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강윤 언론인
23일 현재 ‘코로나19’ 관련 사망자가 6명으로 늘고, 지역사회감염이 집중 발생하면서 공포심이 절정으로 치닫고 있다. 정부가 지난 4일 중국 허베이성 방문경력 외국인의 입국을 차단한 지 불과 20일만의 일이다. 사태발생 초기 “중국의 인접국임에도 대응이 훌륭하다”는 내외의 호평을 생각하면 어리둥절해지는 게 이상하지 않다.
지난 19일 중국 CCTV는 “감염병 권위자인 중난산 중국공정원 원사 연구팀이 확진자 대-소변에서 살아있는 코로나19 바이러스를 확인했다”고 보도했다. 침방울 뿐만 아니라 대-소변을 통해서도 전파될 수 있다는 얘기다. 사흘 뒤, 중국 국가위생건강위원회는 ‘코로나19치료방안 제6판’에서 “에어로졸(공기중에 부유하는 액체미립자)을 통한 전파가능성도 있다”고 경고했다. “공기중에 바이러스가 둥둥 떠다니고 있고, 숨 쉬면 내 몸으로 들어오는 건 아닌가…, 공중화장실도 가면 안되겠다”는 걱정이 삽시간에 퍼졌다. 중국 국가위생건강위원회가 “에어로졸전파는 밀폐된 환경에서 장시간 고농도 에어로졸에 노출될 때”라는 단서를 달았음에도, 불안 상태의 사람들이 공기감염을 현실로 받아들이는 걸 막기는 힘들었다.
그러나 이것은 명백한 과잉공포다. 실험실 조건과 일상생활 환경이 다르기 때문에 실험실결과치가 그대로 발현된다고 연결짓는 건 무리다. 또, 상대적으로 뒤떨어진 중국 위생실태와 우리의 차이를 간과한 것이다. 정체불명의 역병이 무서운 것은 바이러스 자체보다는 집단반응 대중심리다. 더구나 부정확한 지식이나 정보가 불러오는 상상적 공포심은 그 어떤 방역으로도 해결 난망이다.
이 와중에 국회의원 총선이 코 앞이어서인지 코로나사태를 틈 탄 ‘정치적 바이러스’마저 한 몫 하고 있다. 세계보건기구(WHO)가 특정 국가/도시에 대한 혐오를 조장한다며 공식명칭을 ‘코로나19’로 바꿨지만, 국내 언론중엔 아직도 우한폐렴이라고 줄기차게 쓰는 신문이 있다. 그릇된 일이다. 그 여파인지는 모르나, 대구경북지역을 중심으로 문재인폐렴, 대구폐렴이란 말이 수구계열 출마자들을 통해 유포되고 있다. 빨간 점퍼 차림에 ‘문재인폐렴’이라는 글귀를 앞뒤로 두르고 대구 시내를 활보하는 후보의 사진, 기억할 것이다. 지구 차원의 문제인 코로나19를 선거에 이용하려는 저열함이자. 분열증적 혐오정치의 극치다.
비단 수구진영에서만 차별을 조장한 건 아니었다. 진보적 역사학자로 알려진 전우용씨의 글도 도마에 올랐다. 전씨는 “대구시민들은 자기 도시가 왜 아베의 일본과 비슷한지 깊이 생각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신천지교회예배-청도 대남병원집단감염에서 비롯된 것으로 추정되는 대구경북사태를 일본/아베에 견주는 건 비약이자, 대구시민 전체에 대한 차별/혐오에 가깝다. 지역감정을 볼모로 수 십년 간 ‘수구 동맹’을 구축해온 대구경북 출신 정치인들과, 대구경북 시민을 동일시한 것은 반발을 사기에 충분했다.
이런 사례들에 ‘개탄’이란 말은 너무 점잖다. 대구 출신 김부겸의원은 “대구폐렴이란 말에는 지역주의가 묻어있다. 그래서 반대한다. 문재인폐렴도 마찬가지”라고 비판했다.
정부는 상황 진전을 신속-정확하게 알려야하지만, 바이러스에 대한 정확한 정보제공에도 더 노력해야 한다. 제대로 알아야 막연한 공포를 줄일 수 있기 때문이다. 보건복지부와 질병관리본부의 자료집을 살펴봤다. △체외배출 바이러스 생존기간 : 일반 피부 5분, 티슈/종이 15분, 사무실이나 버스 등의 바닥에 떨어진 확진자 비말 약 4시간, 금속/플라스틱 표면에선 최대 이틀 생존가능. △바이러스 체내유입 경로 : 확진자 비말이 각종 사물(책상, 사무기기, 엘리베이터 버튼, 손잡이 등)에 묻어있는 것을 만진 후, 그 손으로 코 점막, 입 안, 눈 등을 만지거나 비비면 유입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통계에 따르면 일상생활에서 무심코 얼굴을 만지는 습관이 시간 당 평균 23회라고 한다. 그만큼 손에 의한 유입과 전파가 무섭다는 얘기다. 이상에서 보듯 마스크와 손씻기는 최고의 ‘셀프 백신’이다. 잘못되거나 과장된 정보는 오해를 낳고, 오해는 불안을 부른다. 여기에 정치적 저의까지 가세하면 패닉상태에 빠지고 만다. 현 단계 최대 경계사항은 심리적 바이러스다.
이강윤 언론인(pen3379@gmail.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신형 정치정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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