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정기종 기자] 셀트리온이 연 매출 1조클럽을 넘어 퀀텀점프를 노린다. 올해 본격화 되는 신규 파이프라인 출시와 글로벌 직판체계 구축, 중국 직접 진출 등을 통해 기존 바이오시밀러 '퍼스트무버'를 벗어나 글로벌 헬스케어 분야 '게임체인저' 입지를 구축한다는 포부다.
서정진 셀트리온그룹 회장은 보수적인 국내 제약·바이오 기업 가운데 보기드문 스타 경영인이다. 남다른 입담을 비롯해 내부에서 협의되지 않는 내용들까지 즉흥적으로 발표하는 등 화제성 측면에선 단연 압도적이다. 이 같은 서정진 회장의 행보는 불모지였던 바이오시밀러 시장을 선제적으로 개척한 자신감에서 나온다. 2000년대부터 개발에 박차를 가해 2012년 국내에서 세계 최초의 항체바이오시밀러 '램시마' 품목허가를 받았을 당시에도 바이오시밀러는 모두에게 낯선 분야였다.
이듬해인 2013년 유럽 허가 역시 획득했지만, 시장성과 회사를 향한 의구심은 여전했다. 실제로 시장 진출 초기 낮은 점유율로 고전했지만, 오리지널 의약품 대비 낮은 가격와 유사한 효능을 인정받으며 폭발적 성장을 이어갔다. 거듭된 성장을 기록하며 유럽에서 절반이 넘는 점유율로 오리지널을 넘어선 램시마를 비롯해 후속 진출한 트룩시마와 허쥬마 역시 40%, 20%에 가까운 점유율을 기록 중이다.
여기에 그동안 바이오시밀러에 보수적이던 미국 역시 지난해부터 빗장을 열기 시작하면서 램시마와 트룩시마가 진출을 완료했고, 허쥬마는 이달 출시를 앞두고 있다. 셀트리온의 성공은 해외 시장에서 사실상 전통 제약사 중심의 케미컬의약품만이 전부라고 여겨지던 국내 업계 포트폴리오를 다변화시켰다는데도 의미가 있다.
가파른 성장세에 셀트리온의 실적도 고공행진을 이어왔다. 지난 2014년 4700억원 수준이던 셀트리온의 매출은 2017년 9500억원 수준으로 껑충 뛴 뒤, 지난해 1조1285억원의 매출로 사상 첫 1조클럽 가입에 성공했다. 특히 바이오의약품 중심의 높은 수익성에 5% 안팎에 머문 전통제약사와 대비되는 40% 수준의 영업이익률을 기록 중이다.
이런 셀트리온에게 올해는 특히 중요한 한 해로 꼽힌다. 그동안 해외시장에서 유통 파트너사들과 손잡던 구조에서 탈피, 직판 체계 구축과 주력품목 램시마의 피하주사제형 램시마SC의 출시, 중국 진출 본격화 등이 진행될 계획이다. 향후 셀트리온의 중장기 성장동력으로 꼽히는 사업들이다.
셀트리온의 중장기 비전은 지난 1월 세계 최대 제약·바이오 투자행사인 'JP모건 헬스케어컨퍼런스'에서 잘 드러났다. 당시 발표에 나선 서정진 회장은 주력 파이프라인 판매 전략을 비롯한 그룹 신성장 동력 등이 담긴 '2030 비전 로드맵'을 발표했다. 이미 입지를 다진 바이오시밀러 분야 퍼스트무버 지위를 넘어 시장 판도를 바꾸는 '게임체인저' 발돋움함과 동시에 오는 2030년까지 바이오시밀러와 프라임시밀러를 비롯한 신약, U-헬스케어 등의 단계적인 성장에 나선다는 전략이다.
뿐만 아니라 현재 주력 무대인 유럽과 미국을 넘어 세계 2위 규모 바이오의약품 시장인 중국 공략 역시 올해 본격화 될 전망이다. 중국 내 12만리터 규모의 현지 최대 바이오의약품 생산시설 구축과 유통에 직접나서는 직판 네트워크 구축, 현지 시장을 겨냥한 대규모 위탁생산(CMO) 계획 등을 연내 본격화한다는 계획이다.
서정진 셀트리온그룹 회장이 지난해 초 신년 기자간담회를 통해 사업계획을 발표하고 있다. 사진/뉴스토마토
정기종 기자 hareggu@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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