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터리 업계, 공장 키우면서도 '고민'
코로나19에 성장세 주춤…주요 고객사들 공장 가동도 잇따라 중단
2020-04-20 06:31:17 2020-04-20 06:31:17
[뉴스토마토 김지영 기자] 정유·화학사들이 미래 먹거리로 삼는 전기차 배터리가 코로나19 암초를 만나면서 관련 업체들의 고민도 깊어지고 있다. 공장 증설 등 투자는 지속한다는 방침이지만 전반적인 소비 위축에 따라 손익분기점 진입 시기는 재조정할 것으로 보인다.
 
19일 배터리 시장조사업체 SNE리서치에 따르면 올해 2월 전 세계 전기차 배터리 탑재량은 5.8GWh로 전년 같은 달보다 16.5% 증가했다. 다만 매년 2배 이상 전기차 배터리 시장이 성장할 것이라는 기존 전망에는 미치지 못했다.
 
2월 탑재량의 경우 당시 코로나19가 유행했던 중국 시장 수요가 감소하며 예상만큼의 성적을 내지 못한 것으로 분석된다. 중국은 코로나19 확산세가 주춤해졌지만 유럽과 미국에서 확진자가 늘면서 이달 말 발표될 3월 탑재량도 기대만큼의 성장은 하지 못할 것으로 예측된다.
 
이런 가운데 유럽과 미국에서 확진자가 늘고 국내 업체들의 주요 고객사인 폭스바겐, 피아트·크라이슬러, 제너럴모터스(GM) 등이 가동 중단에 들어가면서 위기가 고조되고 있다. 여기에 유럽과 미국에서 내연기관 차량에 대한 환경규제 완화 움직임까지 일면서 배터리 업체들의 고민도 커지고 있다.
 
코로나19에 전기차 수요가 주춤하면서 배터리 3사의 고민도 커지고 있다. 사진은 LG화학 폴란드 전기차 배터리 공장 전경. 사진/LG화학
 
이처럼 상황은 악화했지만 배터리 업체들은 공장 증설을 위한 투자는 멈추지 않고 있다. LG화학은 지난 17일 기술인력 200명을 폴란드 브로츠와프 전기차 배터리 공장에 파견했다. 현재 LG화학은 폴란드 공장을 증설 중인데 이에 도움을 주기 위한 취지다. 회사는 코로나19 종식 후 늘어날 전기차 수요에 대비해 이런 결정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SK이노베이션도 지난 5일 증설 중인 헝가리 코마롬 2공장에 기술인력 300명을 보냈다.
 
다만 전기차 배터리 성장세가 주춤한 만큼 국내 배터리 3사도 사업 계획 수정은 할 것으로 보인다. 배터리업계 선발주자인 LG화학은 당초 올 하반기 흑자 원년을 목표로 세웠는데, 코로나19로 이런 계획이 불투명해지면서 손익분기점 진입 시기를 수정할 것으로 전해졌다. 삼성SDI는 2021년, SK이노베이션은 2022년에 손익분기점에 도달한다는 계획이었지만 마찬가지로 재점검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업계 관계자는 "유가가 떨어지고 코로나19로 소비도 위축되면서 내부에서도 전기차 판매량이 둔화할 수 있다는 예상은 나온다"면서도 "사태가 진정되면 전기차 판매량은 다시 빠르게 증가할 것이라고 보고 있고, 시장 선점도 중요하기 때문에 배터리 업체들이 투자를 멈추진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증권가에서도 전기차 판매량 둔화를 예상하지만 걱정할만한 수준은 아닐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김정환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코로나19로) 배터리 업체들은 기존 계획 대비 매출액 증가세가 일시적으로 소폭 둔화하는 데 그칠 것"이라며 "전기차 밸류 체인(가치 사슬)이 재가동되면 3분기부터는 배터리 및 소재의 생산·출하가 기존 계획 수준으로 정상화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지영 기자 wldud91422@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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