있다고 하면 약을 먹고 12시간을 잘 거다”고 했다.
제작진은 나연이의 가족을 위해 국내 최고 VR 제작진과 기술을 협력했다. 나연이와 비슷한 모델의 3D 스캐닝 과정, 모션 캡처 작업, 비슷한 또래 아이 5명이 각 800문장씩 녹음해 10시간 분량의 음성 데이터를 만드는 작업을 진행했다.
장지성 씨는 VR 스튜디오를 찾아 “어떻게라도 한 번 보고 싶었으니까 볼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답했다. 본격적인 VR 체험이 시작되자 흰 나비가 장지성 씨 주변으로 다가왔고 이후 숲 속에서 나연이의 노래 소리와 함께 “엄마”라는 음성이 들려왔다.
영상 속 등장한 나연이가 “내 생각 했었어? 나는 엄마 많이 보고 싶었어”라고 말하자 장지성 씨는 “엄마도 너무 보고 싶었어. 엄마 나연이 안아보고 싶어”라고 오열을 했다. 가상 세계에서 장지성 씨는 하늘에 있는 나연이의 공간으로 이동했다. 그곳에서 생일 파티를 하고 생전 나연이가 좋아했던 엄마표 미역국을 먹는 모습이 펼쳐졌다. 나연이는 엄마가 울지 않게 해달라고 말했다.
이에 장지성 씨는 “엄마 이제 안 울고 너 많이 그리워하지 않고 더 많이 사랑할게. 나연이 정말 많이 사랑해. 나연이가 어디에 있든 엄마는 나연이 찾으러 갈거야. 엄마는 아직 해야 할 일이 있어서 일 다 마치면 그때 나연이한테 갈게”라고 말하며 눈물을 흘렸다.
VR 체험을 마친 장지성 씨는 “멀리서 뛰어가는 모습이나 누울 때 모습이 비슷하더라. 그래도 아까 그렇게 해서 나오니까 좋더라”며 “생일이 일곱 살이라 가슴이 아프다. 살아 있으면 이제 열 한 살 됐다”고 안타까워했다.
장지성 씨는 VR을 통해 가상현실이긴 하지만 나연이와 만남을 통해 위로와 함께 치유의 힘을 얻었다고 고백했다.
너를 만나다 사진/MBC
신상민 기자 lmez0810@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나볏 테크지식산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 맛있는 뉴스토마토, 무단 전재 -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