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안창현 기자] 한국은행이 과거 감염병보다 코로나19가 미치는 실물경제와 금융시장 영향이 클 것이라고 진단했다. 중국의 글로벌 경제 파급력이 확대된 데다, 금융시장에서 코로나19로 인한 변동성이 과거 사례보다 커졌다는 판단이다.
한은은 12일 국회에 제출한 '통화신용정책보고서'를 통해 "현재 중국은 세계 최대 교역·관광 교류국이고 글로벌 분업구조의 핵심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며 "중국경제뿐 아니라 국내 실물경제에 직·간접적 파급력이 상당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 "과거 사스(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의 경우, 감염병 확산이 중국과 인접국에 국한된 데다 경제적 충격도 단기간에 그쳤다"며 "코로나19는 여타 국가로도 확산되고 있다는 점에서 과거보다 영향이 클 것으로 전망된다"고 밝혔다.
한은은 코로나19의 부정적 영향이 외국인 관광객 감소로 인한 서비스수출과 경제활동 위축에 따른 내수 부진을 중심으로 나타날 것으로 내다봤다. 특히 전체 외국인 관광객 중 중국인이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어 서비스수출에 상당히 큰 악재로 작용할 전망이다. 지난해 외국 관광객 중 중국인 비중은 34.4%였다.
보고서에 따르면 이미 관광과 여가, 음식·숙박 등 서비스부문 소비가 크게 부진한 모습이다. 재화소비도 오프라인 소매판매를 중심으로 부정적 영향이 있다. 재화수출은 화공품과 석유제품 등 대중국 수출 비중이 높은 품목에 영향을 미치는 중이다. 사태가 장기화될 경우 기업 투자심리 약화로 생산과 설비투자에도 부정적 영향이 예상된다.
국내외 금융시장 역시 사스와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 당시에 비해 변동성이 확대됐고, 반응 정도도 과거 사례보다 큰 편이라고 한은은 판단했다. 과거 감염병 확산 시에는 금융시장 가격변수들이 대체로 충격 발생 후 13거래일 이내에 직전 수준을 회복했다는 지적이다.
한은이 감염병 발병 직후 국내 금융시장의 단기 반응을 비교한 자료에 따르면 메르스 당시 코스피와 국고채(10년) 금리의 회복속도가 각각 12거래일, 13거래일이었다. 신종 인플라엔자의 경우는 주가와 장기금리가 2거래일, 3거래일 수준에서 회복된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코로나19 확산 이후에는 주가와 장기금리 모두 이달 들어서도 직전 수준을 크게 하회하고 있는 상황이다.
한은은 "최근 금융시장이 코로나19 전개 양상에 따라 민감하게 반응하는 모습"이라며 "감염병이 국내외로 빠르게 확산되면서 실물경제에 대한 부정적 영향이 커질 수 있다는 시장의 우려가 반영된 결과"라고 분석했다.
이에 한은은 앞으로 통화정책 운영 방향에 대해 "코로나19의 확산 정도와 국내외 경제에 미치는 영향, 주요국의 통화정책 대응, 가계부채 증가세 등 금융안전 상황의 변화 등을 면밀히 점검하면서 완화정도의 조정 여부를 판단해 나갈 것"이라고 전했다.
안창현 기자 chahn@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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