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발 접수해놓고 언제까지 진상조사? '제식구 감싸기' 자초한 검찰총장
진상조사 나선 대검 인권부, MBC 등에 자료제출 추가 요구
법조계 "무익한 절차 반복 말고 고발에 근거해 즉시 수사해야"
2020-04-13 03:00:00 2020-04-13 03:00:00
[뉴스토마토 최기철 기자]대검찰청이 채널A와 현직 검사장간 유착 의혹에 대한 조사에 본격 착수했지만, 시작부터 공정성 논란이 제기되고 있다. 시민단체 고발로 즉시 수사가 가능한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윤석열 검찰총장이 불필요한 절차를 끌어들여 의혹을 더 키운다는 비판이다.
 
12일 대검 등에 따르면, 인권부(부장 이수권 검사장)는 지난 10일 이번 '검언유착' 진상조사를 위해 의혹을 처음 제기한 MBC에 추가 자료를 요청하는 공문을 보낸 것으로 알려졌다. 윤 총장은 지난 8일 대검 인권부에 이번 의혹에 대한 진상조사를 지시했다. 한동수 대검 감찰본부장이 휴대전화 문자메시지로 '감찰에 착수하겠다'고 보고한 것을 사실상 거부한 직후다. 
 
윤 총장이 인권부에 진상조사를 지시한 이유에 대한 대검 측의 공식 설명은 없었다. 이를 두고 윤 총장의 최측근으로 알려진 현직 검사장이 관여된 사건인 만큼, 의혹이 제기된 상황에서 '감찰'이라는 강수를 바로 빼기는 어려웠을 것이라는 분석이 검찰 내부 의견이다. '사실관계 파악-진상 조사-감찰-수사' 순으로 사건을 보는 검찰의 특성 때문이라는 말도 나온다. 
 
윤석열 검찰총장이 지난 2월20일 오후 광주고검·광주지검을 방문한 뒤 황병하 광주고등법원장을 예방하기 위해 광주고법으로 이동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그러나 검찰 밖에서 진행되고 있는 사실과 비교할 때 윤 총장이 사안을 가볍게 보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 제기된다. 한 검찰 고위간부 출신 변호사는 "검찰 수사가 여론을 따라가서는 안 된다"면서도 "기본적인 사실관계가 언론과 제보자, 해당 언론사를 통해 대부분 확인되고 사건의 윤곽이 드러난 상황에서 윤 총장이 지나치게 신중하다 보니까 오히려 국민적 의혹이 커지고 있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이번 사건의 당사자 중 한쪽인 채널A 측 김차수 대표는 지난 9일 방송통신위원회가 연 '종합편성채널 재승인 의견청취' 자리에서  '소속 이모기자와 해당 검사장이 통화한 것이 맞다'고 답변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채널A 측은 즉각 방통위원 일부가 김 대표의 대답을 오해한 부분이 있다고 이의를 제기한 것으로 전해졌다. 방통위는 당일 회의에서 나온 정확한 진술을 담은 회의록을 이번 주 공개할 예정이다.
 
윤 총장이 대검 인권부에 진상조사를 지시한 것을 두고도 적절성 논란이 끊이질 않고 있다. 대검 인권부는 문재인 대통령이 검찰개혁 일환으로 주문해 창설된 피의자 인권보호 부서다. 인권기획과와 인권감독과, 피해자인권과 등 3개 과로 구성됐다. 기획과 교육을 담당하는 인권기획과를 제외하더라도 이번 사건의 진상조사와 연관이 있는 부서는 없다는 것이 법조계 지적이다.
 
인권감독과는 '검찰공무원의 인권침해 관련사건 지휘·감독, 검찰업무 관련 인권침해 예방, 검토 및 처리' 등 업무를 관장한다. 피해자인권과는 범죄 피해자 지원과 보호 관련 검찰사무의 지휘·감독에 관한사항, 범죄 피해자에 대한 구조금 지급업무에 관한 사항, 증인 및 내부고발자 보호에 관한 사항 등이 담당 업무다.
 
진상조사단체에서 일 한 경험이 있는 한 변호사는 "인권부가 나섰다고 해서 그동안 자료 제출을 사실상 거부한 언론사들이 갑자기 협조할 것으로는 보이지 않는다"면서 "지금 인권부 조사는 앞의 기획조정부가 한 일을 반복하는 셈"이라고 지적했다.  
 
인권부에 강제수사권이 없다는 점도 문제로 지적된다. 이제까지 검찰은 내부 비위 의혹에 대해 감찰을 실시한 뒤 혐의가 상당히 있다고 판단되는 경우 수사로 전환해왔다. 또 다른 검찰 간부 출신 변호사는 "감찰 중 수사로 전환하는 이유는 혐의가 분명해졌다는 측면도 있지만, 혐의를 확실히 확인하기 위해 강제수사권을 발동한다는 의미도 있다"고 말했다. 
 
검찰개혁을 오래 연구해 온 한 변호사는 "과거 감찰 중 수사로 전환하는 검찰 내 비위 사건들은 상당부분은 고발 등 직접 수사에 착수할 만한 근거가 없었기 때문"이라며 "이번 사건과 같이 정식 고발이 접수된 경우에는 증거인멸 우려도 있기 때문에 시간을 끌어서는 안 되다. 즉시 수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감찰이나 내부 진상조사나 모두 내부에서 진행되는 만큼 국민들로서는 검찰을 더욱 신뢰할 수 없게 될 뿐"이라며 "총선을 앞 둔 상황에서 이번 사건에 대한 윤 총장의 대응이 검찰을 정치적 쟁점으로 끌고가고 있다"고 비판했다.   
 
앞서 민주언론시민연합은 지난 7일 '검언유착' 의혹을 받고 있는 채널A 이 기자와 성명불상의 검사를 협박 혐의 등으로 고발했으나 서울중앙지검은 5일이 지난 지금까지도 사건 배당을 하지 않고 있다. 
 
 
최기철 기자 lawch@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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